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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it Jul 14. 2024

바우하우스 시계 3

스토바

스토바는 1945년 폭격으로 생산시설이 모두 파괴되자 스위스 바젤 근처의 라인펜델로 이전했다가 황폐화된 유럽을 재건하는 마셜플랜과 함께 포르츠하임으로 돌아와 시설을 재건했습니다. 


50~60년대에는 Seatime같은 모델을 앞세워 다이버시계 분야에서 크게 성장했고, 70년대에 들어서는 쿼츠파동이 발생하자 다른 여러 독일브랜드와 Pallas라는 협력체를 구성하여 부품을 공유하고 공동생산을 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스토바는 2차대전 중 폭격으로 파괴되었을 때를 제외하고 한번도 시계생산을 중단한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쿼츠파동을 거치며 사업은 많이 축소되었고, 통일 후 시계산업에 대한 관심과 자본이 글라슈테로 집중되자 포르츠하임에 있던 스토바는 상대적으로 소외되었습니다. 


80~90년대에는 별다른 활동이 없다가 1996년에 시계제작자인 요르그 샤우어(Jorg Schauer)가 브랜드를 인수하고 나서야 스토바는 다시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샤우어는 이미 자신의 이름으로 된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워치메이커였습니다. 


원래 금세공인이었는데, 케이스 없는 무브먼트에 케이스를 만들어주는 일을 하다가 자연스레 워치메이커가 되었다고 합니다. 


인터뷰를 살펴보니 70년대 쿼츠파동으로 기계식 시계가 쓸모없는 물건이 되자 많은 사람들이 금통을 녹여서 팔았는데, 90년대 들어서 기계식 시계 유행이 돌아오자 롤렉스, 파텍필립, 바쉐론콘스탄틴 같은 무브먼트를 들고 자신을 찾아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400여가지의 시계를 만들었고, 이 과정에서 12개의 나사로 베젤을 고정하는 디자인이 그의 시그니처가 되었습니다. 



스토바를 인수한 이후에는 Schauer와 Stowa를 함께 운영했습니다. 


처음에는 Schauer가 일이 많았으나 2000년대 중반이 되자 스토바의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고 합니다. 


시장 트랜드가 자신만의 독특한 시계를 원하던 것에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브랜드를 찾는 것으로 바뀐 것입니다. 


스토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2004년에 Antea(라틴어로 이전에, 일찍이) 라는 이름으로 1937년의 바우하우스 디자인을 부활시킵니다. 


물론 여기에는 노모스의 성공이 크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안테아는 오리지널 디자인 어휘를 계승하고 있기는 하지만 샤우어의 스타일대로 재해석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리지널은 다이얼과 타이포그래피가 주인공인데 안테아는 베젤과 러그를 좀 더 두껍게 하고 숫자 크기는 좀 줄여서 케이스의 형태를 좀 더 강조했다는 느낌입니다.


안테아는 첫 발표 이후 스몰세컨드를 3핸즈로 바꾸고 데이트를 추가했으며 핸드와인딩과 오토매틱옵션, 35.5-36.5-39-41mm크기 등 안테아의 상품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가지 대안들이 만들어졌습니다. 


Stowa Antea 390 / Day-date / Schwarz(이하 안테아 DD)도 그 대안들 중 하나입니다.



안테아DD는 직경 39mm, 두께 9.7mm, 5Atm, 52.5g(without strap), lug 20mm,  40h의 ETA 2836-2로 구동되는데 구입 당시 작성된 주문서에는 ETA 2836-3라고 표시되어있습니다. 


무브먼트에 ETA 2836-2라고 새겨진 걸로 봐서 요일창이 일반적인 시계와 좀 다른 모양으로 수정되었기 때문에 붙여진 번호가 아닌가 싶습니다. 



요일은 독일어로만 표시되어 내수용으로만 제작한 것 같습니다. 


바우하우스 스타일의 최대 단점은 미니멀을 추구하다가 지루해지거나 기능적 편의성을 포기한다는 점인데, 안테아 DD는 그런 면에서 절충점을 잘 찾았다고 생각됩니다. 



스토바는 20여명의 직원과(이 중 절반만 워치메이커) 연간 4천여개의 시계를 생산하는 작은 공방같은 회사이다보니 레퍼런스가 많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안테아DD처럼 종종 소소한 변형을 가한 모델을 소량으로 생산했다가 단종하고 또 새로운 디자인을 시도하는 경우가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모델도 2011년 6월에 출시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소리소문없이 사라져서 인터넷에도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2018년에 50개를 발매했는데 이 시계는 그 중 하나입니다.


안테아DD같은 스토바의 변칙 모델들은 전통있는 브랜드이면서 나만의 독특한 시계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적합한 것 같습니다. 



2021년, 뮌헨에 기반을 둔 시계회사인 Tempus Arte가 스토바를 인수하면서 또 다른 전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Tempus Arte는 고급시계를 제작하는 Lang & Heyne과 UWD (Uhren-Werke Dresden)라는 무브먼트 회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Lang & Heyne는 보급형 모델은 2만유로, 고급 모델은 15만유로 정도의 가격에 판매되며 10명의 직원이 1년에 50개 정도를 생산한다고 합니다. 



UWD는 무브먼트 전체를 자체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회사이며 Sinn 6200에 무브먼트를 공급한 것으로 더 잘 알려져있는 것 같습니다.


둘 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시계제작의 핵심적인 기술들을 모두 가지고 있는 회사다 보니 대중적인 브랜드인 스토바와의 시너지가 기대됩니다. 


언젠가는 인하우스 무브먼트가 장착된 스토바가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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