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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el Feb 20. 2023

파리에서 패션모델이 되다

첫 국제 모델 여행의 3주

내가 패션의 본거지 파리에서 모델로 살고 있을 줄이야! 불과 1년 전만에도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었다.

처음 모델이 된 것은 2021년 3월 중순. 한번 시도해 보지 뭐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몬트리올의 Next라는 모델사와 계약을 했다. 운이 좋았던 것인지 곧장 일을 하기 시작했고 잡지촬영도 몇 번 하고 최근에는 SSENSE에서 거의 매일 촬영하며 full time model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하루빨리 여행하고 새로운 곳들에서 또 다른 모험을 시작하기를 원했다. 춥고 칙칙하게 느껴지는 몬트리올을 벗어나 다시 몇 년 전처럼 유럽 생활을 하거나 그리운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대학을 끝마치기 전에는 또 다른 나라에서 대학원 과정을 하며 새로운 경험을 쌓기를 바랐으나 대학원에 대한 생각은 물 건너가고 있었다. 하지만 과연 모델로서의 커리어가 나를 각국에서의 삶으로 이끌어줄 수 있을까? 불과 몇 달 전 모델일을 시작했을 따름이니 하늘에 별따기처럼 느껴지는 바람이었지만 몬트리올에서 국제 모델들을 책임지고 있는 에이전트를 만나며 그 바람이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처음 미팅은 7월이었다. 에이전시에서 한 시간 정도 만나 주로 국제적으로 모델활동을 하는 게 어떻고 얼마나 준비해야 하는지 등의 방대한 설명을 듣기만도 벅찼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코로나 백신 접종 마무리하기, 그리고 몬트리올에서 다양한 컨셉으로 촬영하고 나의 포트폴리오에 좋은 사진들을 더해 외국 에이전시로 보내보는 것이었다. 당시 7월은 휴가철이기도 하고 막 모델일을 시작했을 때와는 달리 일이 뜸해서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달에 한번 정도 국제 담당 에이전트와 만나 하얀 배경이나 테라스에서 내가 준비해  옷들로 서너  촬영을 했다. 이제껏 몬트리올에서 했던 다른 촬영 때는 항상 화장해 주는 사람, 옷과 액세서리를 잔뜩 입혀주는 사람, 창의적으로 스튜디오를 준비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에이전시에서의 촬영은 화장기 전혀 없이 밑밑하기 그지없는 장소에서 하니 처음에는 어찌해야  바를 모르겠었다! 그래도 끝내  장의 마음에 드는 사진들을 마련했다.


그러던 어느 날 파리에서 직접 에이전시들을 만나고 돌아온 에이전트가 Premium Models에서 날 마음에 들어 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어쩌면 이번 년 안에 국제 모델이 될 수 있다니 설레기 그지없었다! 그러던 와중 독일 모델사에서 새로운 모델들을 만나러 투어를 하던 중 몬트리올의 모델사에도 들려 직접 만나볼 기회가 생겼고 그 모델사에서도 나와 계약하고 싶어 한다고 하였다. 믿을 수가 없었다.

에이전트는 이제 크리스마스 휴가 전 11월에 유럽에 가야 할지 아니면 내년 1월에 가야 할지를 결정하기만 하면 된다고 하였다. 떠나기 전 유럽에서 확실히 잡힌 일들이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은 확정된 것이 없으니 불안하기도 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나는 정말 내가 파리와 유럽에서 모델활동을 할 가능성이 있을지 하루빨리 알고 싶을 따름이었다. 불확실하더라도 몇 달을 더 기다리기보단 직접 파리에 가 에이전시와 클라이언트들을 만나보는 것이 훨씬 더 끌렸다. 그리하여 바로 파리행 티켓을 끊었다!


파리에서의   11 14 ~ 21 

에펠탑이 보이는 숙소에 도착했다. 복잡한 시내 중심부에서는 벗어나 친근하고 소박한 느낌의 지역에 있는  공동묘지 바로 옆쪽에 위치한 곳이었다. 내가 상상했던 고전적인 천장이나 삐그덕 거리는 나무 창틀의 파리 아파트가 아닌 아주 현대적으로 리모델링된 곳이었다. 내가 혼자 쓰는 화장실과 같이 지내게   모델과 함께 사용할 커다란 주방과 거실이 있었다. 짐을 풀고 걸어 아늑해 보이는 카페에서 이른 저녁을 먹는 것으로 파리에서의 생활을 시작했다.

숙소 발코니에서의 에펠탑 뷰

이튿날은 한주의 시작 월요일이었다. 제일 먼저 드디어 Premium Models 갔다. 루브르 박물관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모델 사는 세련되고 쾌적하게 생겼다. 모두들 반갑게 맞아주고 화장기 없이 기본적인 옷을 입고 찍는 polaroids 찍고  사진들이 담긴 캐스팅에 들고  포트폴리오를 받았다. 바로 그날 오후에  캐스팅이 있어 바삐 향했다.

Premium Models 오피스 로비

그다음 날부터는 캐스팅과 test shoot이라는 몬트리올에서 했던 creative 촬영과 비슷한 일이 아닌 포트폴리오에 더하기 위한 사진을 찍는 것들을 하기 시작했다. 항상 전날 저녁 다음날에 대한 스케줄이 나와

  하루에 집중하며 지냈다. 날씨가 생각보다 추워 기다란 코트를 새로 사고 스카프를 칭칭 싸매고 캐스팅에 들어갈  신을 굽이 있는 부츠와 포트폴리오를 들고 다녔다. 가야  장소들이 이곳저곳 흩어져있어서 지하철을 타고 삼사십 분가  걸어가는 일이 다분했다. 하루에 만보 걷기는 기본이었다! 그래도 여기저기 걸어 다니며 파리를 구경하고 밥도 챙겨 먹고 카페에도 많이 갔다. 특히 파리에는 공중화장실이 없어서 어느 때는 화장실에 가기 위해 카페에   시키기도 하였다.

캐스팅들은 주로 너무 짧게 끝났다. 내 포트폴리오를 훑어보고 내가 어디서 왔는지 얼마나 모델일을 해왔는지 간단한 것들을 묻고 내 사진을 찍거나 간혹 브랜드의 옷을 착용해보기도 했다. 과연 이렇게나 많은 캐스팅들 중에 몇 군데서 정말 나를 모델로 선택할까 싶기도 했지만 내가 파리에 모델로서 와있다는 것만으로도 신이 났던 첫 주였다.


파리에서의 둘째 주 11월 22일 ~ 28일

둘째  월요일은 깜짝스럽게 파리에서의 가장  수확을 거둔 날이었다. 항상 그렇듯이 아주 임박해 결정이  미국의 Elle 잡지 촬영을 하게 되었다.   후에 나오게  이슈에 Dior Beauty Story 위한 촬영이었는데 메이크업아티스트가 아주 유명하다고 들었다. Beauty 촬영은 전신이 아닌 얼굴을 중심으로 초상화처럼 찍어 다양한 포즈를 취하기보단 세세한 표정과 각도에 변화를 주는 식이다. 나를 포함에 여덟 명의 모델들이 각각  사진을 찍는 촬영이라고 했다.  장의 사진이라도 유명한 잡지에 실린다면 좋은 기회이겠지 하는 마음으로  스튜디오로 찾아갔다. 가자마다 매니큐어를 받기 시작했고 이어 머리 해주는 사람   그리고 기초화장과 속눈썹을 해주는 사람, 마지막에  유명하다는 아티스트 Peter Philips 아이섀도와 립스틱을 해주는 과정이   시간은 걸린  같았다. 그러고 나서는  명의 스타일이스트가  옷을 입혔다  옷을 입혔다 하면서 의상과 액세서리를 결정하고 드디어 촬영을 시작했다. 얼굴만 클로즈업되는 촬영이라 밑에는 내가 입고  레깅스에 촬영장이 추워 담요를 칭칭 두르고 준비된 의자에 앉았다. 주로 턱을  높였다 내렸다 눈을 치켜떴다 그윽하게 떴다 그리고 손가락을 이렇게 저렇게 했다 손을 내렸다 하며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촬영을 마무리했다. 내가 가장 처음에 촬영하는 모델이었다는  천만다행인 일이었다. 촬영은 저녁까지 이어질 예정이었으니 뒤에 촬영하는 모델들은 하루종일 스튜디오에서 기다릴 뿐이었다. 나는 스튜디오에서 맛있는 점심식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몇달 후 출판된 미국 엘르 잡지
촬영 날 점심 식사

그다음 날은  갑작스럽게 Justine Clenquet이라는 파리에서 시작된 주얼리 브랜드 촬영을 하게 되었다. SSENSE에서 알게  브랜드라 친숙한 느낌이었다. 세네 가지의 다른 메이크업과 헤어를 하고 목걸이와 귀걸이를 이것저것 바꿔가며 촬영했다.  세트에서는 사진을 찍고 다른 세트에서는 비디오를 찍었다. 반짝이는 액세서리를 두르고 창조적으로 자유롭게   있어 무척 즐거웠다. 하이라이트는 점심메뉴였는데 채식주의자를 위한 일본식의 도시락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늦은 저녁까지 하루종일 이어진 촬영이었지만 기쁘기 그지없었다.

인테리어 감각이 뛰어난 스튜디오

그다음 남은 한 주 동안은 또 여러 캐스팅에 다녀왔다. 하지만 파리의 물이나 공기 때문인지 시차 적응하느라 잠을 잘 못 잔 탓인지 피부가 안 좋아지기 시작해 스트레스였다. 가능하면 밤 열 시 이전부터 잠자리에 들고 피부 트러블을 위해 나온 스킨 제품을 을 사고 건강히 먹도록 노력했지만 피부는 하루아침에 회복되는 게 아니었다. 피부가 완벽했으면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속상하기도 했다. 파리에 와 신나기도 하지만 혼자 온종일 돌아다니려니 피로가 쌓이며 피부에도 영향을 미치는 게 당연하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주 11월 29일 ~ 12월 6일

마지막 주 월요일에는 Viktor & Rolf라는 브랜드의 향수 광고 촬영을 하게 되었다. 향수를 부각하기 위해 주로 모델의 손에 초점을 맞추는 촬영이라는 게 색다른 점이었다. 광고촬영이다 보니 브랜드의 로고가 잘 드러나 보여야 하는 등 여러 사 소하개 신경 쓸 것들이 많아 어렵기도 하였다. Elle 잡지 촬영할 때 왔던 곳과 같은 스튜디오라 역시나 점심이 맛있었다!


마지막주 동안은 내 비행기 티켓을 미룰지 예정대로 떠날지 결정해야 했다. Option이라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날 관심 있어하는 브랜드들이 있어서였다. 그리고 목요일에는 독일의 Dusseldolf라는 곳에 가 Esprit라는 회사 촬영을 하기로 결정된 수요일 저녁에 갔다 금요일 아침에 돌아오는 일정이 생겼다. 모든 게 불확실한 상황이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주였다. 독일에서의 촬영은 설렁설렁하게 진행되었고 모두 친절해 좋았지만 돌아오는 날 비행기가 연착되어 오래 기다리고 피곤했다. 게다가 금요일은 내 생일이었다! 파리로 돌아오자마자 공항에서 가족들과 카페에서 영상통화를 했다. 가족들이 날 위해 직접 만든 사랑을 담은 생일 노래를 불러주었는데 눈물이 솟구쳐 카페에서 펑펑 울어버리고 말았다. 파리에서의 모델생활은 둘째치고 어서 제주로 돌아가 가족들을 만나고 편히 쉬고 싶을 따름이었다.

다행히도  에이전트가 결국에는 예정대로 돌아가고 혹시 파리에서의 일이 생기면 내년 이전에 다시 돌아자고 연락해 왔다. 향수병이 도지기 시작하고 몸과 마음이 피곤해지기 시작할  일단 익숙한 몬트리올로 돌아갈  있다는 말을 듣자 마음이  놓였다. 급하게 코로나 검사를  약속을 잡고 마지막 주말 동안에는 혼자 파리에서 가보고 싶었던 곳들을 찾아다니며 여유롭게 보냈다.

좌충우돌 파리에서의 삼주! 시차적응하느라 피곤이 몰려오고 막상 돌아오니 파리에서의 생활이 벌써 아득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드디어 국제모델이 되었다! 몬트리올, 파리, 그리고 독일에서 모델 일을 하였고 내년부터  다가올 일들이 기대된다. 어서 한국에서도 모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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