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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희 Nov 10. 2023

학교 표창에 대한 소고

결국은 기획력 싸움인가..!

해를 마무리 짓는 시점이 되면 여기저기에서 표창 관련 공문들이 쏟아진다.

인성교육 관련, 독서토론 관련, 기초학력지원, 지역사회 연계 관련, AI 교육 관련, 학교체육교육 관련 등에 대한 우수학교 및 유공자 교육감 표창이 줄을 잇는다. 이 중 단위학교에서 제출할 수 있는 실적은 2가지 분야이다.


올해 실적을 놓고 보면 체육 분야에서 학생 선수 전국체전 금메달 3개, 학교스포츠클럽 교육감배 탁구대회 남자부 우승, 여자부 준우승의 성적을 거둔 상황이었기에 교장님께서 운을 띄우셨다.

"올 해는 체육 쪽으로 한 번 써보는 게 어때."


어.. 그 말인즉슨 누군가는 표창을 위해 머리를 싸매고 공적조서를 써야 한다는 의미인데, 그 누군가는 보통 담당 부장이고, 그 부장은 나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써야 하는 시기가 하필 운동회 직후일 게 뭐람.


코로나 이후 움츠러든 학생들의 신체활동을 활성화시키고, 사회성을 회복하기 위해 운동회를 크게 치렀는데, 크게 치른 탓에 몸살이 났다. 누가 봐도 운동회 총괄하느라 고생고생했기에 이번 표창 실적 보고서를 못(안) 쓰겠다고 해도 강제하지는 않으셨겠지만 학교에서 크게 실적이 난 만큼 이 기회(?)를 흘려보내기 아쉽다는 생각에 덥석.. 은 아니고 살짝 "써보는 게 좋을까요.." 의견을 내었다. 학교 실적도 실적이지만 이를 내 손으로 증명해 내고 싶은 욕구도 한 몫했다. 이놈의 명예욕..


그렇게 내 무덤을 내가 파고 일주일 동안 머리를 싸매며 교육활동을 재구성하여 배치하다 보니 문득 모든 학교에서 하는 교육활동들은 비슷할 텐데 이를 어떤 궤로 꿰느냐에 따라 표창의 명운이 갈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표창은 기획력 싸움인 것인가. 그렇다면 기획력을 좀 키워야겠군?


천운으로 연구 보고서, 표창 쓰기 전문 부장님이 옆자리에 앉아계셔서 도움을 받으며 무사히(?) 실적 보고서를 써내고 나니 무언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좋은..거 맞죠..). 아는 만큼(고생한 만큼) 보인다는 말은 진리였나 보다.


이렇게 초보 부장 정 부장은 행정의 굴레 속으로 굴러들어가게 되는 걸까. 쩜쩜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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