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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 이안 Jan 07. 2025

인사이트 찾아 삼만리

인사이트 


인사이트 찾아 삼만리... 마케터의 숙명입니다.

마케터로 20년 넘게 일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인사이트가 약하다", "인사이트를 더 찾아봐". 처음에는 이 말이 참 듣기 싫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인사이트(Insight). 사전적 의미로는 '통찰'입니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숨겨진 진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본질적 가치를 발견하는 것. 쉽게 말해 고객의 마음속 깊숙이 자리 잡은 진짜 이야기를 찾아내는 거죠.


제가 겪었던 가장 인상적인 인사이트 발견 여정을 하나 들려드리겠습니다. 2000년대 초반, 포스코 창립 35주년 기념 영상을 제작하게 되었을 때의 일입니다.


포스코에서 창립 35주년 기념 역사관을 건립하면서 역사관 투어 마지막 코스로 50명 정도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영상관도 포함할 계획을 수립하고, 그 영상관에서 상영할 메인 테마 영상 제작을 경쟁 입찰에 붙였습니다. 제작 예산은 10억 내외, 영상 주제는 “포스코의 역사와 정신”, 영상 길이는 5분 내외였습니다. 5군데 쟁쟁한 업체가 참여하였고 준비 기간은 딱 2주.


포스코의 35년 역사, 그리고 불굴의 도전 정신을 5분이라는 시간 안에 보여줘라… 막막했습니다.  5일이라는 황금 같은 시간을 관련 자료만 뒤져 보면서 허비하다가 마침내 팀원들 사이에서 조금씩 이거 포기해야 되는 거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왔습니다. 그때 저는 지쳐가는 팀원들을 모아 놓고 한마디 던졌습니다. “주어진 실체만 나열해서 얘기하려고 하지 말고 그 안에 담겨있는 인사이트를 찾아보자” 


2~3일 밤을 새우며 수많은 논의 끝에 우리가 찾은 인사이트는 “철의 소리”였습니다. 그 당시 포스코는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입니다”라는 광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는데, 저희는 그와는 정반대로 “철의 소리”로 지금의 포스코를 만들어 왔다는 인사이트를 찾은 것입니다. 허허벌판 영일만에 포항제철을 세울 때의 철의 소리, 광양만의 광양제철소를 세울 때의 철의 소리,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에 한 축을 담당해 온 포스코의 철의 소리,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여 온 철의 소리… 그리고 마지막 카피 한 줄 “대한민국을 만들어 온 철의 소리로 세계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 포스코” 


몇 날 며칠을 밤새우며 고생한 보람이 있었습니다. 경쟁 입찰에서 이긴 건 당연했고, 최종 결과물에 대한 포스코 임직원들의 만족도도 엄청나게 컸으니까요. 


이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인사이트는 결코 책상 앞에 앉아서만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죠. 때로는 현장에서, 때로는 고객과의 대화에서, 심지어는 평범한 일상의 관찰에서도 발견됩니다.


최근에는 디지털 시대를 맞아 인사이트를 찾는 방법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빅데이터 분석, 소셜 리스닝, AI 기술 등을 활용하면서 새로운 통찰을 얻기도 합니다. 하지만 본질은 변함이 없습니다. 결국은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니까요.


재미있는 것은 성공적인 캠페인 뒤에는 항상 강력한 인사이트가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한 유명 생수 브랜드의 'Share a Coke' 캠페인은 단순히 이름을 패키지에 넣은 게 아니었습니다. '개인화된 경험을 통한 정서적 연결'이라는 깊은 인사이트가 있었기에 가능했죠.


반면 실패한 캠페인들의 공통점도 있습니다. 대부분 표면적인 현상만 좇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한 번은 제가 참여했던 프로젝트에서도 비슷한 실수를 한 적이 있습니다. 트렌드만 쫓다가 정작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놓친 거죠. 그때의 쓴맛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인사이트를 찾는 데는 왕도가 없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제가 경험한 팁을 공유하자면:


1. 항상 '왜?'라는 질문을 던져 보자

2. 고객의 말뿐만 아니라 행동도 관찰해 보자

3. 기존의 상식과 통념을 의심해 보자

4. 팀원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토론해 보자

5.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


인사이트 찾기는 마치 보물 찾기와 같습니다. 때로는 지치고, 때로는 좌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인사이트를 발견했을 때의 그 희열은 말로 표현할 수 없죠.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인사이트를 찾아 떠납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인사이트는 결코 혼자만의 힘으로 찾을 수 없습니다. 팀원들과의 협력, 고객과의 소통, 그리고 끊임없는 관찰과 학습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더 가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오늘도 어딘가에서 인사이트를 찾아 헤매는 마케터들이 있을 겁니다. 그들에게 이 글이 작은 위로와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 함께 인사이트라는 보물을 찾아 떠나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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