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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it Jul 14. 2024

바우하우스 시계 2

독일 통일


1989년11월에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자 독일은 통일을 앞두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수많은 서독 비즈니스맨들이 사업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동독을 찾았는데, 뒤셀도르프 출신의 롤렌드 슈베르트너(Roland Schwertner)도 그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회계사, IT전문가, 패션사진작가로 활동하던 다재다능한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동독을 찾던 1990년1월 당시에는 중저가 시계를 생산하던 뒤셀도르프 시계회사인 M&M에 대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컨설팅의 일환으로 동독 국영 시계회사인 VEB Glashütter Uhrenbetriebe(GUB)와 협업 방안을 논의했지만, 서로간의 입장차가 커서 잘 되지는 않았습니다. 


나중에 GUB는 2000년에 스와치그룹에 인수되어 글라슈테 오리지널이 되었습니다. 


M&M 일은 잘 안되었지만 슈베르트너는 이를 계기로 글라슈테에서 생산되는 독일시계의 잠재력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그래픽 디자이너인 수잔 귄터(Suzanne Gunther), 시계 제작자인 Christophe Pecnard와 함께 글라슈테에 NOMOS를 설립합니다. 


그해 10월에는 독일이 통일됩니다. 



이들은 임대아파트에 모여 어떤 시계를 만들지를 구상했습니다. 


그리고 1930년대 A.Lange & Sohne의 카달로그에서 앞서 소개했던 디자인을 발견합니다. 


이 디자인에는 분명 랑에라고 표시되어 있었지만 랑에는 이미 사라진 브랜드였고(1990년에 재건), 다이얼을 디자인한 Weber & Baral도 1979년에 문을 닫았기 때문인지 이 디자인을 노모스가 사용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수잔 귄터는 글라슈테 워치메이킹의 역사를 계승하면서 바우하우스 스타일로 스위스 시계들과는 차별화되는 이 디자인을 발전시켜 노모스의 아이콘으로 만듭니다. 


특히 신경썼던 것은 이 디자인의 핵심인 타이포그라피였는데, 기존의 폰트를 크게 개선하여 노모스 고유의 탕겐테 서체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노모스는 1991년에 첫 번째 시계 컬렉션인  Ludwig, Orion, Tetra 및 Tangente를 선보이면서 본격적인 시계 제작을 시작합니다. 


특히 1937년 랑에 디자인을 계승한 Tangente는 현대적인 디자인, 독일 고유의 스타일(통일 직후 독일에 대한 자부심), 기계식 시계의 부활이라는 시장 변화와 맞물려 크게 성공합니다.


하지만, 노모스는 시작부터 무브먼트를 스위스에 의존한다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1906년부터 이 지역 제조업체들 사이에는 시계의 부가가치 50%이상을 여기에서 생산되어야 생산지로 글라슈테를 표기할 수 있다는 구속력 있는 협약이 있었습니다. 


‘글라슈테 규칙’이라는 이 협약은 ‘swiss made’가 하나의 강력한 브랜드가 되어 스위스 시계산업을 보호하는 것처럼 이 지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장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신생브랜드에게는 커다란 진입장벽이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노모스는 주변에 있던 브랜드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지만 덕분에 자체 무브먼트를 개발해야 한다는 강력한 동기가 되었습니다.



노모스는 시계를 처음 생산한 1992년부터 ETA, Peseux ebauche같은 스위스 무브먼트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무브먼트를 지속적으로 수정했고, 그 범위가 점점 확대되자 1997년부터는 ETA가 무브먼트에 자신들의 이름을 빼줄 것을 요청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2005년에는 최초의 자체 무브먼트인 Tangomat을 선보였습니다.


2007년부터는 밸런스휠, 벨런스 스프링 같은 무브먼트의 핵심부품을 자체 제작하는 스윙시스템 개발에 착수합니다. 


여기에 1,100만유로, 우리돈으로 156억원이 투입되었는데, 당시에 동독 기업을 정부에서 지원하는 정책이 있어서 500만 유로는 정부 보조금으로 조달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2013년부터는  독일시계공장(Deutsche Uhrenwekre)의 줄임말인 DUW 라인의 무브먼트를 선보였고, 2014년에는 완성된 스윙시스템을 선보이며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가진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이로서 노모스는 현재 시계제작의 95%를 글라슈테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200여명의 직원들이 연간 35,000여개의 시계를 생산하는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참고로 22년 현재  글라슈테 규칙은 원산지 표기법으로 법제화되었으며, 글라슈테에 자리잡은 9개 브랜드 중 6개 브랜드 (A.Lange&sohne, Moritz Grossmann, Glashutte Original, Tutima, Wempe, Nomos)가 공식적으로 이 규칙을 충족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Muhle-Glashutte, Union Glashutte, Bruno Sohnle는 미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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