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매드랜드'를 다시 보고 나서...
최근에 현대인의 유목 생활의 단면을 가감 없이 그려낸 영화 '노매드랜드'를 다시 한번 보게 됐다.
Chloé Zhao 감독의 오스카상 수상 영화 '노매드랜드'에서 우리는 현대 유목 생활에 내재된 고독감에 대한 감독의 심도 깊은 탐구를 엿볼 수 있다. 시선을 사로잡는 비주얼과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을 통해 길 위의 삶을 선택한 이들이 겪는 깊은 고립감을 이 영화를 통해 간접 체험할 수 있었기에 여운이 길게 남는 영화이다.
사람들이 유목 생활 방식을 선택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일부는 사회적 규범과 현대 사회의 제약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목을 선택하고, 일부는 자연과의 긴밀한 관계를 갈망하며 자연이 제공하는 단순함과 평온함을 누리겠다는 지극히 소박한 이유로 유목을 택하기도 한다. 또 다른 일부는 개인적인 성장과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며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수단으로 유목을 선택하기도 한다.
'노매드랜드'는 직장과 남편을 잃은 후 유목 생활을 받아들이는 주인공 ‘펀(Fern)’의 입장으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 영화는 미국 서부의 숨 막히는 풍경과 사회적 기대에 얽매이지 않는 삶에서 오는 자유를 보여주면서 유목민의 매력을 묘사하기도 하고, 장엄한 풍경 속에서 깊은 고독의 기류가 드러나고, 길 위의 삶의 가혹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유목민이 겪는 아픔과 고독을 투영하기도 한다.
'노매드랜드'는 유목민 생활 방식에 대한 통렬하고 사실적인 그림을 그리며 이 길을 선택하는 개인이 직면한 도전을 보여주고, 그것이 가져다주는 자유와 필요한 희생을 강조하기도 하며, 인간관계의 본질과 덧없는 존재 속에서 의미를 찾는 과정을 민낯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유목 생활 방식의 주요 매력 중 하나는 그것이 제공하는 자유일 것이다. 유목민은 고정된 삶의 제약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진로를 계획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장소,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색다른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또한 유목 생활 방식은 종종 심오한 정서적 여정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두려움에 맞서며 고독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끊임없는 변화와 다양한 문화와의 만남은 개인의 성장과 자기 성찰을 촉진하지만, 무상함과 그리움이 함께 오기도 한다.
주인공 ‘펀’이 자신의 집이자 이동 수단인 SUV 차량을 몰고 새로운 곳으로 이동할 때 흐르는 ‘루도비코 에이나우디(Ludovico Einaudi)’의 피아노 곡 "올트레마레(Oltremare)"의 선율은 고독감과 쓸쓸함을 더욱 증폭시켜 준다. 한 번은 필자가 한적한 고속도로를 주행할 때 "올트레마레(Oltremare)"를 볼륨을 최대한 높여서 들으며 달린 적이 있다. 피아노 선율에 빠져들수록 ‘노매드랜드’의 장면 하나하나가 떠오르더니 나도 모르게 울컥해지면서 존재의 고독감에 점점 빠져들어가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프란시스 맥도맨드의 압도적인 열연과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짜임새 있는 연출이 만나 이와 같은 수작이 탄생했는지도 모른다.
웰메이드 영화는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과 영감을 넌지시 던져주기에 다시 찾아서 볼 수밖에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