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포옹을 그리는지
외국에 가면 그렇게들 포옹을 한다
만나서 반갑다고 포옹
헤어질 때 아쉽다고 포옹
그게 참 좋았다
맞닿은 온기는 잠시 뿐이지만 충만한 따뜻함을 품게 한다.
내가 스웨덴에 살 때 어느 날 문득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하는 순식간의 포옹들이 슬로모션으로 느껴지며 참 특별한 순간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그렇게 포옹하지 않는데..
내가 동양 문화권에서 왔기에 이 문화가 익숙지 않을 거라 생각하며 포옹하기 전 물어보던 Kara 도 기억난다. 나는 ‘나도 포옹 좋아한다’ 며 잘 가라는 인사를 주고받으며 포옹을 했다.
스웨덴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인사를 하던 나와 Lea. 먼저 온 트램에 급히 타기 위해 bye! 를 외치며 급히 달려가던 나를 Lea는 붙잡아 세웠다. wait! we should hug! 2초 정도의 큰 포옹은 잘 가 또 만나 라는 마지막 인사말보다 따뜻했다.
생각해 보면 포옹은 내가 스웨덴에서 느꼈던 가장 따뜻한 순간들인 것 같다.
물리적으로 정말 서로를 껴안는 포옹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앉아 있는 둥그런 모양,
팔짱을 끼고 추위에 웅크려 가는 사람들의 단단한 모양, 혼자 책상에 앉아 동그랗게 몸을 말고 집중하는 그 모양새도 나는 ‘포옹한다’라고 생각했다.
‘포옹한 우주’는 동그랗고 편안한 자세에서 마주한 자신이 혼자 혹은 옆사람과 함께 만든 하나의 점이자, 무한한 우주를 말합니다. 나와의 포옹에서, 또 타인과의 포옹에서 그 만남이 만들어낸 모양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그려온 소근소근거리는 드로잉들을 펼쳐 보이게 되었어요.
스웨덴에 있는 동안 매일 저녁 하나둘씩 그리며 쌓아온 그림들을 ’ 순서 없는 기록‘이라는 뜻을 가진 ‘무서록’에 담게 되었답니다!
서촌에 온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들려주세요.
2024.3.1~ 2024.3.8
11:00-19:00 (Last day 17:00 close)
장소: 무서록 @museorok.seoul
12-16, Jahamun-ro 6-gil, Jongno-gu, Seoul, Republic of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