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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Nov 11. 2024

[가곡] 인생 (메조소프라노 이지영)

작사/작곡 신상우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신상우'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XH9 E3 raR0 xk? si=XXSU5 QmMBxN7 ZDGg

걸어온 길 뒤돌아 보니

 

나의 이야기 남아 있고


빛바랜 기억과 흘린 눈물


우리의 인생이라


- 신상우의 <인생> 가사 중 -




신상우는 1집 앨범 '내가 너를 사랑함이라'로 1995년 데뷔했습니다.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입니다. 중학교 2학년 가곡 작곡 대회에서 1등을 수상한 이후 작곡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합니다. 수많은 크리스천 음악인 CCM도 작곡했고요.

서울대학교 작곡과를 졸업했고요.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넘다 들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베토벤 바이러스' '주몽' '대조영' '제빵왕 김탁구' 등 대중음악에도 참여했고 OST, 뮤지컬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간암 투병 끝에 2017년 50세의 나이로 별세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발표 시점이 정확하지가 않네요. 챗GPT에게 물어봤더니 2003년에 발표되었고 드라마 <올인>도 OST로 삽입되었다고 나오는데, 확실하진 않네요. 저는 어느 연주회에 갔다가 이 노래에 귀가 쫑긋 새워져서 검색을 통해 알게 된 노래입니다.

온 가족이 캐나다로 이민을 가게 되어서 문화적 차이 등으로 힘들어할 때 하나님과 만나게 되었고 CCM에 눈을 뜨게 되었다고 하네요. 30대 중반에 쓴 가사라고는 믿기지가 않는데요. 그만큼 고단한 삶을 살았던 것은 아닌지 하는 추측을 해 보게 되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인생'입니다.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은 단어죠. 비발디의 <사계>가 사계절을 음악의 모티브로 사용했듯이 이 곡 역시 우리 인생을 사계절에 빗대어 만든 가곡입니다. 시를 먼저 쓰고 그 위에 음을 배치했다고 보이네요.

'길고 길었던 겨울/ 봄은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견뎌내고 보니 어느덧 봄이더라'가 첫 가사입니다. 차디찬 바람과 추운 날씨가 이어지는 겨울은 유독 길게 느껴집니다. 봄이 오길 간절히 기도하게 되죠. 어린아이처럼 긴 겨울을 스키 타고 썰매 타며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어른이 되면 눈길이나 난방비 걱정 등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다 보니 즐긴다기보다는 견딘다에 가까운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시간 앞엔 장사 없듯 여지없이 봄은 우리 발 밑에 어느샌가 와 있습니다. 우리 인생 역시 고난의 시간을 건널 땐 끝이 어디인지를 가늠할 수 없지만 언젠간 고난의 시간은 반드시 끝나게 되어 있죠. 그리고 웃는 시간도 옵니다.

'숨 막히게 더운 여름/ 지쳐 쓰러질 것만 같았는데/ 참아내고 보니 어느새 가을이더라' 부분입니다. 여름 역시 겨울과 대척점에 서 있는 계절이죠. 유난히 길게 느껴지고요 숨이 턱턱 막히며 우리 모두를 지치게 하는 계절이죠. 하지만 여름이 아무리 발버둥처도 가을에게 바통을 넘겨주게 되죠.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어두움/ 등불 같은 친구 곁에 있었고/ 멀고 먼 길 홀로 걸을 때/ 누군가 내 손 잡고 함께 걸으니' 부분입니다. 그리도 힘들고 고단한 길을 걷는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 길을 같이 걸어가는 동반자입니다. 나만 힘들고 고단한 것이 아니라 동반자 역시 힘들고 고단하다는 것이 일차적인 위안이 되고요. 내가 힘들 때 동반자가 도와주고 역으로 동반자가 힘들 때 내가 도와주는 이차적인 장치가 작동하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걸어온 길 뒤돌아 보니/ 나의 이야기 남아 있고/ 빛바랜 기억과 흘린 눈물/ 우리의 인생이라' 부분입니다. 2절에서는 '걸어갈 길 눈 들어 보니/ 까마득해 보이지만/ 새겨질 발자국 하늘빛 미소/ 우리의 인생이라' 부분이 나옵니다.

개인적으로 이 노래에서 뒤돌아 보니 이야기가 남아있다는 가사가 참 마음에 듭니다.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이 매치를 이루고 있습니다. 걸어온 길은 기억과 눈물이 걸어갈 길은 두려움과 기대가 공존하고 있는 듯하네요. 이것이 우리의 인생인 걸까요? 하하하.


음. 오늘은 가사 중 '걸어온 길 뒤돌아보니/ 나의 이야기 남아 있고'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책이나 글을 쓰는 한 사람으로서 이 말에 절로 공감이 됩니다. 흔히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하는데요. 호랑이는 보호해야 하고 사람은 이야기를 남긴다로 변경할까 봐요. 하하하.

우리 모두는 다 작가입니다. 브런치에서 활동을 하든 안 하든 책을 내든 안 내든 심지어 글을 쓰든 쓰지 않던 다 작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모두가 지금을 살아간다는 건 자신의 이야기를 남기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단지 글자로 기록할지 머릿속에 기록할지는 각자의 판단에 따르는 것이니까요.  

모든 사람이 걸어온 길은 이야기가 됩니다. 다만 재미나 의미가 있는 이야기가 있고 그렇지 않고 식상하고 구태의연한 이야기가 있을 뿐이죠. 우리의 인생을 이야기라고 본다면 하루하루는 그 이야기를 이루는 장면이 될 겁니다. 오늘 여러분은 어떤 장면의 하루를 사셨나요?

누군가는 말합니다. 우리의 인생은 한 권의 책이 되는 거라고요. 하루하루의 이야기를 담아 쓰이는 책이라고요. 우리들의 인생 이야기는 누군가의 이력서처럼 엄한 아버지와 자상한 어머니로 시작해서 잘 먹고 잘 살았다 정도로 끝나진 않습니다.

살다 보면 사계절 같은 고난과 시절이 상존하기 때문이죠. 누군가에게나 힘들고 어려운 시기는 있고 그걸 어떻게 견디고 참아내느냐에 따라 인생의 페이지가 전혀 다른 곳을 향해가곤 하죠. 그리고 그런 어둡고 컴컴한 시간은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시작과 끝점이 존재합니다.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겪었는지 그리고 그 기간이 얼마나 이어졌는지에 따라 이야기의 흥미도는 거꾸로 상승하는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이 악역에게 당하는 시간은 80~90% 이상이고 결국 결말쯤에 가서야 악역을 물리치고 주인공이 살아남으니까요.

어찌 보면 자신의 이야기를 잘 쓴다는 것, 인생을 잘 살아간다는 것은 염세주의자로 알려진 쇼펜하우어처럼 고통을 끓어 안고 사는 시간과 정비례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는 고통이 우리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요. 우린 의례 고통을 피하려고만 해서 그 속에 담긴 인생의 참 의미를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좋은 검을 만들기 위해 대장장이가 쇠붙이를 뜨거운 불에 넣어 달구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처럼 어느 누가 우리 삶을 단련한 답시고 불구덩이에 자발적 의지로 뛰어들 수 있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의지와 달리 우리 앞에 찾아온 고통은 큰 선물입니다. 그걸 어떻게든 견뎌내면 그만큼 그 사람은 강해지고 단련이 되는 까닭입니다. 그 지난한 과정을 거쳐 고통과 맞서 싸워 끝내 이기며 긍정의 감정을 누리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게 흠이죠. 그런데 우리 인생이 그런 것 같습니다.

한동안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던 무언가를 털어내서 기분이 홀가분한 것도 잠깐 또 다른 시련과 고민이 어깨에 올라타서는 내려오질 않는 격이랄까요. 엄밀히 따지고 보면 어깨에 뭐가 없는 시간보다 있는 시간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캐치하는 게 우리 인생사에 좀 더 유리할런지도 모르겠네요.

이야기는 짓는 사람 마음입니다. 하지만 눈 뜨면 경제 활동이나 학업을 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선 본인의 이야기 전체를 마음대로 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죠. 그런 필수불가결한 시간 빼고 진짜 본인의 마음대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시간이 여러분은 얼마나 되시나요? 저는 이 지점이 누군가의 인생 스토리가 쓰이는 시간이라고 봅니다. 남들과 똑같은 이야기는 본인 이야기할 시간이 없는 상황인 것이니까요.

인생에서 수없이 발생하는 제약을 딛고 써낸 자신의 이야기로 인생을 수놓았으면 합니다. 설사 그 이야기 속에 즐거움보다는 고통이 몇 배가 더 많더라도요. 갈 길은 까마득하지만 그 발자국들이 모여 그동안의 고통을 싸잡아 하늘빛 미소로 바꿔줄 그날을 기약해 봅니다.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오늘 3번째 가곡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생각보다 작곡가에 대한 내용이 별로 없어서 정리하느냐 애를 좀 먹었네요. 신상우 씨는 꽤나 유명한 분인데도 말이죠. 저는 신상우 씨를 이야기로 기억할 것 같습니다. 외국에서 외로운 삶을 보내다 종교에 귀이한 이력을 가진 인물로요. 여러분들은 나중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하시나요? 지금 그렇게 이야기를 써 가고 있으신가요?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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