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존재함이 나를 존재하지 않게 만든다
잔잔하게 울려대던 파도
그 속에서 들끓던 울음
치고 올라오지 못하게 막던 입술
코훌쩍임의 소리를 애써 죽여보던 눈치
모든 순간이 역겨움의 극치이다
순간 올라오는 기억들은
그때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기에
흘러들어오는 노랫소리에 대신 숨죽여본다
가끔 스스로를 돌아보며 질문을 한다
오늘도 그것이 보이는가?
아직도 들려오는가?
여전히 나를 고통스럽게 만드는가?
소리를 내지 못하기에 고개만 끄덕여본다
울음을 참으며 환하게 웃어 보이는 것이
그 모습이 얼마나 속상한지
품에 꼭 껴안고선 조심히 쓰다듬고는
아무도 듣지 못하도록 작게 속삭인다
‘ 평생을 미안해서 잠도 못 들 것 같다고 ’
소리도 내지 못하고 베개에 입을 틀어막고선
아주, 아주 작게 아무것도 들리지 않게 소리를 지른다
그러고 나서는 눈을 감고 숨을 천천히 고른다
그러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잠에 든 순간, 심장마비가 찾아오면 어떨까.
아픈 곳이 없는 게 아니라 찾지 못한 것이라고
사실은 내가 불치병에 걸렸다고
앞으로의 시간이 3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며 나를 위로하는 사람을 내가 마주한다면
그럼 그때의 나는 얼마나 행복할지 감이 통 오질 않아서
현실로 돌아오면 다시 무너져 내린다
허전한 마음을 달래 보려 친구도 만나보지만
금세 비워져 버리는 공허함에 가슴은 저려온다
먹을 것으로 내 몸을 차곡차곡 채우지만
결국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기에
행복하다고 스스로를 세뇌한다
숨이 끊어지는 순간에는 과연 내가 행복할지
그 순간에도 내가 고통을 받는다면
그때는 너무나도 이 세상이 미울 것만 같아서
기대하지 않고 살아봐도,
내게 오는 상처는 여전히 크다고
모든 일엔 아픔이 공존하고 행복이 공존하겠지만
나의 것들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 사무치게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