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언뜻 보면 평화롭다
몇 년 전부터 가끔 특정 생각이 들거나 갑자기 예상 못 한 감정이 나를 덮을 때면 그냥 그때 떠오른 생각이나 나의 감정을 적으면서, 묘사하면서 정리해 보려는 습관이 생겼다 그런 습관들이 모여 내 메모장, 일기장을 내가 끄적인 것들로 쌓아가다 보면 어느새 뿌듯함을 느끼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밑의 이 글은 불과 몇 달 전에 내가 끄적여 놓은 글이다 지금 다시 보면 불과 몇 달 전 글이지만 내가 저런 생각을 했었나 싶다 마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쓴 것 같아서 그 글을 나 자신이 아닌 제삼자의 시선으로 읽게 된다 또 몇 달, 또는 몇 년 뒤에 이 글을 다시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이 드는... 난 그런 점이 너무 좋다
# 23년 초봄
세상은 언뜻 보면 평화롭다 세상의 사람들이, 모습들이 마냥 좋아 보이고 예뻐 보인다 그래서 가끔은 내가 알고 살아온 세상을 부정하고 그 세상에 맞추려 한 적도, 내가 알고 살아온 세상을 잊고 원래 그 세상이 정답인 듯 여기려고 한 적도 있다 그러다 보면 내가 살아온, 겪어온 시간들이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이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인 것만 같다 세상의 모두가 다 같은 경험을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아무런 큰 상처 없는 인생을 살아왔기에 그 맑고 밝은 세상만 보고 자라 그 세상이 전부인 줄만 안다 하지만 반면 또 어떤 사람은 세상에 이리저리 치인 상처와 흉터가 깊어 세상이 그늘지어 보이고 어두워 보여 그 그늘진 세상이 이 세상의 본모습이라 생각한다
또한 그 두 세상을 모두 경험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두 세상을 모두 경험한 사람 또한 자신이 경험한 일들이 이 세상의 전부라고 느낄지도..
어떤 세상에 사는 사람이든 어느 날 자신이 겪은 상처가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정말 깊고 그늘진 삶을 사는 사람의 세상을 보면 나의 삶과 나의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걸까 라는 생각을 하며 내가 겪은 상처보다도 더 저 깊은 곳까지도 사람이 끝없이 떨어질 수도 있는 것이었구나 하고 깨달을 수도 있다 물론 그렇게 보이는 그런 사람의 세상조차도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최대의 불행이 아닐지도 그 사람도 모르는, 어쩌면 아무도 모르는 또 다른 사람의 감정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결코 중요하지 않은 감정이라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이 더 무거워 보인다고 해서 내가 가진 감정이 가벼워지는 것도 아니고 사람마다 들 수 있는 감정의 무게는 다 제각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저 어느 세상을 살던 모두가 편안한 삶을 살길 앞으로 내가 살아갈 세상도 어떤 세상이던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길 ‘잔잔히 행복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