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영재교육에 종사하고 있다고 하면 선입견을 갖고 바라보는 시선들이 존재한다. 소개팅 상대와 2시간 동안 이를 가지고 토론했던 기억은 강렬하게 남아있다. 그때의 화두는 '영재교육은 왜 필요한가'였다. 상대는 나에게 영재교육에 왜 종사하느냐, 영재교육은 엘리트 교육이 아니냐, '영재'라는 말에 특권의식이 있는 것 같아 불편하다 등의 이야기들을 했다. 이렇게 불편해 하는 부류(내가 불편했던 거 아니지..?)가 있는가 하면 선망의 눈으로 초롱초롱하게 바라보는 시선들도 존재한다. 영재교육이라니 멋지다, 왠지 선진교육을 하는 것 같다,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맡겨도 되느냐 등등.
모두다 오해다. 오해!
영재교육은 '영재'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 사실 현 공교육이 지향하고자 하는 개인 맞춤형 교육과 관련이 있다.
그러니까, '영재'를 대상으로 한다는 게 엘리트교육 아니냐고! 라고 할지 모르지만 개인의 능력과 소질에 맞는 내용과 방법으로 실시하는 교육이라는 점에서 소수의 엘리트를 위해 존재하는 교육이 아니다. 그저 영재성을 보이는 학생들에게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있는 것이기에 오히려 그 교육을 지원해 주지 않는 것은 역차별이 아닐까. 부진학생에게 보충학습을 지원하는 것은 불편해하지 않으면서 영재교육은 삐딱하게 바라본다면, 이것은 역차별이 아닐런가, 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영재냐! 하는 문제가 있다. 영재는 재능이 뛰어난, 타고난 '잠재력'을 계발하기 위해 특별한 교육이 필요한 사람을 일컫는다. 흔히들 천재, 신동, 수재, 특수재능아 등등의 명칭들과 섞여 의미가 모호해지지만 이들을 모두 영재라고 하는 것이 현추세이다. 궁금해할 것 같아 덧붙이자면 천재는 하늘이 낸 재능을 가진 사람, 신동은 열살 미만의, 어른과 같은 성취를 이루는 아동, 수재는 학교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을 두루 갖춘 학생, 특수재능아는 어떠한 한 분야에 특출한 재능을 가진 학생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겠다.
그럼 그 잠재성은 무엇인가, 에 대해 정의해야 할텐데 이는 학자마자 다르기에 명확하지 않다. 영재적 징후, 영재적 성향을 갖고 있더라도 영재성을 상실하는 현상이 존재하므로 영재성이 마치 찾아내야 하는 보물같은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현재! 공통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지점은 렌쥴리라는 학자의 세 고리 모형으로, 평균이상의 능력(상위 15~20%의 수행능력), 과제 집착력(특정 영역에 자신의 에너지 집중), 창의성 중 한 특성에서 적어도 상위 2%, 나머지 특성에서 상위 15% 정도를 보인다면 영재성을 띈다고 판단한다.
영재성도 학습 영재성과 창의적 영재성의 영역은 조금 다르다. 다음 편 글에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보통 학습 영재성은 배운 지식이나 전략을 사용하여 문제를 잘 해결하는 능력으로 지식의 훌륭한 소비자로 존재하는 성향이 있다. 창의적 영재성은 지식이나 전략을 변형하거나, 창출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으로 지식의 훌륭한 생산자로 존재하는 경향이 있다. 보통 학교에서 선호하는 영재성은 교사와 학생간 행동 특성의 유사성 정도에 따르기에 학습 영재성이라고 볼 수 있는데, 뭐 그렇다고 다른 영재성을 배척한다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 영재들은 독특한 성향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학습 영재를 조금 더 편안히 느끼는 정도랄까.
영재교육진흥법 제1조, '재능이 뛰어난 사람을 조기에 발굴하여 타고난 잠재력을 계발할 수 있도록 능력과 소질에 맞는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개인의 자아실현을 도모하고 국가·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에 명시된 바와 같이 영재교육은 학생의 잠재성을 발견하기 위해 존재한다. 성인기가 되어 자신이 좋아하는 영역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이러한 전문성이 성취로 드러날 수 있도록, 나와 가족의 범위를 넘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영재성을 실현시키기 위해 존재한다. 개인의 자아실현, 국가·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니 엘리트 교육이라는 오해가 조금은 풀렸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