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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현 Aug 06. 2024

일주일 중 하루를 더 쉬어 보니

매일노동뉴스 기고

3주간의 ‘주 4일제 체험판’이 끝났다. 5월 첫 주에는 5월1일 노동절이 있었다. 둘째 주에는 5월6일 어린이날 대체공휴일이, 셋째 주에는 5월15일 부처님오신날이 있었다. 공휴일이지만 평일에 하루씩 쉬는 날이 연속으로 삼 주나 있으니 ‘주 4일제 체험판’이라고 불리고 있다.



여러 커뮤니티에서 주 4일제를 검색해 보면 이번 주 4일제 체험판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 글과 댓글들이 대다수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가 다르고, 주 5일제 이전과 이전이 다르듯, 주 4일제 체험판 이전과 이후 사람들의 공감 폭도 다를 것이다.



나만 해도 그렇다. 내가 쉬는 것도 아닌데 주 4일제 체험판의 효과를 톡톡히 느꼈다. 일주일 중 이틀의 휴일은 짧다. 평일을 보내고 진이 빠진 상태에서 주말을 맞이한다. 그래도 할 일은 많다. 청소하고 장보고 요리하고 빨래하는 일상적인 가사노동을 하면서 여러 개인적인 일들도 처리해야 한다. 가족과 친구들도 만난다. 결국 주말 동안 할 일들은 대강대강 하면서 동거인과 함께 집에서 쉬기에 바쁘다. 쉼과 바쁨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지만, 피로 회복이라는 목적과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이 합쳐진다면 어울리는 단어가 된다.



이번 삼 주 동안은 평상시보다 딱 하루 더 쉬었을 뿐인데 그 하루가 생기니 함께 집 청소를 하고 요리하고 장 보고 건강식으로 끼니를 챙겼다. 친구들도 함께 쉬니 집에 친구들도 초대했다. 주 4일제가 삶의 질과 성평등에도 도움이 되는 것을 체감했다.



가사와 육아 등의 무급노동과 임금노동이라는 이중부담을 여성들이 겪고 있는 현실에서 장시간 노동은 여성을 임금노동에서 배제하는 결과를 만들고 있다. 결혼·출산·육아 때문에 여성이 임금노동에서 살아남기가 어려워질수록 배우자의 경제적인 부담감도 올라간다. 이런 상황에서 주 4일제는 남성이 가사노동과 육아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는 시간과 여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모두의 노동시간 단축은 가정과 노동에서의 성평등에 도움이 된다.



주 4일제 도입에 대한 여론도 우호적이다. 올 1월 일하는시민연구소와 엠브레인이 주 4일제 도입 찬반을 묻는 조사를 했는데 응답자(임금노동자)의 8.4%만이 반대 의견을 가졌다. 찬성은 67.3%, 보통은 24.3%이다. 지난해 9월 조사보다도 찬성은 늘어나고 반대는 반 이상 줄어든 결과다. 지난해 9월 조사에서 찬성은 61.4%, 반대는 18.6%, 보통은 20.0%였다.



이미 여론을 신경 쓰는 재빠른 기업들은 주 4일제를 자사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주 4일제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여론을 읽은 기업과 주 4일제를 시범적으로 운영해 직원 복지와 조직문화, 생산성에 긍정적인 효과를 본 기업들은 이미 주 4일제를 도입하고 있다. 그리고 자사를 주 4일제를 남들보다 빨리 앞장서서 도입한 좋은 기업으로 홍보하고 있다.



최근 기사 몇 개만 살펴봤다. A그룹은 본인들이 국내 호텔·리조트 업계 중 ‘최초’로 부분적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고 임직원들에게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B저축은행은 본인들이 ‘최초’로 저축은행 중 임금 삭감 없는 월 1회 주 4일제를 시범운영 중이라고 이야기했다. C시멘트회사는 생산공장에 시멘트업계 ‘최초’로 격주 4일제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시범적으로 도입했을 때 직원들의 만족도가 압도적으로 높아 시행하기로 했다고 한다. 심지어 ‘격주 4일제 도입이 해당 기업의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기사까지 나왔다.



기업들이 최초를 강조하며 주 4일제 도입을 선도할 동안 정부와 국회는 여전히 제자리에 맴돌고 있다. 개별 회사를 넘어서 정책과 법을 통해 주 4일제를 확산하고 제도화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주 69시간 근무를 추진하며 시대를 역행하려 했지만, 여론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포기했다. 여론은 명확하다. 과로사회를 방치해선 안 된다. 주 4일제를 이야기해야 할 때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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