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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 이안 Jun 27. 2023

‘상대가 진정 원하는 게 뭔지 ‘를 안다는 건

지난해에 몇 날 며칠을 영혼이 탈탈 털릴 정도로 빠져들어서 읽었던 웹소설이 하나 있다. ‘운명을 보는 회사원’이라는 네이버 웹소설이다. 사주와 관상으로 사람들의 운명을 꿰뚫어 보는 남자 주인공이 젊은 나이에 어마어마한 성공신화를 만들어가는 만화 같은 이야기였다. 2020년 말경에 완결된 웹소설로 조회수가 무려 1,852만 회(완독 한 구독자 수는 아닌 것 같고, 한 번이라도 클릭해 본 구독자 수라고 추측됨)에 달하는 인기 웹소설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읽어 봤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워낙 인기가 많았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에는 네이버에서 웹툰으로 연재를 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어떤 이야기인지 궁금해서 한번 읽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도 일단 무조건 멈추길 바란다. 남는 게 시간밖에 없거나 3만 원 정도 결제하고 소설을 보는데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면 한 번쯤 볼만한 웹소설이긴 하다. 하지만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뭔가 삶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찾는 독자라면 무료로 제공되는 30화 정도의 분량도 절대 보면 안 된다. 무료 콘텐츠를 보는 순간 시간과 돈이 순삭 되는 건 99.99%이다(필자의 순도 100% 경험담입니다). 한번 시작하면 중간에 멈추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재미와 호기심 유발에 있어서는 가히 역대급이다.



이 웹소설 이야기를 꺼내는 건 다름이 아니라 우리가 상대하는 사람들이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만 있다면, 그토록 어렵고 힘들다는 인간관계를 보다 효율적으로 잘 풀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소설 속 주인공은 사주와 관상이라는 스킬과 타고난 신기(神氣)로 상대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바를 알아내어 거기에 맞는 해결책을 찾아 줌으로써 사람을 얻고 크나큰 성취를 이뤄낸다. 하지만 평범하기 그지없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사랑스럽지만 까탈스러운 우리 가족이, 요구사항이 시시각각 변하는 직장 상사가, 카멜레온처럼 변신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고객이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파악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가장 가까워야 할 가족 간의 갈등도 서로가 진정 뭘 원하는지를 잘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직장 생활도 큰 틀에서 보면 마찬가지다. 어찌 보면 가족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생활에서 상대방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을 잘 알지 못해서 본의 아니게 관계가 틀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게 현실이다.


자칭 타칭 관심법에 통달했다는 후삼국시대의 궁예나 타고난 신기(神氣)에 사주 관상까지 섭렵한 웹소설 주인공도 아닌 평범한 우리가, 상대방이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바로 ‘진정한 소통’ 일 것이다. 우리가 해볼 수 있는 건 그저 진지하게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사람이 진심으로 바라는 게 뭔가를 소통을 통해서 읽어내는 수 밖에는 없다.



그렇다면 ‘진정한 소통’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그냥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고 내 의견을 얘기해 주면 되는 걸까? 많은 소통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것은 바로 ‘경청’이다. ‘경청’ 즉, 남의 말을 귀 기울여 주의 깊게 듣는 걸 말한다. 기울 ‘경(傾)’, 들을 ‘청(聽)’자가 합쳐진 단어가 ‘경청’이다. 여기서 ‘청(聽)’이라는 한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귀(耳), 눈(目), 마음(心)이 다 들어가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즉, 눈과 귀와 마음을 열고 들어야 한다는 의미를 한 단어에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상대가 이야기할 때 눈을 마주 보며 귀 기울여 주고, 가끔가다 적절한 리액션(고개를 끄덕끄덕하거나, “그랬구나” 등의 추임새를 넣는 등)을 가미하면서 들어주면 상대방도 차츰 더 마음을 열고 자기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쏟아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많은 경우, 잘 들어주기만 해도 꽉 막혀 있던 관계가 회복되기도 한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어느 정도 소통이 되기 시작하면 그다음으로 해야 할 것은 바로 공감이다. 상대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소통을 통해 알게 되면 같이 공감해 주고, 부족하거나 원하는 것들을 어떻게 채워 나갈 것인지 같이 고민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보다 보면 아무리 어렵고 복잡한 문제도 실타래 풀리듯 술술 풀려 나갈 수 있게 된다.




보물 같은 가족, 사랑하는 연인, 소중한 친구, 든든한 직장 선후배 동료 등 우리가 매일같이 접하는 사람들이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안다는 건 그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이다. 수시로 안테나를 바짝 세우고, 귀 기울여 소통하고, 격하게 공감해야 소중한 사람들을 지킬 수 있다.



사진 :Unsplash의 Bruno Aguir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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