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예인 Feb 29. 2024

포옹한 우주

첫 개인전



꿈에 그리던 공간에서 나의 그림들을 전시하게 되었다.




’ 나무의 푸르름과 햇살이 아스라이 드리우는 따뜻한 공간에 내 그림을 가-득 채우고 싶다 ‘


스웨덴에 가서 매일 저녁 했던 나의 행복한 루틴 (운동-장보기-트램 타서 집에 오기- 따뜻한 물로 샤워 - 요리-그림 그리기)

끝에는 좁은 책상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것이 있었다.


무얼 그렸냐 하면

오늘 봤던 ‘사랑’을 그렸다

예를 들면 카페에서 서로를 가득 담은 눈으로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한 커플의 둥그런 실루엣을,


학교 강의실에 있는 계단에 웅크린 채로 붙어 앉아 사소한 이야기들을 하던 친구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실루엣을 보고 그 둥그런 모양이 따뜻한 사랑으로 느껴졌다.



그런 둥그런 모양들은 때로는 나 혼자서 만들기도 했다. 스웨덴에서의 생활의 시작은 아무런 연고도 없는 타지에서 새로운 점 하나를 찍으며 시작됐다. 그 점을 기점으로 나아가 선(line)을 그려가며 나의 우주를 새로이 그려갔다. 시내에서 떨어진, 바로 옆이 정말 큰 무덤 공원이라 나무가 참 많았던 한적한 동네 Majorna에 기숙사가 있었다. 처음에는 40분 넘게 트램을 타고 학교를 가야 하는 게 참 불편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나는 정말 오롯이 혼자가 되어 작은 방 안에서 이것저것 하며 부지런히 꿈을 꿨다.


그때 책상에 앉아, 침대에 누워, 암체어에 기대 보낸 시간들의 나는 ’웅크린 우주‘ 였다. 웅크려 있는 모양은 나를 고요한 점(dot)으로 만든다. 그 점의 모양을 하고는 무한한 꿈을 꾸던 나는 나와 포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




그 시절에 그렸던 그림들을

‘순서 없는 기록’이라는 뜻의 ’ 무서록‘ 공간에서 펼쳐 보이게 되었다.



전시는 이번주 금요일부터 열린다

사그락거리는 드로잉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들려주세요. 반갑게 마주하여 ‘포옹한 우주’를 만들어 보길 기대합니다.


2024.3.1~ 2024.3.8

11:00-19:00 (Last day 17:00 close)

장소: 무서록 @museorok. seoul

12-16, Jahamun-ro 6-gil, Jongno-gu, Seoul, Republic of Korea.


‘포옹한 우주’는 동그랗고 편안한 자세에서 마주한 자신이 만든 하나의 점이자, 무한한 우주를 말합니다. 나와의 포옹에서, 또 타인과의 포옹에서 그 만남이 만들어낸 모양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너’라는 우주와 ‘나’라는 우주가 만나하는 포옹



<점으로 시작해 걸어온 선들이 서로 만난 찰나의 순간을, 세상과 세상이 만난 그 순간을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만드는 온기로, 형태로, 그림으로 담아낸다. 그러다 보니 내가 그린 아우트라인에는 포옹하는 장면들이 많다.>


작가 노트 중.  



작가의 이전글 나를 새로운 맥락에 위치시키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