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혼자 여행이 주는 깨달음에 관한 이야기
영국, 스페인, 네덜란드,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며 나 홀로 여행을 다닌 나라들이다. 사실 대부분의 여행을 홀로 떠났다. 사람마다 여행이 주는 의미는 다를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과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여행이 주는 가장 큰 의미가 될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여행은 내가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이 또한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처음 홀로 영국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 솔직히 이야기하면 걱정이 앞섰다. 첫 해외여행이기도 하고 혼자 가려고 하니 걱정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온전히 나를 위한 여행을 하고 싶어 혼자 떠났지만 여행 첫날 홀로 밥을 먹고 홀로 뮤지컬을 보는 내 모습이 어색하기만 했다. 아직 나는 나와 그렇게 친하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그렇게 1주일간의 영국 여행은 나와 아이스 브레이킹을 한 시간이었다. 홀로 있는 것이 조금은 어색하면서도 내가 먹고 싶은 음식들을 먹고, 힘들면 잠시 쉬었다 가기도 하며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축구도 직관했다. 그리고 1주일이 지나니 나는 나와 조금 더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벤치에 앉아 풍경을 감상하고 식당에 찾아가 한 명이라고 말하는 것도 자연스러워졌다. 더 나아가 현실에서 벗어나 오로지 나와 현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나도 좋았다. 홀로 있는 시간이 자연스러워지고, 이제는 홀로 있는 시간을 내가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이후에도 계속 혼자 여행을 떠났다.
영국에서 나와 아이스 브레이킹을 했다면 스페인에서는 처음으로 나와 대화하였다. 바르셀로나 여행을 하며 저녁을 먹고 야경을 보기 위해 카탈루냐 미술관 앞에 자리를 잡았다. 노을이 지고 그곳에는 피아노 버스킹을 하시는 분이 있었다. 너무나도 예쁜 노을과 함께 잔잔한 피아노 음악이 들리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 스스로에게 말을 걸게 되었다. 그때의 나는 처음 나에게 이렇게 말을 걸었다. “스페인에서도 내가 잘 지내고 있구나!” 그러면서 여태껏 내가 걸어왔던 길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리고 이유 모를 눈물이 흘렀다. 아마 내가 나 자신에게 말을 건 경험이 처음이라 그랬던 것 같다. 이후 문득 내가 정말 나 자신에게 말 한마디 걸기가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나 자신과 함께 하루 24시간 동안 항상 같이 있지만 나도 그랬듯 그중 나 스스로와 대화하는 시간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스페인에서 한 나와의 대화가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어쩌면 지금까지 내 마음은 어떤지도 모른 채 정말 “그냥” 살아왔었던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나 스스로에게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마음이 여유로운 날에는 핸드폰을 잠시 내려 두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내 마음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날이면 내가 나와 더 친해지고 있구나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