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호는 1991년 데뷔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가 그의 데뷔곡입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OST에 삽입된 바 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음악에 꽂혀서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수의 길을 걷데 되었다고 하네요.
홍익대학교 캠퍼스 밴드인 '블랙테트라' 9기 보컬로 활동했습니다. 이후에도 '비상탈출' 그리고 '푸른 하늘' 등에서 그룹 활동을 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가 왜 푸른 하늘의 유영석 씨가 작곡, 작사가로 참여하게 되었는지 눈치채셨죠? 곡 분위기도 푸른 하늘 풍입니다.
1992년에 2집을 발매하였고 같은 해 2집 리메이크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아쉽게도 가수 생활은 여기까지였습니다. 유학을 떠났고 현재 RC 조종사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하는데, RC 조정사라는 게 찾아보니 무선 조정이네요. Radio Control의 약자이고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늦지 않았음을'입니다.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제목이네요. 늦었다는 것인지 늦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건지 말이죠. 하하하. 전체 가사를 보면 '늦지 않았다면'이 제목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젠 모두 지난 일이 된 걸까/ 아직 너의 음성 들릴 것 같은데/ 이대로 멈춰진 우리의 시간/ 지켜봐야 하는지'가 첫 가사입니다. 환청이라도 들리는 것일까요? 헤어짐의 상처가 너무 깊어 병이라도 생긴 걸까요? 상대와 함께 있을 땐 잘도 흐르던 시간이 헤어지는 순간 각자의 시간은 흐르지만 함께의 시간은 멈춰서 있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화자가 그 상황을 그냥 지켜본다는 말은 그래서 상대와 헤어진 채로 그대로 두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다시 만나려고 애써봐야 하는 것인지 사이에서 갈등을 하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대 고운 눈동자를 떨구며/ 놓인 커피잔 만지던 기억이/ 아직도 내 곁에 있는 것 같아/ 아쉬움에 눈물을 떨구네' 부분입니다. 아마도 헤어지는 장면을 반추한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여전히 상대의 눈동자는 아름다웠습니다. 무슨 말을 할지 몰라 입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은 채 앞에 놓인 쓰디쓴 커피잔만 쪼물닥 거리고 있었죠.
그때의 상황을 떠올린다는 것은 아쉬움 지점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아직도 내 곁에 있는 것 같은 생각은 헤어짐의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화자를 보여주고 있죠.
'언제였나 작은 공원 벤치에서/ 두 손을 잡으며 입맞춤하던 날/ 이제는 내 작은 기억으로 남아/ 나의 슬픈 밤을 적시 우는데' 부분입니다. 상대와 만나면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화자는 공원 벤치에서 두 손 잡고 입맞춤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존재는 사라지고 기억만 남아 있죠. 그래서 화자의 마음은 눈물로 적시워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밤은 낮과 밤의 밤이 아니라 화자의 마음 상태를 표현한 것 같아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늦지 않았음을/ 그대 내게 말하여 준다면/ 난 말도 못 한 채 눈물 흘리며/ 그대의 남은 빈자리로/ 남몰래 찾아가/ 끝없이 너를 바라볼 거야' 부분입니다. 아직도 끝난 게 끝난 것이 아닌 화자에게 상대가 아직도 늦지 않았다고 신호를 준다면 무조건 달려가고 싶다는 화자의 진심을 표현하고 있죠. 빈자리로 남몰래 찾아간다는 표현이 소심한 혹은 세심한 화자의 성격을 대변하는 것 같습니다.
음. 오늘은 제목 '늦지 않았음을'에 대해 썰을 풀어보겠습니다. 시작이 반이다 혹은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른 것이다 뭐 이런 말 들어보셨죠? 무언가를 할지 말지 망설일 때, 혹은 너무 먼 길을 걸어가야 해서 아득할 때 용기와 응원의 메시지로 던지는 표현이죠. 이 노래에서는 상대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냐는 의사를 물어보는 표현으로 쓰였죠.
아시다시피 코리안 타임이란 게 있습니다. 10시에 만나자고 하면 5, 10분 늦는 것은 기본이고 상대가 전화할 때마다 '다 와가'만 주야장천 외치는 나쁜 한국인들을 일컫는 말이죠. 물론 비즈니스나 누군가와의 시간 약속처럼 정확히 몇 시 몇 분이 주어진 상황이라면 늦었냐 안 늦었냐를 판단하기 쉬울 겁니다.
그런데 말이죠.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라는 가사 들어보셨죠? 도대체 몇 살을 이야기하는 걸까요? 짐작이 가시나요? 이 가사가 나오는 노래의 정황상 좀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사랑에 나이가 어디 있냐는 의미로 읽히는 가사입니다. 50대 이상? 하하하.
이처럼 보는 사람에 따라서 시간의 늦음과 늦지 않음을 보는 것에도 차이를 보입니다. 공부는 학창 시절에 주로 하지만 학창 시절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 그 설움을 노인 학교에 다니며 한글을 깨치는 분들도 있잖아요. 아마 그분들엔 지금이 공부하기에 딱 좋은 나이 혹은 때 일 겁니다.
사실 우리 인생에 뭘 하기 딱 좋은 나이라는 건 없습니다. 여행을 예를 들어볼까요? 젊어서는 체력은 되는데 돈이 없습니다. 중년이 되어서는 돈은 좀 있고 체력은 좀 되는데 시간이 없습니다. 나이 들어서는 돈과 시간도 풍족할 순 있으나 체력이 안 따라 줍니다. 우린 언제 여행 다녀야 하는 걸까요?
공부로도 예를 들어 볼까요? 학창 시절에는 공부 말고 하고 싶고 재미있는 일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래서 공부에 집중하기 어렵죠. 중년이 되어서는 애 키우고 회사일 하느냐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공부할 틀이 없죠. 노인이 되어서는 눈도 침침하고 책상에 오래 앉아 있으면 금세 허리가 아픕니다. 언제 공부해야 하나요?
이제 이해가 되셨죠? 한 인간의 라이프 사이클을 보면 젊어서는 공부하고 사회 나오면 돈 벌고 늙으면 쉬어라 하는 표준 시계는 있지만 가끔 시계가 멎기도 하고 빨리 가기도 하고 그러면서 다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게 되죠. 그러니 표준 시계와 적지 않은 편차가 발생하는 것일 테고요.
이런 상대성은 사랑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늦었다 혹은 늦지 않았다는 것을 결정하는 것은 두 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의 마음이죠. 이미 마음을 접은 사람이 보면 늦은 거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늦지 않은 것일 테니까요. 딱 좋은 나이도 딱 좋은 타이밍도 저마다의 여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죠.
그래서 말씀드립니다. 뭔가를 시작할 때 너무 늦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내려놓으시라고요. 그냥 하면 됩니다. 그동안 못 한 것은 의지박약이든 경제적 문제든 수많은 원인이야 있겠지만 지금이라도 하면 됩니다. 늦었다는 것은 표준 시계 기준이고요. 우린 각자의 시계를 보며 사는 것이니까요.
이 노래의 화자처럼 상대방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맙시다. 상대는 상대의 시계로, 나는 나의 시계로 살면 그만이잖아요. 그나저나 여러분들은 지금이 뭐 하기에 딱 좋은 나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어제 대만에게 야구를 지는 바람에 화가 끓어서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진짭니다. 하하하. 가급적 브런치를 포함한 개인의 글쓰기는 기분 좋을 때 혹은 머리가 맑을 때 하는 게 원칙인데, 어제는 기분이 영 그랬거든요. 야구에 진심인 거죠. 전 10년 후에도 이러고 있을 거라 자신합니다. 야구에 미치는 것도 나이가 따로 없다고 믿으니까 위안이 좀 됩니다. 동시에 브런치도 야구만큼 진심으로 오래오래 함께 했으면 하네요.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