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미완성 인생레시피, 김치전과 오야코동
나는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 되고 싶다. 감성이 풍부하다는 것은 "외부의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뜻이다. 감수성을 한자로 적어보면 "感受性" 감각(感)을 받아들이는(受) 성질(性)이다.
개인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어린 시절에는 대부분 감수성이 풍부하다. 순수한 어린 시절에는 "외부의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 아닐까? 맑은 하늘의 푸른빛과 시원한 바람의 향기, 여름의 매미소리뿐만이 아니라 만화영화를 보며 주인공에 빙의되어 울고 웃으며 감수성이 풍부한 어린 시절을 보내왔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이러한 감수성이 무뎌지는 느낌이 들었다. 2호선 지하철의 많은 사람들 틈에서 하루를 시작하며, 직장상사의 잔소리로 하루를 보내는 생활. 그리고 매년 나의 소비는 계속 늘어났지만, 연봉은 항상 제자리걸음인 것 같았다.
모든 사람들은 어린 시절 감수성이 풍부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로봇이 아니기 때문에 숨겨진 나의 감수성을 발견할 때, 자기만족과 함께 행복을 느낀다. 감수성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행복의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요리를 하면 감수성이 풍부해진다. 재료들이 익어가는 모습과 음식향의 자극에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상상에 자연스럽게 콧노래가 흘러나오고 행복한 상상을 하게 된다.
"비가 오면 김치전이 먹고 싶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보다 감수성이 풍부한 이야기는 정말 없을 것 같다. 일상의 행복은 사실 이렇게 별 것 아닌 것으로부터 나에게 찾아온다.
비가 오는 어느 날 김치전을 만들어 먹었다. 김치전이 구워지는 소리를 녹음하여 들어보면 묘한 즐거움이 나를 반겨 준다. 이것이 요리의 즐거움이자 나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소리였다.
일본의 "오야코동"이라는 요리가 있다. 이 요리의 이름이 참 재미있다. 부모를 뜻하는 오야(親)와 자식을 뜻하는 코(子). 부모인 닭과 자식인 달걀이 만난 요리라는 뜻이 있다.
이러한 이름의 뜻을 알게 된 후로 오야코동을 먹을 때면 혼자서 피식 웃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요리를 맛보게 된다. 이렇듯 요리가 주는 즐거움은 참 다양하다고 생각했다.
요리의 레시피를 찾고, 요리를 만들며 느끼는 즐거움과 함께, 최근에는 "요리를 보는 즐거움"에서 나의 감수성을 발견하고 있다. 맛있게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면서 숨겨진 나의 감수성을 찾고 있다.
사실 감수성을 풍부하게 자극하는 것은 요리뿐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살아가는 일상 속에는 셀 수 없는 수많은 즐거움과 행복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간다. 단지, 정신없이 바쁜 일상과 여유롭지 못한 마음 때문에 알아채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순간들을 내가 얼마나 발견하고, 소중히 간직하는가에 따라서 행복의 깊이가 정해지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나는 오늘도 요리를 통해 감수성이 풍부해지고 있다.
[김치전과 오야코동 미완성 인생레시피]
★김치전을 만들기 전에 반죽을 냉장고에 잠시 넣어두면 좀 더 바삭한 김치전을 만들 수 있어요. 아니면 얼음을 2~3알 넣어주면 돼요.
★★오야코동을 만들 때는 약불에서 계란을 천천히 반숙으로 익혀주는 것이 좋아요. 완전히 익은 계란보다 살짝 반숙인 오야코동이 더 맛있어요.
★★★오야코동의 소스와 계란을 프라이팬에서 그릇의 밥위로로 옮길 때 한 번에 올리려고 하지 않아도 돼요. 반숙인 상태에서는 숟가락으로 조금씩 밥 위에 올려도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어요.
★★★★오야코동에는 마지막으로 초록잎으로 살짝 올려주세요. 노란 계란 위에 초록잎이 시각적으로 오야코동을 더욱 맛있게 해 준답니다.
★★★★★김치전을 프라이팬에서 구울 때 동영상을 찍어 소리를 담아보세요. 그리고 빗소리가 듣고 싶을 때 소리를 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