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 라비, Misfit / 작곡 Farah Achour 외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VIXX'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pMkIfldadUc? si=XXbJofwZeDuHxOgb
손을 들어 난 Freeze! Armor Down! Nananana NananaNanana
날 차갑게 내쳐도 괜찮아 떠날 수 없어 Chained up Chained up
무릎 꿇어 난 Freeze! Armor Down! Nananana NananaNanana
또 이러다 다쳐도 괜찮아 난 꼼짝없이 Chained up Chained up
- VIXX의 <Chained up> 가사 중 -
VIXX는 2012년 데뷔했습니다. 4인조 보이그룹입니다.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에서 론칭한 첫 번째 보이그룹이자 아이돌그룹이었죠. 엔, 레오, 캔, 헉이 멤버이며 모두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멤버들의 신장이 전부 180을 넘어서 장신돌로 분류되죠. 팀명 VIXX는 voice Visual Value eXecelsis(라틴어, 최고)로 최고의 모소리, 비주얼, 가치를 가진 그룹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요. 완전 껴맞춘 느낌이네요. 하하하.
1996년 이후 현재까지 음반 누적 판매량 100만 장 이상을 기록한 아이돌 그룹 중 하나입니다. 여성, 남자 합쳐서 21개 팀뿐이라고 하네요. 와우. 비투비와 데뷔 동기입니다. 완전 메인이 되진 못했지만 잔잔한 인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소개할 노래는 2015년에 발매한 정규 2집에 실린 타이틀 곡입니다. 국내 제목으로는 사슬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때 의상 콘셉트도 목을 띠로 감싸고 나왔더랬습니다. 사슬에 묶였다는 걸 표현하고 싶어서 였을 겁니다. 아무튼 콘셉돌이라는 별칭이 따라다닐 만큼 특정 주제를 비주얼 하는데 감각이 뛰어난 듯요.
이 노래 이외에 뱀파이어(다칠 준비가 돼 있어), 지킬 앤 하이드(hyde+대. 다. 나. 다. 너), 저주인형(저주인형), 시간여행자(기적), 사이보그(Error), 사랑의 노예(사슬), 그리스 신화의 신(2016년 케르 3부작), 동양풍 신선(도원경), 조향사(향) 등 독특한 콘셉트가 활용되었고 도원경은 케데헌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Chained up'입니다. 무언가를 감는 chain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정말 묶여버렸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화자는 누군가에게 사랑에 빠진 자신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잔뜩 긴장한 채 어깨를 굴려 난 네 주윌 어슬렁거려 uh/ 나를 굴복시킨 채찍 너머로 넌 날 응시해 뚫어지게 (옳지 착하지)/ 거친 내 숨결 다가와 어루만질 때 나는 이렇게 아픈데 (너무 아픈데) 돌아서지 못해/ Eenie meenie minie moe 주인이자 먹잇감 (Yeah-yeah) Eenie meenie minie moe 사랑이자 독재자 넌 나의 사랑이자 독재자 ' 부분입니다. 사랑의 포로가 된 화자 자신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가사 중 'Eenie meenie minie moe'는 우리나라식으로 하면 가위바위보나 딩동댕 같이 뭘 선택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라고 하네요.
2절을 볼까요. '철컹철컹 쇠사슬이 걸린 이미 나 태어나 처음 널 봐버린 짐승처럼/ 무조건 네게 길들여진 절대 너를 떠날 수 없어 (Think about it)/ 가려운 상처 너는 딱 거길 긁어줘 세상 너만이 아는데 (날 아는데)/ 돌아올 수밖에 Eenie meenie minie moe 아픔이자 치료약 (Yeah-yeah) Eenie meenie minie moe 감옥이자 paradise 넌 내 감옥이자 paradise ' 부분입니다. 화자는 상대에게 길들여져 이제 어디로도 떠날 수 없습니다. 화자에게 상대는 극단의 감정을 선사하는 존재입니다. 아픔과 치료약, 감옥이자 파라다이스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손을 들어 난 Freeze! Armor Down! Nananana NananaNanana 날 차갑게 내쳐도 괜찮아 떠날 수 없어 Chained up Chained up 무릎 꿇어 난 Freeze! Armor Down! Nananana NananaNanana 또 이러다 다쳐도 괜찮아 난 꼼짝없이 Chained up Chained up' 부분입니다. 총을 디밀면서 외치는 말 'Freeze! Armor down!(꼼짝 마! 무기 내려놔!)'. 완전히 상대에게 무장해제가 되어버린 화자입니다. 사랑의 사슬에 완전히 결박되어 버렸지만 괜찮다고 말하네요.
'손길을 되새겨 새겨 새겨 cuz I’m not ready to go, no I’m not ready to go/ 널 흉터처럼 새겨 새겨 새겨 cuz I’m not ready to go 아마 영원히 그렇겠지/ I love her 매일 너의 머리맡에 잠이 들어 난 I want her 거부할 수 없어 거부할 수 없어/ 또 LOCK LOCK LOCK 내 심장에 줄을 달아 못 박고/ BANG POW POW
절대로 너를 벗어날 수 없는 나/ 사랑에는 높낮이가 없는 줄 알던 난 영원히 갇혀 살아 바보처럼 난' 부분입니다. 랩 가사인데요. 가사 중 '사랑의 눈높이가 없는 줄'에서 엄연히 주인과 노예의 존재를 말하고 있는 듯하네요. 그만큼 상대에 휘둘리는 자신의 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Freeze! Armor Down! Nananana NananaNanana 몇 번이고 가까이 다가가 두 발이 묶여 Chained up Chained up 얼어버려 난/ Freeze! Armor Down! Nananana NananaNanana 내 주인은 너란 걸 잘 알아 영원히 네게 Chained up Chained up/ 바보처럼 난 Freeze! I’m a slave! Nananana NananaNanana 난 사나운 눈빛을 내려놔 두 발이 묶여 Chained up Chained up/ 얼어버려 난 Freeze! Armor Down! Nananana NananaNanana 날카로운 발톱을 묻어놔 영원히 네게 Chained up Chained up' 부분입니다. 하이라이트의 변형 가사인데요. 남성미 넘치던 짐승 같은 화자가 상대를 만나 얌전한 애완동물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죠. 상대 앞에서 배를 보여주며 항복이라도 하는 걸까요?
음. 오늘은 제목 '사슬'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슬 하니까 어제 읽었던 책의 내용이 단박에 떠오르더라고요. 이걸 좀 소개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가 보도록 하죠. 코끼리 이야기입니다.
옛날 옛날에 코끼리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이 코끼리는 서커스를 했답니다. 하하하. 그런데 지나가던 행인이 너무도 허술하게 묶여 있는 코끼리를 보며 코끼리 주인에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합니다. '이 정도로 코끼리를 어떻게 지킵니까? 더 굵고 단단하게 묶어 놓아야지요' 그랬더니 코끼리 주인이 말합니다. '괜찮습니다. 저 코끼리는 한 번도 달아나려고 한 적이 없습니다'라고요.
사연을 들어보니 이러했습니다. 지금 묶여 있는 코끼리의 사슬은 어릴 적부터 쓰던 것이었는데요. 코끼리가 어릴 적에는 달아나려고 했었다는군요. 지금은 등치에 비해 사슬의 두께나 강도가 보잘것없지만 당시에 어린 코끼리에게는 도망가지 못하는 수준이었죠. 그걸 코끼리는 몸이 한참 큰 후에도 기억하고 있어서인지 도망을 치려는 생각 자체를 안 하게 되었다는 이야깁니다. 무늬만 사슬을 한 셈이죠.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저는 현대그룹을 만든 정주영 회장이라는 분이 잠깐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그 유명한 '이봐. 해 봤어'라는 말을 남긴 분이죠. 요즘 뜨고 있는 조선 산업을 일군 분이기도 합니다. 배 건조할 돈이 없어서 외국 은행에 오백 원짜리 종이돈에 있는 거북선 보여주며 우리 이런 민족이야라고 설득했다는 일화가 따라다니죠. 지금 전 세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조선 산업이 이 분의 노력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다른 각도로 보면 자신이 가진 한계를 우린 너무 쉽게 재단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직접 해 보지 않았으면서 '나는 안 돼' '그건 안 돼' 하는 것들이 우리들에게 꽤나 많잖아요. 어쩌다 우연처럼 어떤 일이 되고 난 후에 이게 이렇게 쉽게 되는 줄 진즉 알았더라면이라는 푸념을 내지르곤 하죠.
제가 본 책에서는 '나로 사는 삶'을 살려면 이 코끼리가 끊어내지 못한 사슬을 끊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안 해 봐서 그렇지 불가능하지 않다는 의미로 말이죠. 그걸 끊어내면 자유의 몸짓을 하게 된다는 의미였습니다. 지금 여러분들은 어떤 사슬에 묶여 있나요?
이 노래처럼 사랑에 빠지면 우린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상대에게 끌려다니기 십상이죠. 더 많이 사랑한 죄를 달게 받게 된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상대방이 어떤 제안을 하더라도 그것에 호응할 것인지 아닌지는 자신이 결정하면 될 문제입니다. 사랑하기 때문에는 어찌 보면 핑계라고 할 수 있죠.
본인이 그러고 싶으니까 간이고 쓸개고 다 빼주는 격이죠. 그러다 사랑 전선에 이상이 발생하면 본전을 떠올리며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 있는 거냐. 내가 너에게 어떻게 했는데'라는 신파극을 연출합니다. 사실 상대가 원하지도 않는 일들을 스스로 해 놓고 책임지라는 말로 들리기까지 합니다. 하하하.
사랑이 참 어려운 게요. 사랑은 자유와 같은 듯 다른 결을 갖고 있어서입니다.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자유로워져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죠. 예속되고 사슬에 묶기고 달아나려 해도 그렇게 못하고 말이죠. 사랑은 연결이기 때문에 그 연결의 강도를 떠나서 혼자인 것보다 더 자유로울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런데도 우리는 사랑을 위해 자신의 자유를 멋들어지게 내놓곤 하죠. 그래서 사랑이 요망한 것 같기도 합니다.
화자는 자발적 구속을 선택했습니다. 말은 상대가 자신을 사슬로 묶고 안 놔준다고 하지만 사실은 자신이 사슬을 구해다가 스스로를 묶고 있는 형국처럼 보입니다. 한 마디도 본인이 좋아서 한 일이죠. 그러면서 사랑의 앙면성을 절실히 확인하고 있죠. 상대는 아픔이자 치료약이고 감옥이자 파라다이스가 됩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사랑할 자유가 있는 반면 이별할 자유도 있죠. 상대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상대가 사슬로 누군가를 옭아매려 해도 상대가 빠져나가고자 한다면 가둘 수는 없는 일입니다. 사랑에는 타인의 의지가 있고 없고 보다 자신의 의지가 더 중요하죠.
화자는 사슬에 묶였지만 그 상황을 죽기 살기로 빠져나오고 싶은 심정이 아닌 듯합니다. 일명 길들여진 까닭이죠. 앞에서 언급한 장성한 코끼리지만 작은 사슬마저도 끊으려 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할 수 있는 데도 안 하고 있다고 봐야 옳을 것 같습니다. 이런 것 그래도 봐 줄만 한데 못한다고 생각해서 하지도 않고 순응해서 사는 것은 좀 아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내 인생의 주도권을 누군가에 함부로 넘기는 일은 우리 인생에서 금기시해야 하는 일일 테니까요? 지금 여러분이 묶여 있는 사슬은 어떤 모습인가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사람의 생각이라는 것이 참 무섭기도 합니다. 할 수 있는데도 못하는 상황으로 인식을 하기도 하고 역으로도 그러하죠. 그 책에서 보니 남 탓이 가장 아둔한 짓이라고 하던데요.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려야 일말의 희망이라도 있다고 하더군요. 사슬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일지도 모릅니다. 그것을 뒤 업는 일이야말로 목숨을 걸어야만 가능한 일이겠죠. 코끼리는 충분히 달아날 수 있으면서도 과거의 지식과 경험으로 인해 끈을 끊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길들여진 것이 아닐까 싶네요.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