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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근의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선명하게 남아>

작사/작곡 박가이로빈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전상근'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o6 QeCDp2 oyU? si=RfNureLqf0 jdTPBy

사랑은 지날수록 더욱 선명하게 남아


우리의 감정이 모자라서 그랬었나 봐


이별은 떠나볼수록 다시 깨닫게 해 줘서


아름다웠던 우리가 그리운데


- 전상근의 <시간은 지날수록 더욱 선명하게 남아> 가사 중 -





전상근은 2016년 데뷔했습니다. 서울예술대학교 실용음악학과를 졸업했습니다.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 출연하며 가요계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같은 해 <마녀보감> OST인 '너 하루만 너를'을 불렀고 이어서 데뷔 싱글 앨범을 발매했죠.

2017년 <수상한 가수>라는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해 또 한 번 존재감을 드러냈죠. 이때까지만 해도 다른 가수의 노래 커버를 잘하는 가수 정도로 인식이 되었죠.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신의 음악을 선보이게 주류로 편입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음악 프로그램인 <더 리슨>에도 출연했죠.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2020년 발매한 그의 첫 번째 미니 앨범에 실린 타이틀 곡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랑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헤어지고 남는 건 선명하게 남는 추억들 뿐, 곁에 없는 상대방에 대한 그리움을 표한 곡'이라는 소개되어 있네요.

그는 감성 장인이라는 별칭처럼 주로 이별 곡을 부릅니다. <니가 아니라도>, <사랑이란 멜로는 없어>, <이별을 말할 때 너의 모습이 떠올라>, <오늘따라 더 미운 그대가>, <이별하지 말아요>, <왜> 등의 히트곡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음색과 가사 전달력이 일품이죠. 앞으로가 기대되는 가수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에 대한 소개는 위에 이미 했고요. 제목이 긴 경우는 나름 노래에 서사가 작동하는 것 같습니다. 약간 시어의 한 구절 같기도 하고요. 요즘 발라드 가수들 보면 이런 식으로 긴 제목을 쓰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아요.

'편해지고 변해가고/ 자연스러운 그런 과정/ 시도 때도 없이 다투면서/ 불안해진 마음/ 더는 멀어지기 싫은데/ 말 못 했던 얘기들을/ 말해봐도 너의 한숨뿐/ 쌓여왔던 오해가 깊어져/ 나도 지쳤는데/ 너는 아무 말이 없었어' 부분입니다. 사랑은 변합니다. 그 변화의 조짐은 잦은 다툼 그리고 쌓여가는 오해, 침묵 등을 통해 나타나죠. 이쯤 되면 서로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문득 지금 생각이 나/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어/ 아마도 널 사랑한 기억이/ 감싸고 있나 봐/ 너는 또 아무 말 없지만' 부분입니다. 사랑은 끝났지만 사랑했던 기억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기억이 시도 때도 없이 문득 나타나 손짓을 합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그 존재는 지금 곁에 없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사랑은 지날수록 더욱 선명하게 남아/ 우리의 감정이 모자라서 그랬었나 봐/ 이별은 떠나볼수록 다시 깨닫게 해 줘서/ 아름다웠던 우리가 그리운데' 부분입니다. 우리는 있을 때는 그 존재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죠. 상실이 찾아왔을 때 비로소 그 가치가 제대로 보입니다. 그런 까닭에 우린 떠난 뒤에 사랑했던 시간을 그리워하게 되죠.

'끝난 인연을 난 왜 이러는지/ 가끔 한 번씩은 마주쳐 줄래/ 그렇게 해줘 그렇게 하면/ 아주 조금은 괜찮을 거 같아' 부분입니다. 미련 한 바가지를 퍼 올려 봅니다. 이별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낮춰보고자 하는 몸부림이죠.

'사랑은 지날수록 더욱 흩어지지 않아/ 좋았던 시간이 가득해서 그런 건가 봐/ 이별의 시린 날들은 다시 깨닫게 해 줘서/ 아름다웠던 그때가 그리운데' 부분입니다. 사랑한 만큼 기억은 더욱 선명해지죠.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는 법. 열렬한 사랑을 꿈꾸었고 실행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응당 감내해야 하는 몫이죠.


음. 오늘은 가사 중 '편해지고 변해가고/ 자연스러운 그런 과정'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랑에서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변치 않는'입니다. 불변의 사랑이라는 것이 과연 있을까요? 사랑을 하는 사람이 늘 변하니 사람이 하는 사랑도 변한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인생에서 수렁에 빠지는 것은 '모든 것은 변한다'는 진리를 간과할 때입니다. 사랑을 할 때는 영원히 변치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이별을 할 때는 어찌 사랑이 변하냐며 지난 사랑에 대한 변함없는 마음을 버릴 수 없다고 호언장담하곤 하죠.

변화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우주의 운행 원리인 것 같습니다. 어제의 해는 오늘의 해와 다르고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와 100% 같지 않죠. 어제의 사랑도 오늘의 사랑과 비슷하게 보일 뿐 같지 않습니다. 사랑은 사람만큼 유동적이고 어떤 점에서는 변화무쌍하기까지 하죠.

예전에 이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세상에는 빠른 변화와 느린 변화만 있을 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고요. 느린 변화는 너무도 느려서 우리의 육안으로는 파악할 수 없습니다. 돌멩이를 보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 같지만 수천 년이 흐르면 어느새 해안의 모래가 되어 있죠.

우리 역시 하루하루라는 짧은 시간으로 보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그대로인 것 같지만 5년, 10년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 우리는 노화를 통해 변화를 역력히 읽어낼 수 있습니다. 늘 청춘일 것만 같던 누군가에게도 여지없이 변화는 진행되고 있었고 그 임계점을 넘어서자 그때 변화를 제대로 감지하게 되는 격이죠.

신체적인 변화나 시각적인 변화는 물론이고 우리의 정신이나 마음은 또 어떤가요? 아주 요란스럽죠. 시시각각 외부에서 조그만 환경 변화만 가해져도 기분이 들쑥날쑥합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해가 떠 있는 것과 우중충한 날씨인 것부터가 우리의 바이오리듬에 심대한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온 우주가 한 번도 서 있지 않고 운행을 하지만 우리는 살면서 무언가를 고정시키면 안전하다고 행복하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습니다. 궁궐 같은 집을 갖게 된다거나 높은 자리를 차지하면 그것이 움직이지 않게 하기 위해 뼈를 갈아 넣습니다. 설사 그게 성공한다고 해도 그보다 빠른 변화를 보이는 우리의 삶은 어느 순간엔가 죽음의 문턱에 와 있게 되죠. 만약 지금까지 지켜온 고정화된 것들을 남겨두고 떠나야 한다면 얼마나 마음이 헛헛할까요. 천년만년 살 것처럼 바위가 되는 삶을 꿈꾸는 것은 인간에게는 불가능하죠.

모든 것이 변하지만 그 변화를 거부할 때 우린 불행을 겪게 되는 것 같습니다. 부모님이 나이 들어 세상을 등지는 것도 변화의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그것을 거부하면 할수록 고통은 더 커지게 마련이죠. 님이 떠났는데 그 변화를 거부하면 온전한 자신의 삶을 이어가기 어렵습니다.

일명 꼰대라는 말도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지만 그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라떼는을 말하는 것이죠. 과거가 변해서 현재가 된 것에 가치 판단을 도모하기 전에 변화가 된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요구되는데 가치판단이 앞서는 꼴입니다.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은 모든 것은 변한다는 진리를 각자의 삶 속에서 녹여내는 일은 아닐까 싶습니다. 모든 것은 변하기에 집착하지도 말고 소유하지 않고 잠깐 빌려 쓴다는 마음을 내는 것이죠. 관계도 몰랐던 사람을 만나 편해지고 익숙해졌다가 헤어지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요. 감정도 조금만 지나면 지나가니 너무 거기에 휩쓸릴 필요도 없는 것이고요.

변화는 흐르는 물과 같습니다. 흐르는 물을 멈추면 당장은 괜찮아 보여도 오래 두면 섞게 되죠. 우리의 정신과 마음도 변화에 문을 항상 열어 놓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변화하는 한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변하지 않은 것을 추구하면 고통을 감내해야 하고요. 여러분들의 변화를 응원합니다.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계절의 변화가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오늘 부쩍 추워졌네요. 그 변화에 적응하려 평소보다 두꺼운 옷을 옷장에서 꺼내 입으셨겠죠? 겨울이 왔는데도 얇은 옷을 입고 나가면 감기 걸리기 십상이죠. 우린 변화하지 않으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변할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에게 능동적인 변화를 선사는 삶이면 참 좋겠네요.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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