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엄마 맛을 내냐 못 내냐 이거여. 일단 멸치 육수를 낸다. 땅속에 묻었던 김장김치를 꺼내 꼭 짠다. 김치를 송송 쓸어서 국수에 올려 넣는다. 대파를 살짝 띄운다. 거기다가 신안 ‘곱창 김’ 뿌려주먼 게임 끝이지.”
“근데 대파값은 왜 이리 비싼 거야? 언니 한번 믿어 보겠어.”
옥경이는 믿음 반 의심 반이었다.
“내가 새우장도 만들었어야.”
“정말? 도저히 믿을 수 없어.”
모든 게 어설픈 나를 긴가민가하면서 미선이가 확인하듯 물었다.
무슨 음식을 만들더라도 시간, 정성, 노력, 청결이 필수조건이다. 만약에 실력이 부족하면 무조건 좋은 재료를 쓰면 반은 성공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재료가 좋으먼 요리 그까짓 것 암 긋도 아니여.” 한 가지 더 첨가하면 좋아하는 사람에게 해 준다고 생각하면 즐거울 수밖에 없다. 그게 최고의 양념과 손맛이다.
실은 미선이와 옥경이가 도착 전에 광주 사는 유숙이에게 전화했다. 국수 맛있게 만들 색다른 비법이 있는지 이미 알아보았다.
이 전 글을 읽으신 분들은 알다시피 유숙이는 미얀마에서 뚝딱뚝딱 배추겉절이를 즉석에서 담았었다.
유숙이는 입안에 있는 국수 레시피를 줄줄 잡아 뺐다. 나와 다 똑같았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멸치 대신 대포리로 육수를 빼도 맛있고, 단무지를 잘게 썰어 양념장에 넣어도 되고, 채 썬 단무지를 고명으로 올려도 맛있어야,”
“아따. 별거 아니네. 그까짓 거 뭐.”
미선이와 옥경이는 집에 볼볼 기어갔다. 배가 불러서인지 맛있어 인지 모르겠지만. 하마터면 초상 치를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