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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하음 Apr 01. 2024

10번째 새학기




또 새학기를 맞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새로운 사람을 경험해

길게만 느껴졌던 시간들이 한순간에 빛나기 시작하더니 얼마 전부터는 밝기가 너무 높아진 나머지 보이지도 않는데 사진들이 자꾸만 넘겨져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내가 볼 수 있는 시간들이 줄어든 느낌이야. 하지만 그만큼 몇몇의 사진들이 정말 명확하게 새겨지는 것 같아.

이 시간도 언젠간 기억 속에 혹은 추억 속에 혹은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만 같은 작은 조각으로 변하겠지. 하지만 나는 그 조각을 보관할 수 있는 서랍장을 만들고 있어. 아직 완전하지도 않고 앞으로도 시간이 걸릴 것 같지만 그만큼 정교한, 유통기한 따위 없는. 꼭 완공하고 싶어.

오늘 난생처음으로 시를 도전했어. 시야말로 내가 도전조차 못할 것만 같았는데. 고민 끝에 펜을 내려놓고 읽어본 글은 내 생각보다 그럴듯한 모양을 띄고 있어서. 또다시 마음에 생기가 도는 것 같았어.

우리는 불행에는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행복이란 단어에는 경계부터 하는 것 같아.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정말 행복이 맞는지 의문이 들 때도 믿지 못할 때도 믿을 용기조차 없을 때도 분명 존재했어. 그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는 단순하면서도 분명하고 생각만큼 그렇게 높지만은 않았어. 내 마음의 기둥이 되어주고 뛰면서도 넘어질 때의 일을 먼저 생각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내가 나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

나는 지금도 누구에게 글을 쓰고 있는 걸까. 지금의 나, 혹은 미래의 나, 아니면 내가 나중에 마주치게 될 이런 말들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지금의 나보단 미래의 나를 생각하면서 내뱉게 되는 것 같아. 과거의 나의 모습과 비슷해질 수도, 지금의 나의 모습과 비슷해질 수도, 혹은 전혀 다른 나의 모습을 하고 있을 미래의 나에게.

난 미래를 상상하는 것을 좋아해. 미래지향적인 것도 좋아하고 미래에 있을 일을 예상하고 계획하는 것을 좋아해. 더 그 순간을 빠짐없이 느끼고 싶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일에 당황하고 싶지도 않아서, 그리고 목표를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것 같아서. 난 그게 편한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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