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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롱이 Apr 23. 2024

깨침의 꽃, 가침박달 꽃

가침박달은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관목으로 중국과 만주에 4종이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1914년 처음 관찰되었으며, 1종 1변종이 자라고 있는 드문 수종이다.


임실 덕촌리 가침박달 군락가침박달 분포의 남방한계선으로서 식물분포 지리학상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어 1997년 12월 30일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2021년 4월 21일 임실 덕천리 가침박달 군락을 찾았다. 이전 3~4차례 답사했지만, 처음으로 가침박달꽃을 보았다. 2차례 답사할 때까지도 가침박달이 맞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꽃을 보고 가침박달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열매와 씨방(열매껍질)은 보지 못했다.

천연기념물 임실 덕촌리 가침박달 군락

청주에도 가침박달 군락이 있다. 청주 화장사 가침박달 군락지는 1979년 11월 7일 천연보호림 32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2023년 4월 9일경 청주 명암동 용화사를 찾았다. 용화사 오르는 길 주변으로 가침박달이 보였다.


가침박달 군락을 알리는 표지판 부근엔 제법 키 크고 오래돼 보이는 가침박달도 보였다. 적갈색 가지에는 녹색 잎과 순백을 숨긴 꽃망울이 가득 달려 있었다. 아직 흰색의 꽃은 피지 않았다.


‘가침박달’의 '박달’은 나무의 질이 단단한 박달나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가지는 적갈색으로 털이 없다. 오래된 가침박달은 껍질이 벗겨진다.


청주 화장사는 1938년 속리산 법주사 수정암에서 수행하던 비구니 영서 스님이 절터를 찾아 청주에 왔다가 샘가에 핀 흰 꽃에 반해 암자를 지은 데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화장사 대웅보전은 콘크리트 건물이지만 목조건축의 조형미를 살렸으며, 법당 내·외부를 금빛으로 도색한 것이 특징이다. 별도의 오색단청을 입히지 않았으며 대웅보전 현판과 주련을 한글로 써 친근감을 준다. 화장사는 2003년부터 가침박달꽃을 피우는 5월 초를 전후해 가침박달꽃 축제를 열고 있다.


청주 화장사 곳곳의 가침박달은 작고 둥근 진주모양 꽃망울이 그득했다. 혹시나 꽃을 볼 수도 있을 거란 기대는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개화 시기를 맞추어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을 굳혔다. 그러다 대웅보전 앞 화단 제법 키가 큰 가침박달을 살피다 속을 환히 내비친 하얀 꽃을 보았다. 가침박달꽃은 성장 과정에서 잎과 꽃과 열매가 함께 올라와서 작년도 씨방과 동시에 만나는 꽃! 불교에서 가장 높은 경지의 깨달음을 상징하는 깨침꽃이라 불리고 있다.


'아'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꽃을 찾아 헤맨 속마음을 들킨 부끄러움과 순백(티 없이 맑고 깨끗하다)의 뜻을 알게 된 기쁨이 뒤섞인 외마디였다. 청순한 소녀에게 첫 키스 하는 소년의 심정으로 다가가 코를 살포시 대봤다. 향은 코로 맡았지만, 가슴까지 수수하고 은은한 향이 전해졌다. 색에 취한 눈을 어루만져 주었다. 마음으로 본 가침박달꽃이다!

가침박달 꽃은 암수한꽃으로, 꽃잎이 5개이다. 꽃잎은 타원형을 이루고 꽃받침도 꽃잎을 따라 다섯 갈래로 갈라진다. 수술은 20여 개, 암술대는 다섯 개다.

화장사 가침박달에 잎, 꽃망울, 열매껍질이 함께 보인다. 가침박달은 성장 과정에서 잎과 꽃, 열매가 한꺼번에 올라오는 게 특징이다. 때문에 사찰 스님들은 가침박달을 ‘깨침의 꽃'이라고 부르며 신비스럽게 여긴다.


내려오는 길에 오르며 무심히 지나친 키 작은 가침박달의 꽃을 보았다. 그 꽃은 분명 같은 자리에 있었다. 고은 시인의 '그 꽃'의 시처럼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꽃을 내려갈 때 보았다. 마음으로 본 순백의 깨침꽃을 보았기 때문인 듯하였다.


2023년 5월 1일 가침박달꽃이 활짝 피었을 거라 기대하며 용화사를 다시 찾았다. 하지만 대부분 꽃은 지고 드문드문 남은 하얀 꽃이 여운을 남기며 방문객의 마음을 달래 주었다. 만개한 가침박달의 꽃을 보지 못했지만 3주 전보다 많은 꽃을 보았다.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인간의 아쉬움은 내년을 기약해 본다.



꽃이 진 자리에 예쁘게 빚은 만두같은 타원형 열매가 맺혀 있다. 가침박달 열매의 모양이 특이하다. 씨방이 여러 칸으로 나뉘어 있고 각 칸은 바느질할 때 감치기로 꿰맨 것처럼 보인다. ‘가침박달’의 ‘가침’은 실로 감아 꿰맨다는 ‘감치다’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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