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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희 Nov 18. 2022

교실에서 꾸는 우주의 꿈

왜 리더인가 by 이나모리 가즈오

게는 자신의 등딱지 크기에 맞춰 땅에 구멍을 판다고 한다. 커다란 등딱지를 짊어진 게는 그만큼 큰 구멍을 파지만, 작은 등딱지를 짊어진 게는 자기만큼이나 왜소한 구멍에서 평생을 살아간다. 인간 세계의 조직도 마찬가지다. 조직은 리더가 품은 마음의 ‘그릇’ 크기 이상으로는 성장하지 못한다. 리더가 일하는 방식, 품고 있는 가치관, 그동안 수련한 심성의 경지가 그대로 조직의 모습과 집단의 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아이들에게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한 학생이 대답했다.

"회사원이요."

회사원이라는 직업을 비하할 생각도 없고, 사실 내가 가르칠 대다수의 아이들이 회사원으로 성장하겠지만 그 당시에 그 대답을 듣는 나는 으레 초등학생이 대답할 만한 꿈의 크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회사는 구글이겠지?"같은 대답이 튀어나왔는지도.

지나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 아이들의 모든 시기는 적절한 교육기회를 만난다면 더 큰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있는 만큼 꿈의 크기를 키워주고 싶은 게 선생(先生)의 마음이랄까.

오해의 소지가 있어 덧붙이자면 개미를 연구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인류에 어떤 도움이 될지를 생각하며 연구했으면 하는 것. 또한 '어떤 사람'을 규정하는 것도 굳이 직업으로 정의할 생각은 없다.

얼마 전, 한 해를 마무리하는 교육청 영재 산출물 발표회에서 교육장님이 하신 말씀이 인상 깊어 마음에 남았다. 격려의 말씀을 준비해오신 교육장님은 아이들이 1년 동안 스스로 탐구한 과정이 담긴 발표와 탐구 결과물인 산출물을 지켜보시고는 준비해온 원고를 접으시더니 즉흥적으로 말씀하기 시작하셨다. 아이들이 탐구하는 과정에 감화되신 것 같았지만, 무튼. 교육장님은 아이들이 스스로 세운 탐구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시도를 할 때, 그 시도의 쓸모를 현시점에서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며, "그렇게 쓸데없는 일 해서 뭐하니"라는 제재도, "사서 쓰는 게 효율적이겠다"라는 핀잔도, 그렇게 탐구하려는 동기를 꺾어버리는 의도하지 않은 온갖 '생각 없음'의 모든 말들을 경계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남기셨다.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어렵겠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는 거라 하셨던 말씀도.

아이들이 갖고 있는 우주에 나라는 어른의 쓸모없음에 대한 판단으로 그 쓸모의 꿈을 펼쳐나가지 못할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상상력 부족으로 커다란 등딱지를 가질 수 있던 게의 가능성을 뭉개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혹시 모르지, 날 수 있는 등딱지를 가진 게였을 지도. 세상에.


사람은 자신이 보고 자란 세계가 한계다. 그렇기에 방향을 설정해줄 수 있는, 아이들에게 한 세계를 펼쳐 보여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나는 아이들의 한계를 부숴주는, 성장할 수 있는 꿈의 크기를 가능하면 키워주고 싶다는 생각을 품는다. 그것이 가령 저는 지구를 구할 거예요, 영생을 위한 약을 개발할 거예요, 같은 허무맹랑하게 들리는 꿈일지라도. 그렇게 아이들의 그 기회도, 성장 가능성도 믿어주는, 큰 꿈을 같이 꾸는 어른들이 많아져야 우리나라에서도 노벨 같은 과학자가, 구글 같은 기업이 나오는 게 아닐런가 모르겠다.

이러한 생각이 아이들에게 가 닿기 위해서는 결국 내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아이들은 어떠한 가치 판단 없이 쉽게 어른을 모방한다. 그래서 내가 마음에 무엇을 그리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품고 살아가는지, 삶을 어떤 자세로 마주하는지와 같은 미세한 태도들이 생각지도 못하게 전염되곤 한다. 그렇기에 나라는 어른을 통해 마주할 세계가 하나의 가능성이 될 수 있도록 이 작은 교실에서 하루하루 우주의 꿈을 꾸어야겠다 다짐해 본다. 고결하게, 강인하게, 그리고 한결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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