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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셔스 Apr 08. 2024

AI 혁명 시대 따라잡기

내가 따라잡을 순 있을까?

나는 하버드 의대에서 진행하는 난치 암 연구에 데이터 분석가로 참여를 하고 있다. 이곳에서 이뤄지는 최첨단 암 연구는 수십 명, 행정직까지 포함하면 많게는 수백 명이 팀을 이뤄서 진행되는 연구다. 비유를 하자면 여러 개의 퍼즐이 모여서 하나의 그림을 만드는 것인데 내 역할은 그 퍼즐 중 하나이다. (슬프지만, 나라는 퍼즐은 금방 다른 이로 대체될 수 있기도 하다.)


이 그림을 만드는 작업은 우리 연구실만 하는 것이 아니다. 하버드 의대, 뉴욕 메모리얼 슬론 케이터링, 텍사스 휴스턴 MD Anderson 등 미국 유수의 암 연구기관에서 수백, 수천 개의 연구실이 동시에 돌아가고 그 랩 사이의 협력을 통해 역시 수많은 연구들 (즉, 수많은 그림 만들기)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어떻게 서든 이 악랄한 병을 치료해 보려는 발버둥들이다. 가령 A라는 암 정복을 목표로 하면, 누군가는 A를 발생시키는 메커니즘으로 알려진, 돌연변이 유전자 Z를 연구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Z의 전 단계 유전자인  Y를 연구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Y의 전 단계 유전자인 X를 타깃으로 하는 연구를 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유전자 레벨이 아니라 단백질 수준의 연구를 진행한다. 이런 식으로,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수 천, 수 만개의 다른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연구들에는 최근 당연히 인공 지능 (AI) 기술도 쓰이고 있다. 예를 들면, 사람의 암에서 떼어낸 조직에는 다양한 면역 세포의 종류가 있는데, 병리학자가 AI에게 각각 다른 면역 세포를 구분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그럼 AI는 사람에게 받은 훈련을 통해, 각각 다른 면역 세포를 구분하고, 각 면역 세포의 분포와 양을 계산해서 알려준다. 사람이 일일이 해야 할 일은 AI가 대신하는 것이다. 비슷한 원리로, 임상 의학 분야에서 영상 진단에 AI를 도입하려는 연구들이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자면,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AI에게 폐 CT 사진에서 폐 결절을 인지하도록 훈련시키고, 이를 결절의 크기 변화를 추적하는데 이용한다. 이처럼 AI 기술의 적용과 발전이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이뤄지고, 이에 맞춰 생명 공학 연구 분야도 정말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 속도를 따라잡고 낙오되지 않으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근래 들어 장년층 이상 세대가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들 중 하나는, 젊은 세대가 너무나 능숙하고 쉽게 사용하는 컴퓨터와 스마트 기기다. 어느 어르신이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못하셔서 음식을 못 드시고 그냥 나가셨다는 얘기는 이제는 어느새 너무 흔해진 이야기다. 스마트폰에서 단순한 셀룰러 설정을 껐다가 켰다가 하는 것도 기계에 익숙하지 않은 누군가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AI 혁명에 따라잡지 못한 사람이 뉴스로 나오는 시대가 오고, 내가 그 주인공이 되는 날이 올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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