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독일어 수업에서 깨달은 내 마음속 이야기
“Wie schmeckt der Apfel?”
뮌헨 생활에도 슬슬 적응한 어느 날, 독일어 수업 시간에 사과를 먹으며 같은 조 친구들끼리 맛을 독일어로 물어보는 활동을 했다.
마지막 남은 사과 한 조각. 친구가 내게 물었다. “너 먹을래?”
나는 답했다. “너 안 먹을 거면 줘.”
그랬더니 친구가 강한 어조로 되물었다. “아니 너 먹을 거냐고.”
평소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대화인데 이 대화는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생각하지 않은 채 다른 사람에게 판단을 미루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솔직하게 들여다보자고 다짐했다.
그 이후 나는 매일 잠에 들기 전 일기장을 펼치고 내게 물었다.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오늘 하루 중 가장 즐거웠던 일은 무엇이었는지.” 정말 간단해 보이는 질문이지만 이 질문이 “나”를 알아가는 데 있어 첫 번째 단계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는 흘러가는 시간 속 무심코 지나갈 수 있었던 말 한마디나 행동 하나를 되새김질하며 다시 한번 나를 웃게 해 주었다.
한국에서도 시간이 있을 때 줄곧 일기를 써왔었지만, 내용이 사뭇 달랐다. 보통 일기의 주제는 주로 “아쉬움”이었다. 더 열심히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이렇게 할 걸 하는 아쉬움. 이 말은 했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 하지만 이곳에서의 일기는 단순히 과거에 대한 후회를 담은 일기와는 달리 사뭇 다른 아쉬움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오늘 날씨가 좋았는데 벌써 하루가 지났다는 아쉬움. 좋은 사람들과 이런 이야기를 할 때 행복했는데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는 아쉬움. 이렇게 예쁜 곳을 나 혼자 알기에는 아쉽다는 마음. 결코 큰 것이 아니더라도 사소한 것에서부터 내가 즐거워한 일들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보는 파란 하늘에 호들갑을 떨며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찍고 뿌듯해하는 내 모습. 아이스크림 하나씩 들고 공원에 앉아 친구들과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지금까지 인생 이야기를 듣는 일.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내가 좋아하는 일을 알아가는 첫 발돋움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후에도 어디를 가든 일기장만큼은 나와 항상 함께하며 나 자신에게 질문을 했다. 멀리 여행을 가든 도서관을 가든 일기장은 항상 내 가방 한 편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렇게 5개월간 매일 나에게 던진 질문은 나를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다고 느끼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