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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희 Dec 17. 2024

AI디지털'교과서'가 '교육자료'로 전락한다고?

교육에는 정치 들이밀지 맙시다

AI'교과서'가 '교육자료'로 전락하게 생겼다. 교육 방향이 왜 정치싸움에 새우등이 되어야 하는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AI교과서 도입 시 에듀테크 기업의 이익 극대화와 학생들 문해력 저하로 인한 학습 장애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AI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한 개정안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부모의 경제력 차이가 교육의 격차로 이어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이는 되려 평등한 교육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AI교과서가 참고서화 되면 사용하기 위해 '개인이 구입'해야 하는데 이는 저소득층의 교육기회를 박탈하는 것과 같다. 야당에서 '계엄 선포'하듯 디지털 교과서를 배포하고 처리하는 것이 말도 안 된다고 굳이 '계엄'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프레임 짜는데 그 계엄 선포는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 '교사'들이 지난해부터 쉬지 않고 쏟아지는 디지털 연수의 홍수와 함께 맞았다.

교과서와 교육 자료의 차이는 매우 크다. '교과서'는 모든 학교에서 사용해야 하지만, '교육 자료'는 학교에 따라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교과서'는 무상·의무교육의 대상이므로 가정의 비용 부담이 발생하지 않는다. 교육 자료는 무상·의무교육의 대상이 아니므로 지역별 재정 여건이 따라 경제적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교과서는 국가에서 정한 검정심사를 거쳐 선정되고 수정·보완체계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내용적·기술적 관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교육 자료는 이 절차가 적용되지 않기에 내용적 질 관리나 기술적 안전성 검증이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한 교과서와 달리 저작권법 등에 따라 다양한 저작물 활용이 제한될 수 있고,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인증이나 관리도 발생사에게 의무적으로 부과할 수 없다.

현장에서 AI디지털 교과서는 종이교과서와 병행하여 사용된다. AI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하면 디지털 과몰입이 심해지지 않을까 당연히 우려할 만 하지만, 이는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경험이 없어 발한 걱정이다. 수업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기에 수업 중 AI디지털 교과서와 종이 교과서는 필요에 따라 적재적소에 이용될 수 있다. 디지털 과몰입은 디지털 기기를 SNS나 게임 등 오락용 도구로 사용할 때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실제 살펴본 AI디지털 교과서는 오히려 학생들이 사용법에 익숙하게 될 경우  AI도움을 받아 개별 맞춤형 학습들을 자기 주도적으로 수행해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틀린 문제들을 모아서 다시 풀어볼 수도 있고, 비슷한 문제들을 추천받아 풀 수도 있다. 위계성이 큰 수학이라는 과목에서 진단학습을 통해 구멍 난 부분을 보충학습 등으로 메울 수 있을 뿐 아니라, 해당 성취기준을 심화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영어에서는  파닉스, key words나 sentences들을 녹음하여 인토네이션이나 발음 등을 분석하여 피드백을 제공해 준다. 2-30명 되는 학급에서의 개별 맞춤수업이 어려운 한계를 보완하기에 적합한 자료인 것이다.

현재 AI디지털 교과서는 웹 전시본으로 살펴볼 수 있다. 내년도에 도입하기 위해 웹 전시본으로 교사들을 연수하고 있는데, 연수하며 느낀 점은 누구보다 교사들은 수업과 학생들의 학습에 진심이고, AI디지털 교과서의 아쉬운 지점 가령, 덧셈과 뺄셈을 학습하는 차시에서 일의 자리부터 입력하게 입력 순서를 정해주어야 한다, 디지털 공학도구들에 주의를 뺏길 수 있으니 항시 열어두는 도구가 아니라 교사가 적재적소에서 허용할 수 있도록 막아두어야 한다는 등의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 쓰며 현장에 도입되었을 때 누수가 될 지점들을 막고 있다. (AI디지털 교과서의 장점은 이러한 피드백을 제공받아 수정이 가능하다.)

정부주도로 교과서를 개발하고, 지난해부터 방학도 없이 교사들을 강행군으로 훈련시킨 현시점(현재도 물론 계속하여 학교 현장에서는 디지털 관련 연수들이 쏟아지고 있다)에서는 스웨덴의 실패 사례를 가져와서 우리나라의 디지털 교과서도 실패할 거라 단순비교할 수 없고, 2025년에 도입되는 과목이 '수학'과 '영어'인 만큼 '문해력' 운운하며 발목 잡기보다 가능성을 보고 이를 발전시킬 기회도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변화든 양면이 있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보완해 나가며 기술의 강점을 교육현장에 적용하는 것도 분명 미래교육을 위해서는 필요하다. 기술의 변화 주기가 점점 더 짧아지고, 눈뜨면 새로운 기술들이 개발되는 시기에는 교육도 이를 받아들여 학생들이 살아나갈 미래를 시시각각 보여주며 함께 나아가야 한다. 개별 학습 데이터를 분석하여 학생들의 학습 현황을 모니터링해 주고, 학습 리포트를 제공하여 강점과 약점을 알려주는, 어쩌면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탈 수도 있는 기회를 무작정 걷어차기에는 너무나 아쉽고 아까운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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