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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학준 May 11. 2024

질문 한 번이 어려워서 먼 길을 돌아갔었던 일

취업 회고

취업을 했다. 대학 졸업 후 한 1년쯤 된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니 취준기간이 얼마 되지도 않았다. 가만히를 못 있는 성격이라 맨날 일을 벌이면서 살아서 그런가,,

총 8번의 면접

취업에 진지해진 건 작년 12월부터이다 그럼 한 4개월 걸린 건데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았구나

문뜩 생각이 난 건데 작년에 부트캠프에서 나보다 1살 많은 사람이 흰머리가 엄청 많길래 저 나이에 뭐가 그리 스트레스받을 일이 있어서 저럴까? 이런 생각했었는데 내 머리에도 어느샌가 흰머리가 많더라(취업이 그만큼 어려운 것 같다 누구에게나)


대학 졸업 후엔 총 8번의 면접을 봤다. 위 그림엔 없는 면접도 하나 더 있다 그럼 9번이다.

초심자의 행운 찬스로 유니콘 스타트업의 면접을 갔었었다.

지금 생각해도 바보 같고 어이없는 게 난 그때 자기소개도 준비를 안 해서 갔다.

근데 다른 건 엄청 준비를 열심히 했다. 광고 시장이 얼마나 큰지 왜 너네가 광고를 잘해야 하는지 이런 것들..

당연히 떨어졌다

암튼 그렇게 8번을 봤는데 다 떨어졌다.

계속 실패하면서 하나씩 배워갔는데


면접은 형식적인 자리이다.

나는 첫 면접 때 자기소개해보라 해서 안녕하세요 oo지원자 김학준입니다. 이랬는데

알고 보니 자기소개는 여태까지 내가 한 일을 필두로 1분 정도 요약해서 발표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나라는 사람이 애초에 세상에 형식 같은 거 일절 관심이 없다 보니 나는 면접에서 직무 관련한 질문하고 해당 '일'에 대한 어떤 철학이 있는지 엄청 심도 깊게 물어볼 줄 알았다. 그리고 면접관이면 일을 많이 해봤으니 아는 게 엄청 많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런 것 보다 정말 우리는 A 같은 사람을 찾고 있어 이런 느낌이었다.

나 같은 신입에게 주어지는 업무는 루틴 한 업무일 거라고 했고 나는 그런 거 관심 없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아마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를 면접을 봤다면 진짜 0점을 줬을 것 같다.

근데 난 아직도 그런 마치 답이 정해져 있는 면접 형태가 맘에 들진 않는다. 근데 막상 실무에 나가보니 일하는 시간 쪼개서 면접 보는 거라 그렇게 정형화해놓지 않으면 너무 오래 걸릴 거 같더라 그 면접자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볼 시간도 많이 없고 양측 모두 어려운 일인 것 같다. 회사라는 건 원래 없는 개념이고 결국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나는 게 일인데 좀 더 고도화된 면접 프로세스가 있으면 좋을 것 같긴 한데 또 인간이라는 게 단기간에 성향이나 이런 걸 알아보기도 어렵고 참.. 약간 VR로 업무 미리 체험 이런 거 해보면 좋지 않을까


너도 힘들겠지만 우리도 뽑을 사람이 없다.

실제로 면접관이 비슷한 말을 했다. 우리 입장에서도 뽑을 사람이 세상에 없다고

근데 이건 스타트업이라 그런 거 같기도 하다. 그 기업이 인지도가 있고 큰 규모면 애초에 이력서는 넘처나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인사담당자들이 말하길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이력서가 온다고 하던데

혹시 아직 취업준비 하시는 분들 있다면 꼭 한번 생각해보시길 바란다. 님이 지원하는 그 회사도 뽑을 사람이 없다. 문화의 색깔이 짙거나 아직 규모가 작지만 잘못된 인재 채용은 엄청난 비용 낭비라는 걸 아는 똑똑한 회사들 일수록 더 그렇다. 그러니 좀 더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나라는 사람보단 내가 했던 일이 궁금하다.

여기서 가장 많이 헤매었었다. 나는 나에 대해서 말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평소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는지 이런 일을 왜 이렇게 됐고 이런 상황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개인적인 이유와 업무적인 이유를 섞어가며 말을 했었는데 회사는 개인적인 이유는 전혀 듣고 싶지 않고 우리가 만들어 놓은 틀 안에 네가 너무 작거나 넘치지 않게 들어갈 수 있냐 그것만 검증하려고 한다. 혹은 내가 했던 일에 대해서 정말 깊이 알려고 한다. 이거 설명하는 게 너무 어렵다. 내 인생에 숙제 같은 것 같다. 중요한 건 나라는 사람이 아닌 내가 했던 일들이 회사에서 어떻게 쓰일 수 있을지 우리가 시키는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일지

가능성(미래 수익) 보단 ROI가 남는 장사에 투자한다. 경력직일수록 더욱 그럴 것 같다.


잘하고 못하고는 없다 면접 또한 '운'이 중요하다.


더 있는 것 같은데 막상 생각하려니 기억이 안 난다.

암튼 난 말을 잘 못하고 내가 한 일들을 그들의 입맛에 맞게 대답을 못하는 편이라 많이 어려웠다.

4월에 있는 면접에서 합격을 하고 싶어 고민을 꽤나 하다가 결국 누군가에 물어보기로 했다. 사실 큰 기업 면접 보기 전에도 커피챗을 한 번 해볼까?라고 생각하다가 정답은 원래 없는 것이니 탈락이 무서워서 쪽팔리게 살지 말고 나답게 떨어지자 라는 각오로 패기 넘치게 탈락을 맛봤었는데 근데 면저 취업을 한 대학동기도 취업준비 기간이 없었어서 다들 잘 모른다 하고 멘토로써 아는 사람도 없고 그래서 평소에 내가 공부할 때 자주 보던 유튜버에게 DM을 보냈다.

최대한 줄여서 보냈는데 받는 사람 당황스러웠을 거 같다 ㅋㅋ

그분이 흔쾌히 받아주셨고 그날 1시간 정도 코칭을 받았다. 사실 듣는 내입장에선 인사담당자들이 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하는 말이랑 다른 건 크게 없지만 그분이 나랑 성향이 비슷한 사람이라 하나의 케이스 스터디를 듣는 게 너무 소중하고 감사했다. 결국 컨설팅에서 얻은 건 잘하는 사람도 다 많이 떨어진다. 근데 내가 8번 떨어진 거면 문제는 너한테 있는 게 맞다.


나도 짐작을 했던 말이었는데 남에게서 들으니까 더 확신이 생겼다. 그리고 나에 대해서 말고 내가 했던 일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라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그것도 몰라? 하면서 코웃음을 칠 정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나는 어려웠다 그게 왜냐면 나한테 일은 곧 나 자신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난 일과 삶이 분리돼 있지 않다. 삶에 일이 있고 일에 삶이 있는 사람이다. 그게 자꾸 취업을 어렵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걸 느낀 게 회사 와보니까 진짜 다들 표정이 똑같고 그중에서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거나 정말 자기 효능감을 느끼는 사람은 대표님을 포함해도 없는 것 같았다. 그게 현실인가 보다 내가 좀 특이하긴 하다. 그럼 왜 일하지?

모르겠다.


암튼 그래서 엄청난 인사이트를 얻고 다음 면접에서 잘 준비를 할 시간은 없었지만 하나만은 꼭 기억해서 갔다. 일에 대해서만 말하자!


그렇게 다음 면접을 봤고 글을 보는 사람도 예상하겠지만 사람이 그렇게 쉽게 안 바뀐다 컨설팅해주신 분에게 미안하지만 5~10% 정도 개선이 됐다. 그럼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합격


왜? 난 항상 조금씩 애매해서 떨어졌던 걸까?

가만 생각해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그냥 이 좋았다.

난 평소처럼 못했다. 그날은 심지어 자기소개 끝부분도 기억이 안 났다. 컨설팅받고 2일 뒤가 면접이라 준비가 미비해서 다 못 외웠다.


면접 자체에서도 배운 게 하나 더 있는데

자기소개를 먼저 해주는 기업이 있다면 최대한 가는 쪽으로 고민해 봐라

마지막 면접 때 면접관님이 먼저 소개를 해주시는데 거기서 긴장이 싹 풀렸다. 그리고 내가 너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8개 기업 중에서 먼저 자기소개를 해주는 기업은 2곳이었는데 합격한 마지막 회사랑 돈을 잘 버는 규모가 큰 스타트업 한 곳이었다. 성과는 결과일 뿐이지만 이유는 정말 다 있는 것 같다. 사소한 거에서도 이미 차이가 난다.

그리고 내가 합격한 게 단지 운인 게 그날 회의실에 면접을 보는 사람이 나 말고 옆 회의실에 한 분이 더 있어서 소리가 다 들렸는데 그 사람은 과거의 내가 면접을 보는 것 같았다.

마치 그 순간이 영화처럼 느껴졌다. 그 공간에 내가 두 명이 있는 것 같았다. 옆 회의실은 분위기도 삭막하고 면접관 말투도 엄청 딱딱한 느낌이라 면접자분이 쉽지 않은 느낌이었다.


암튼 그렇게 평소와 다른 거 없는 나와 운이 좋게 좋은 면접관과 면접이 끝난 후 합격 연락이 왔다.

난 이미 다른 건 모든 준비가 돼있었기에 당장 다음 주부터 가능하다고 했고 그래서 5월부터 일을 하고 있다.


취업을 하는 과정에서 다시금 배운 게

정말 모든 게 다 운이더라


이걸 누군가는 문을 두드리면 열린다라고 하기도 하는데

나는 포기만 안 하면 운을 언젠간 만난다.라고 생각한다. 아 근데 그렇다고 내가 역량이 없는데 취업이 된 거냐? 그건 아니다 객관적으로 난 경험이 많아서 역량은 충분한 상태였다

이전 쇼핑몰에선 포기하는 법을 배웠다면 취업과정에선 포기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배웠다.

그리고 조금 허무하기도 했다. 진짜 어렵게 느꼈었는데 질문 한 번으로 끝이 났다.

그냥 처음부터 여기저기다 물어봤으면 더 높은 곳에서 시작을 할 수도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난 지금 회사가 꽤 괜찮다고 생각한다.

정말 내가 목표한 대로 됐다.

생각보다 취업이 어려운 것 같아서 목표를 꽤 괜찮은 이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 됐다.

나에게 기회는 골고루 왔지만 정말 저기에서 걸렸다.

예전에 어떤 수업에선가 그랬는데 영화는 과학을 앞선다.라고 실제로 영화에 나온 게 몇십 년 뒤에 현실이 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 꿈이 없어서 고민이거나 어려운 일에 직면한 사람이 있다면 나에게 있는 힘든 일이 내일 끝나지 않는다는 마음가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다는 상상을 해보면서 살라고 말해주고 싶다.

24년 목표는 끝이 나서 마음이 홀가분하고 이제 회사생활만 잘하면 되지만 어차피 상상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세상이라면 조금 더 큰 꿈을 꿔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꿈이 하나 생겼다.


나라를 건설하는 것


어이없지만 난 이게 꿈이다. 돈도 명예도 가족도 친구도 사랑도 중요하긴 하지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건 이거인 것 같더라 더 정확히는 진짜 행복한 사람들이 있는 나라를 건설하는 것

그렇다고 내가 진짜 나라를 만들 수 있냐? 당연히 그건 아니다. 근데 적어도 그걸 고민하다 보면 현실적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가 보일 것 같다. 일단 꿈은 최대한 추상적이고 크게 가지려고 한다.

그리고 작더라도 그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하기 싫은 일을 하거나, 돈에 지나치게 욕심을 가져서 도박에 중독이 되거나, 당장 도파민이 필요해서 쾌락에 빠지거나 나는 행복해지지만 남은 불행해지거나 그리고 물질을 소유하려 해서 되려 물질에 소유되지 않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근데 지금은 아니다. 그리고 난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다 그러니까 욕심내지 않고 한 계단씩만 오를 거다 근데 정말 기가 막히고 똑똑한 천재는 세상에 많지 않고 진짜 세상에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다. 일단 회사생활부터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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