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넷째 주
안녕하세요. 중앙대학교 여성주의 교지편집위원회 녹지입니다.
다가오는 뜨거운 햇살과 대학 축제의 열기가 더해져 여름이 다가오고 있음이 더욱 실감이 되는 5월입니다.
녹지는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 7주기 추모 행동에 참여하여 여성에게 안전한 세상을 위한 목소리를 내었습니다. 같은 뜻을 가진 많은 사람과 백래시의 세력까지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녹지 가을호를 위한 기획을 시작하였습니다. 녹지의 다음 이야기도 많이 기대 부탁드립니다.
그럼 세미나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마거릿 애트우드의 연작 단편 소설 「도덕적 혼란」(민음사, 2020) 중 머리 없는 기수를 함께 읽었습니다. 도덕적 혼란은 마거릿 애트우드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머리 없는 기수는 화자의 여동생에 관한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화자와 여동생은 12살 차이가 나며, 어른이 된 둘은 함께 어머니에게 갑니다. 같이 가는 시간 동안 어린 시절을 회상하게 되며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보여줍니다.
화자의 동생은 정신병을 앓고 있는 것처럼 그려집니다. 예민하고 신결질적이며, 현실과 망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춘기라 불릴만한 시기에도 엄마는 화자와 동생을 비교하며 동생이 과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이성적인 생각보다 감정에 사로잡혀 제대로 된 판단이나 생각을 할 수 없는 상태처럼 묘사됩니다. 소설이 끝날 때쯤, 약을 먹고 나아졌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런 동생의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모습은 정말로 정신병이었을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화자의 엄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화자와 동생은 엄마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나라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말로 말을 끝맺습니다. 엄마가 젊은 시절 입었던 야회복을 화자와 동생이 물려받아서 놀았었다고 이야기하며, “그 야회복을 흠모하는 과정에서 각자 차례대로 그것을 망가뜨렸다.”라고 말합니다. 야회복은 의상 자체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엄마이기 이전의 엄마를 묘사한 단어로도 느껴집니다. 딸들과 우리에게 야회복, 그리고 대물림은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이야기 나눴습니다.
편집위원들의 한마디
A: 여성과 정신병, 너무나도 쉽게 한 사람을 미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는 사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온순하지 않은 여성의 특성을 정신병으로 규정하고 약으로 통제하려는 사회와 같은 특성이라도 여성에게는 정신병, 남성에게는 괴짜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또한 여성이기에 체득하게 되는 낡은 관습들에 대해 말하면서 앞으로의 이런 대물림을 끊기 위해서는 나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B: 여성에게 무엇이 대물림 되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딸들이 어른이 되고 엄마에게 물려받는 여성으로서의 가정 내 책임과 의무는 끊임없이 전승되는 듯하다. 이전 세대의 여성인 엄마나 할머니를 결국 이해하고 연민하게 되지만 답습하지 않으려는 우리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여성이 아직도 자유로워질 수 없는 건 왜일까?
C: 여성의 내부는 복잡한 감정이 덩굴처럼 뒤얽혀 만들어진 미로 같다고 생각했다. 어디부터가 내 개성이고 어디까지가 정신병인지, 어디부터가 사랑이고 어디까지가 부채감인지. 이미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서로 융화되어 버린 감정들은 무의식의 심연 밑바닥에서 언제까지고 우리를 올려다보고 있을 것 같다.
D: 여성의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점들은 손쉽게 비정상성으로 분류되고는 한다. 머리 없는 기수의 동생 또한 그런 분류의 피해자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그런 비정상성이 엄마, 화자, 동생을 통해 대물림되고, 그 모습을 보며 화자가 동생에게 부채감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대물림의 피해자이고, 가해자가 될 것인데 그걸 어떻게 끊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번주에 전해드릴 소식은 여기까지 입니다.
다음주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녹지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