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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예인 Mar 01. 2024

어디로 가는지

나를 믿는 재능

(아래글은 약 3달 전 작성되었다. 현재는 한국이다)



나는 지금 스웨덴에 교환학생으로 와있다

한국에서는 산업디자인, 시각디자인, 파인 아트

이렇게 3개의 전공을 동시에 하며 아주 바쁜 나날들을 보냈다

올해 초 블로그에 적어둔 글 중에

나중에 브런치를 하게 되면 써보고 싶은 글 주제 리스트를 보게 되었는데

이런 게 있더라

최후… 라니 하하

그만큼 힘들었던 거겠지 생각이 든다.


그러다 졸업 학년 직전에

마지막으로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교환학생에 지원했고, 합격을 하고 나서도 꽤나 오래 고민했다.

세 개의 전공을 동시에 하는 나는 욕심이 많은 아이고 그 모두를 다 해내고 싶기에 교환까지 가게 된다면 졸졸업까지 훨씬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기에.. 그냥 안 가기로 마음먹었다.


다음에 또 기회가 분명 있을 거야

더 좋은 기회

그리고 지금은 네가 벌려놓은 일부터 마무리 짓자

교환 가도 놀러 가는 것 밖에 안돼?

라는 생각으로..


수강신청을 하고

학기가 시작된 첫째 주, 오티를 들으러 학교에 갔는데

눈물이 나는 거다.

정말 많이 고민했고

안 가기로 마음먹었고

지금까지 해온 대로 으쌰으쌰 해서 빨리 졸업도 해야지 생각하며 내린 꽤나 이성적인 결론에 내 몸은 동의하지 않았다. 그냥 눈물이 났다

나 힘들다고, 잠깐만 숨들이 쉴 틈이 필요하다고

사실 교환학생 가고 싶다고.


그날로 집에 와서 다시 마음을 바꿔먹고

스웨덴으로 날아왔다.

막학기 교환학생 파견은 안되기에 나는 강제 휴학도 해야 했고, 졸업은 더더 늦어지게 되었지만

당장 내 눈앞에서 온 기회, 그리고 무엇보다 내 마음과 몸이 편안한 것, 그것으로 결정했다.




오늘은 스웨덴에 온 지 103일째

나는 스웨덴의 작은 마을 Mariestad에 있다.

학교 프로젝트가 이곳 Mariestad에 대해 Visualizing complexcity 디자인을 하는 것이어서

아마 자주 와야 할 것 같다


이번엔 교수님과 온 것도 아니고

반 친구들과 온 것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이곳을 찾았다.




내가 어쩌다가 스웨덴에 와서

스웨덴에 이 작은 동네에 와서

아무런 연고도 없는 작은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성당도 오고

그런 시간들이 나에게 일어난 게 새삼 신기했다

나는 앞으로가 불안하고

정해진 거 없이 한 치 앞도 모르겠는 미래가 불안하기만 했는데 그냥 나 자신을 믿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분명 나에게 좋은 길로 인도될 것이고

항상 그렇듯 거기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건 나는 알고 있다

거기서 나는 또 생각지 못한 인연들도 기억들도 추억들도 만들어가겠지

리프 아저씨는 나한테

“너는 사람들을 편하게 하는구나

너 앞에서 나는 나 자신을 꾸미려 하지 않고 너도 그래

우린 사실 안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

라고 했다

처음에 이곳에 오지 않으려 했었는데

어떤 선택이든 내가 한 선택은 내가 했기 때문에 잘 한 선택이라고 믿고 앞으로 나아갈 거다

나 자신을 믿는 게 진짜 재능이다 그거 진짜 쉽지 않다

내가 이렇게 혼란스러운 길을 걷게 될지 알았던 건지 모르겠지만 내 이름이 요즘 나한테 새로이 해석된다

내 이름은 재주 예, 알 인

재주를 알다 이다.

이게 뭐야.. 하고 어릴 땐 이해를 못 했고

미술을 하고부터는 knowing art.. 내가 미술 할 거라는 걸 예견한 이름인가 하하 이랬고

지금은 새롭게 생각된다

재주, 내가 가진 무언가 그걸 잘 알고 사용해 나가기를

혹은 나 자신을 알아가는 것 그리고 믿는 것 그것이 내가 가졌으면 하는 재주인 건지

나 자신을 믿는 그 믿음이 재주인 아이인 건지

난 좌우명 같은 거 없는데

혹시 힘들어서 뭔가 붙잡고 싶은 문장이 필요할 때가 있으면 내 이름 뜻을 생각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이 글의 결론은 이거다.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내 몸과 마음이 편한 것을 선택하고

그 길을 걸으며 만나는 예상치 못한 순간들을 즐기고

이 길을 선택한 나를 믿기.

나 자신을 꼭 믿기


그거다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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