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석사 졸업을 앞둔 3월. 나는 박사를 가기 위해 미국에서 좀 경력을 쌓고 싶어서 내 전공과 관련된 취직 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Statistician, Biostatistician, Research Assistant 등 내가 갈 만한 포지션을 찾기 시작했다. 링크드인도 잡포스팅을 뒤지고, 보스턴에 있는 병원들 홈페이지도 찾아가서 검색했다.
지원에는 두 가지 타입이 있었는데 커버레터 쓰는 타입 vs 그냥 이력서 올리고 버튼 누르기만 하면 되는 타입이 있다. 커버레터 타입은 귀찮아서 엄청 가고 싶은 포지션이 아니면 잘 안 했고, 이력서 올리고 버튼 누르는 직종으로 지원을 했는데 그래도 나름 그 직종, 토픽에 맞춰서 이력서는 조금씩 수정해서 냈다. 그리고 지원할 때 "비자 스폰서 필요해?"가 항상 있는데 Yes라고 대답하면 거의 연락이 오지 않는다는 걸 배웠다. 특히 인더스트리(industry, 즉 제약, 바이오업계)의 경우가 그랬다.
그렇게 여기저기 지원을 하다가, 한 연구직 잡 포스팅을 발견을 하고 그 연구실에서 나온 논문을 뒤지는데, 내 석사 지도교수님이랑 연구를 엄청 많이 하신 것이었다. 일단 지원서를 내고 지도 교수님께 이 분들 아시냐고 물어봤더니 잘 아시고 연구도 같이 많이 했고, 자기가 추천을 해주겠다고 하신다. 정말 감사했고, 교수님의 추천이 이 취직의 90프로를 결정짓게 되었다.
그렇게 지원 후 1차로 행정 담당자랑 연락하여 인터뷰 일정을 정했다. 2차로 행정 담당자랑 이야기를 하는데 이 단계에서 OPT가 가능하냐고 물어보았다. 그 다음에는 3차로 실무자 레벨과 인터뷰를 했는데, 사실 인터뷰를 잘 못했는데 인터뷰어도 교수님 제자라 잘 봐준 것 같다. 4차로 연구실을 운영하는 교수 두 명과 인터뷰를 했다. 한 명은 나한테 엄청 호의적이었고, 한 명은 내 실무능력에 의심을 갖고 있었음 (사실 이게 맞았음 나는 실무 능력이 좀 떨어졌음) 그래서 승부수를 던져서 두 번째 사람한테는 내가 한 작업물 보내주겠다고 이야기하고 보내줬다.
그렇게 마지막 인터뷰가 끝난 게 5월. 졸업 후 미국에서 있으면서, 한~~참 기다려도 연락이 없어서 안 됐나 보다 하고 한국 돌아가야겠다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여기저기 찔러보고 있었는데 잘 진행되진 않았다. 어림 잡아 100군데 넘게 지원을 했는데, 이 시기는 졸업생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라 취직이 쉽지가 않았다.
그렇게 우울해하며,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지쳐서 체크인 이메일을 보냈더니, 자기들이 바빠서 우선순위에 서 밀렸다며 드디어 6월 말 경 최종 레퍼런스 체크를 하게 되었다. 5명을 채워야 하는데, 추천해 주신 교수님, 같이 일했던 다른 학교 교수님, 나머지는 보스턴에서 일하는 지인들로 채웠다. 이 레퍼런스 체크도 은근 중요한 게, 여기서 별로 안 좋은 말이 있으면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레퍼런스 체크가 끝나면, 최종적으로 내 백그라운드 체크가 들어가는데 범죄 사실이 있는지, 학교를 진짜 졸업한 게 맞는지 전문 업체에서 체크를 했다. 그런데 아직 학교를 졸업한 사실이 업데이트가 안되고 재학 중으로 나온다고 하여, 학교 졸업장을 요청을 받았고 바로 발송을 해줬다.
그렇게 졸업장을 보내고, 한 달 뒤 최종 오퍼를 받았다. HR 담당자가 전화 와서 급여를 불러주고 그걸 오퍼를 받을지 말지를 결정해야 했다. 나는 이게 맞는 수준인지 잘 몰라서 남자친구와 상의를 하고 (어차피 선택권도 없었지만) 최종 오퍼를 수락하고 1달 후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수백 명이 지원했지만, 우리 교수님이 추천해 준 나만 혼자 인터뷰 보고, 나만 뽑았다고 한다.
그리고 나중에 내가 그만둘 때 내 후임 뽑을 때도 보니까, 수백 명이 지원서가 들어와도, 미국 주요 대학원을 졸업한 몇 명만 인터뷰를 했고, 결국 최종으로 뽑힌 사람은 우리 교수님과 친한 교수님의 제자였다. 실낱 같은 인맥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도 이때는 인터뷰어로 참여했는데, Zoom으로 하지만 상체라도 정장을 입고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이는 게 매우 중요했다. 이 모든 과정을 겪어 보니까, 왜 미국에서 네트워킹으로 사람을 뽑는지 좀 알게 되었는데, 전 세계에서 수백 명이 지원해서 이력서 1장을 딸랑 내고, 그리고 20-30분 인터뷰를 진행해도 이 사람에 대해서 잘 알 수는 없다. 그러니까 지인이 보장해 주는 사람이 훨씬 안전한 선택인 것이었다.
그렇다고 네트워킹이 없다고 해서 포기할 필요는 없는 게, 같은 시기 석사를 졸업한 친구는 네트워킹이 전혀 없는 곳에 지원을 하고 뽑혀서 취직을 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콜드메일을 보내서 (특히 포닥의 경우) 진행이 되는 경우가 많다. 네트워킹이 있다면 유리하겠지만, 네트워킹이 없다고 해도 결국 포기하지 않고 찔러보면 하나쯤은 걸리는, 결국 케이스바이케이스, 사람바이사람인 것이다.
취직을 준비하며 미국에서의 신분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나는 STEM 계열 석사를 졸업했기 때문에 3년 OPT가 나와서 최소 3년을 일할 수 있었고, 그 사이에 뭔가 후일을 도모해 볼 수가 있었다. (박사 진학, H1B 지원, 영주권 준비 등) 그런데 회사는 보통 오래 일할 사람을 찾기 때문에 1년 OPT의 경우 취직이 불리한 점이 많은 것 같다. 병원, 연구기관 같은 비영리기관의 경우 H1B가 추첨이 아닌데, 급여는 인더스트리보다 낮은 편이고, 비록 H1B 추첨이 아니라도 그걸 해줄지 말지는 회사의 분위기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