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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귀복 Apr 23. 2024

에필로그 : 종이에 적힌 희망

무명작가 에세이 출간기


"출판 시장이 단군 이래 최악의 불황이다."

집 근처 서점이 연이어 문을 닫는다. 대형 서점인 '북스리브로'가 영업을 종료하더니, 동네 '어린이전문 서점'마저 간판불이 꺼진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와 함께 했던 기억이, 사용하지 못한 포인트와 함께 추억으로 남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무명작가가 출간에 성공하다니, 운이 정말 좋았다.


"세상에는 아직 기적이 존재하는 게 분명하다."

동네 서점도 새 옷을 입고, 손님을 다시 맞이한다. 업종은 다르지만 품목은 비슷하다. '희망이 적힌 종이'를 판다. 정이 많은 천재작가는 소상공인의 개업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 확인하니 다행히 지폐 두 장이 만져진다.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간다. 카운터 앞에 서서 이천 원을 내밀며 "자동으로 주세요" 하고 말하니, 사장님의 표정이 굳어진다. 곧이어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황당한 질문을 던진다.

"OO 아니에요?"

역시나 인적이 드문 곳에서 로또 판매점을 오픈할 때에는 믿는 게 다 있었다. 여 사장님은 처음 본 고객을 단번에 단골로 만드는 특별한 재주가 있다. 작은 종이를 손에 쥐고 문 밖으로 나오는 손님 얼굴에 미소가 한가득이다. 옆에 있는 아내에게 "여기 대박이야. 맞추기도 전에 당첨이야. 앞으로 가게 엄청 잘될 것 같아"라고 말한다. 'OO'이 무엇인지 알겠는가? '수동'이라고? 아니다. 정답은 4초 광고 후에 공개한다. 이번이 마지막 4초 광고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눈시울이 살짝 붉어진다. 손수건 준비하고 다 같이 큰 소리로 외쳐보자.

"천. 재. 작. 가."

정답은 바로 '학생'이다. 마흔두 살 아저씨에게 "학생 아니에요?"라고 묻는 질문의 의도가 순수한 건지, 철저히 계획된 건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목적이 무엇이었든지 간에 행복을 주는 질문임에는 이견이 없다. 아마도 손님들은 당첨 여부를 떠나 이곳을 지날 때면 같은 질문을 기대하며 문을 열게 될 듯하다.


"위기 속에서도 기회는 분명 있다."

처음 본 고객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은 로또 판매점 사장님처럼, 멋진 문장으로 편집자를 사로잡아 출간에 성공하는 예비 작가분들이 늘어나길 바라본다. 출판계약서에 서명을 남기는 그날까지, <무명작가 에세이 출간기>는 힘들 때 한 걸음 더 내딛는 용기가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 반년 가까운 긴 여정, 외로움과 두려움이 가득했던 모든 순간을 행복으로 바꾸어 준 독자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전한다. 어울리지 않는 페르소나는 이제 완전히 벗어서 당신에게 바친다.


로또판매점이 된 어린이전문 서점ㅜㅜ




"안녕하세요. <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의 저자 류귀복입니다."


지난 화이트데이날, 제 책이 라디오에서 발췌 소개가 되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김정원의 아름다운 당신에게>라는 프로그램입니다. 동시간대 청취율 1위를 자랑하며, 레인보우 앱을 통해 전 세계로 송출이 된다고 합니다. 지구 반대편까지 전해지는 방송 대본이 제 손끝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지금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끝인사로 이보다 더 적절한 멘트는 찾지 못할 듯하여 글의 일부를 남깁니다.


영어를 잘하는 외국인과 대화를 하면 내가 원어민이 된 것 같은 착각을 느끼는 것처럼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느껴지는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본인이 좋은 사람이라고 여겨진다면 상대방이 나를 빛나게 해주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돌이켜보면 관계에서 내 역할은 7퍼센트에 지나지 않았고, 주변에서 나머지 93퍼센트를 채워 준 덕분에 아름다운 인연이 될 수 있었다.

"자신이 밝게 빛나는 순간이 있다면, 자신을 환하게 비춰주는 소중한 사람들이 가까이에 있음을 기억하길 바란다."

<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류귀복, 지성사, 2024)


<무명작가 에세이 출간기> 연재 글에 '♡' 일만 삼천 개와 '댓글' 삼천 개가 남겨진 덕분에 천재작가가 환하게 빛날 수 있었습니다. 고로, 다음 책 '베스트셀러 9주의 기적'은 작가님들이 만들어 주신 선물이 분명합니다. 더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부족한 저를 아끼고 사랑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꾸벅.









































































 





본디 '대작(大作) 영화'는 앤딩 크레디트가 끝난 뒤 나오는 짧은 영상마저 재미를 더한다. 글도 마찬가지다. 댓글을 남기기 위해 이곳까지 내려온 작가님들을 위해 마련한 작은 선물을 공개한다.


숫자가 빼곡히 적힌 흰 종이가 신기한지 7살 딸아이가 묻는다.


"아빠, 그건 뭐야?"


음...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잠시 고민 후, 나는 답을 전한다.


"응? 이건, 엄마 아빠 희망!"


사람들은 '0.00001퍼센트'의 당첨 가능성을 돈으로 사면서 기뻐한다. 원고 투고는 어떤가? 채택 가능성이 '0.1퍼센트' 이상이다. 로또에 비하면 10,000배나 더 높다. 심지어 무료다. 로또를 사고 추첨 일을 기다리는 그 시간이 행복인 것처럼, 글을 쓰고 출간을 기다리는 모든 순간이 기쁨으로 충만해지길 바란다.

"희망을 버리는 것보다 어리석은 행동은 없다."

포기만 하지 않으면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작가님들이 "좌에서 우로, 위에서 아래로" 온정성을 다해 적은 희망이 종이에 인쇄되어 독자를 만나는 날, 그 주에는 로또 대신 작가님의 책을 살 것을 약속한다. 축하는 미리 전한다. 짝! 짝! 짝!


당첨 여부는 아직 모른다. 희망이 중요하다.


'기쁨'이 늘 '슬픔'을 이기는 행복한 나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함께한 모든 순간이 제게는 기쁨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천재작가, 류귀복 드림




지뉴 작가님 덕분에 라디오에서 책이 소개된 사실을 알았습니다. 감사의 의미로 작가님의 브런치 링크를 남깁니다. 

https://brunch.co.kr/@mango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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