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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Nov 07. 2024

사준의 <메모리스>

작사/작곡 장용진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사준'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DN4_5 Gx2 QZg? si=F9 XMRBe6 M3 FR-ozP

떠나가도 돼 나를

눈물 감추며 날 지켜봐 준

그대를 보냈지만


언제나 널 지켜볼게

이제 넌 나의 곁에

다시 나에게 돌아와 줘


언제까지라도


- 사준의 <메모리즈> 가사 중 -




사준은 1995년 데뷔했습니다. 명문대인 플로리다 공과대학을 졸업한 수재네요. 처음엔 댄스 가수로 출발했다가 발라드 가수로 전향한 케이스입니다. 총 4장의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미국 유학에서 돌아와 발매한 1집은 댄스 곡 중심으로 큰 반향이 없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곡은 1997년 발매한 2집에 실린 타이틀 곡입니다. 2집 음반 작업을 마치고 댄스곡에 미련을 못 버려서 <호박>이라는 곡과 타이틀 선정 경합을 벌였다는 후문이네요. 1990년대 후반 많은 히트곡을 만들었던 장용진 씨가 작사, 작곡했습니다. HOT의 <캔디>를 비롯해서 유피의 <뿌요뿌요>, 바다, 태사자 등의 히트곡을 작곡했습니다. 주영훈, 윤일상 등과 함께 당시에 블루칩으로 통했다고 하죠.

귀공자풍 외모가 발라드 노래와 매치되면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노래는 2012년 방영된 <응답하라 1994>에서 서인국 씨가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불러서 역주행을 기록했습니다.

사준은 '원히트원더' 가수로 봐도 무방할 듯합니다. 1998년 3집, 1999년 4집을 발표하고 반응이 없자 더 이상 가수 활동을 하지 않았고요. 컴퓨터 쇼핑몰을 운영했고 애플쇼핑몰에도 참여했다가 그만두었다고 검색되네요. 일반 회사원으로 근무 중이라는 것이 최근 근황으로 잡히고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메모리즈'입니다. 무언가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보는 것, 회상에 대한 이야기죠. 화자에겐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요?

'당신께 드릴 말이 있어요/ 지금껏 날 지켜준 당신에게 난/ 나의 마음을 숨긴 채/ 웃어야 했죠' 부분입니다. 상대가 화자를 그동안 지켜주었고 화자는 그런 상대에게 마음이 있었지만 웬일인지 그 마음을 숨기고 웃음으로 대처했습니다. 뭔 일일까요?

'무너진 내 모습 그대 볼까 봐/ 겉으로 자신 있는 모습으로/ 난 지켜준 당신 앞에/ 웃고 있었죠' 부분입니다. 아마도 화자는 힘든 시기를 보냈던 것 같고 그것을 내색하지 않으려 했던 것으로 보이네요. 남자의 가오 같은 걸까요? 자신을 지켜준 상대에게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던 걸까요?

'때론 실망한 적 많았죠/ 그대도 나처럼 약해질 때/ 한없이 나의 아픔들은/ 모두 받아줄 거라 믿었는데' 부분입니다. 화자는 언제나 상대가 자신을 보듬어 줄거라 믿었던 것 같네요. 하지만 때때로 상대 역시 사람인지라 약해지기도 하고 그것이 화자를 실망하게 했을 수 있겠네요.

'하지만 괜찮아요/ 이제 당신께 말할게요/ 한 번도 그대 상처 감싸주지는 못했지만/ 난 괜찮아' 부분입니다. 조금 가사가 이상하죠? 자신을 실망시킨 부분에 대해 괜찮다고 말하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정작 자신은 한 번도 상대의 상처를 감싸주지 못했다는 사실이 말이죠. 상대는 주기만 하고 화자는 받기만 하는 균형이 깨진 관계라고 봐야 할까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떠나가도 돼 나를/ 눈물 감추며 날 지켜봐 준/ 그대를 보냈지만/ 언제나 널 지켜볼게/ 이제 넌 나의 곁에/ 다시 나에게 돌아와 줘/ 언제까지라도' 부분입니다. 바라기만 했던 상대가 떠납니다. 그동안 많이 참아온 것을 아는 화자 입장에선 가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다음 가사 전개가 좀 그렇습니다. 상대가 돌아오길 기대하며 곁에서 언제까지라도 지켜보겠다는 반응이거든요. 헤어짐에 대한 반성도 없고 자신의 마음만 챙기는 것 같은 느낌. 이기주의자의 사랑인가요? 나쁜 남자 스타일인가? 하하하.


음. 오늘은 가사 중 '무너진 내 모습'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살다 보면 가끔씩 마음이 무너질 때가 있습니다. 철석같이 믿었던 사람에게서 배신을 당한다든가, 그토록 염원하던 일이 고지를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실패로 일단락될 때 우리 마음은 끝 모를 추락을 경험하죠.

어떤 단어의 뜻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그 반대편의 말을 떠올려 보면 좋습니다. 무너지다의 반대는 쌓다겠죠. 평상시 차곡차곡 쌓아 올린 마음이 한 번의 충격으로 도미노처럼 쓰러져 내는 상황을 떠오르네요. 쌓는 시간은 긴 기간 지루함 따위를 감당해야 하는데 반해 무너지는 시간은 야속하게도 매우 짧습니다.

그 허망함을 뒤로하고 다시금 그 자리에서 처음부터 무언가를 쌓아 올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우리 인생이 그렇습니다. 무언가를 성취한 기쁨은 반나절을 못 가지만 그것을 이루기 위해 보내야 하는 시간은 그 보다 몇 배 혹은 몇 백배가 걸리니까요.

무너지는 마음을 부여잡기 위해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보는 사람마다 자신의 감정을 토로합니다. 또 누군가는 긴 칩거에 들어가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반대로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서 에너지를 충전하기도 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쪽에 속하시나요?

우린 살다 보면 적지 않게 무너지는 순간을 경험합니다. 그러면서 참담한 마음을 느끼죠. 저의 경우 제가 다니던 그룹이 워크아웃을 선언한 날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유일하게 잠을 못 이룬 하루를 보낸 사건이었죠. 전혀 예상도 못 했던 일이었습니다. IMF의 한 장면과 데자뷔 됐다고 할까요.

우리가 인문학이나 철학을 엿보는 이유도 바로 살면서 찾아오는 무너지는 시간을 대비하기 위함이죠. 평소에 마음을 단디 하면 위기 상황이 되었을 때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 같은 거요.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무너지는 원인이 너무 강력한 나머지 종이장처럼 한 방에 날아가는 건 대동소이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다시 일어서는 과정이 아닐까 합니다. 그냥 마음을 추스르는 것보단 역사가 그랬고 남들도 그랬던 일이라 나만 특별한 일이 아님을 이해하면서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빠지거나 그 늪에서 긴 시간을 보내지 않도록 한다는 점일 겁니다. 흔히 말하는 멘털이 잘 흔들리지 않는다는 게 그런 거겠죠.

이 노래처럼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누군가는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존재라는 점을 주목해 봅시다. 결국 무너지는 것도 본인이고 약간의 도움을 받을 순 있겠지만 그 자리에서 땅을 짚고 다시 일어서야 하는 것도 본인이죠.

그러니 무너짐에 대한 설루션을 외부에 의존하기보다는 자신 안에 놓는 것이 더욱 안전한 길임은 분명할 겁니다. 철학과 인문학이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긴 생명력을 갖는 이유도 이 점일 테고요. 어느 누구도 소개는 해도 그걸 깨닫고 실천하는 것은 각자의 영역에 있는 것이지요.

마음의 무너짐은 부지불식간에 예고도 없이 찾아옵니다. 무너진다는 것은 역으로 보면 좋은 일입니다. 잘 쌓아 올렸다면 무너질 일이 없겠지만 뭔가 쌓아 올린 방법이 잘못되었으니 무너져 내린 것이라고 본다면 지금이라도 그 사실을 알고 다시 쌓을 수 있게 된 것이니까요. 너무 많이 쌓아 올린 다음 무너지면 더 큰일이 되잖아요. 무너지지 않게 잘 쌓고 설사 무너지더라도 다시 쌓을 수 있는 힘, 여러분들은 어디서 찾으시나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박빙이라던 미국 대선이 싱겁게 한 쪽으로 기울며 끝났네요. 이번 대선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 나중에도 기억해야 하는 부분은 실제 결과와 괴리를 보인 예측 영역이었는데요. 큰 선거 때마다 이런 부분이 많이 회자되곤 하죠. 언론사마다 당선됐으면 하는 사람에게 후한 보도를 하는 속성 때문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저도 예상이 완전히 빗나겠네요. 하하하. 역시 메시지보다 우선하는 것은 말하는 자가 누구인지를 살펴보는 것이라는 핵심을 놓쳐선 안 되겠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네요. 여러분들은 미 대선 결과 어찌 보시는지요?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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