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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현 Dec 28. 2023

위드유센터에서 보내는 마지막 기고

위드유 서울직장성희롱성폭력예방센터(위드유센터)가 8월31일이면 문을 닫는다. 위드유센터는 서울 시민이 안전하고 성평등하게 일할 수 있도록 기업의 성희롱·성폭력 예방체계 구축을 돕고 직장내 성희롱 사건 대응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미투 운동의 영향을 받아 2020년 6월 설립했다. 성평등한 안심일터를 만들기 위한 ‘성희롱 예방교육’과 ‘컨설팅’ 지원, 피해지원 기반 강화를 위한 ‘사건처리와 ‘법률동행’ 지원, 성평등 조직문화 확산을 위한 ‘시민·기업 대상 인식개선 캠페인’과 ‘아카이브를 통한 정보제공’을 해 왔다.



보도된 바와 같이 서울시는 민간위탁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사업 필요성과 위탁사무의 전문성을 고려하기보다 예산효율화 등을 이유로 민간위탁사무를 통합·종료하거나 예산을 축소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 속에 위드유센터의 수탁법인과 서울시의 민간위탁사무 위수탁협약도 3년 만에 종료된다.



소규모 사업장의 성희롱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소규모 사업장은 성희롱 예방 및 대응체계 자체가 부재한 경우가 많고, 피해 사실을 드러내기조차 쉽지 않다. 회사 입장에서도 당장의 생존과 성장이 급선무이기 때문에 직장내 성희롱을 비롯한 조직문화는 부차적인 문제로 다룬다. 소규모 사업장인 만큼 분리조치 등 피해자 보호조치를 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의 ‘서울시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환경 실태분석(2022)’에 따르면, 소규모 사업장 3곳 중 2곳은 예방교육을 하지 않았다. 직장내 성희롱은 소규모 사업장에서도 자주(29.6%) 발생하지만, 피해자의 절반(59.3%)만이 대응한다. 성희롱 관련 정보를 직원에게 안내하는 경우도 낮고(28.8%), 고충처리 창구가 있는 경우도 적다(16.1%).



위드유센터의 활동은 회사와 시민, 그리고 피해자에게 도움이 됐다. 여성 직원을 처음으로 고용하며 조직문화에 고민이 생긴 한 회사는 “위드유센터의 조직관리 컨설팅을 받고 ‘안정’과 ‘집중’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현재 이 회사는 신입사원의 1개월 OJT(직장내 교육훈련) 중 일주일을 직장내 성희롱과 괴롭힘 예방교육에 쏟고 있으며, 문제발생시 매뉴얼을 바탕으로 해결하고 있다. 법률동행 지원사업은 성희롱·성폭력 피해자 법률지원 정책의 공백 부분인 사내 대응과 비사법적 권리구제(고용노동부와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산업재해 신청,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등) 상담과 진정서 작성, 조사 동행을 지원했다. 이를 통해 사건 초기부터 피해자가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왔고, 궁극적으로 피해자가 퇴사하지 않고 회사 안에서 사건처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시행한 기업 캠페인과 에세이 공모전은 기업과 시민의 높은 참여를 이끌어 냈다. 배달의민족·서울교통공사 같은 기업들과 사업주의 의무를 알리고 노동자를 보호하는 인식개선 캠페인을 시행했다. 3년간 시행한 공모전을 통해 84편의 에세이 수상작을 발표했다. 공모전으로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들은 피해경험을 적극적인 행동으로 재정의하고 나아갈 수 있었다.



위드유센터의 장점은 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직장내 성희롱 예방·대응 및 피해자 지원사업을 통합적으로 운영했다는 점이다. 기업의 필요와 여력에 따라 예방교육, 사건처리, 컨설팅, 캠페인을 종합적으로 지원했다. 전국 최초로 소규모 사업장 중심 성희롱 예방·대응을 지원하는 서울시 선도모델을 만들었고, 여러 지자체와 유관기관의 벤치마킹 사례가 됐다.



사업종료 공지 이후에도 예방교육과 컨설팅, 피해대응 지원을 문의하는 전화가 온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고충처리부서에서도 위드유센터 종료를 안타까워하며 도움을 받았던 발간자료와 홍보자료를 계속 열람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위드유센터의 수탁법인인 젠더교육플랫폼효재에서 ‘찾아가는 폭력예방교육’을 지속하고 있고, 위드유센터와 네트워킹했던 여러 기관에서도 상담과 교육을 지속하고 있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생길 공백들이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소규모 사업장의 직장내 성희롱 문제는 민간영역에서 해결하기 어렵기에 서울시가 지속적으로 해당 사업을 유지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위드유센터가 없는 서울시는 ‘약자와의 동행’을 어떻게 할 것인가.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6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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