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리하지는 않다.
내가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딱 하나. 솔직한 글을 쓰고 싶어서다.
유학준비를 하면서 활발하게 시작한 블로그가 있다. 이웃 20명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230명이 넘었다. 처음 시작했을 때가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내 블로그가 성장했다니 좀 신기하다. 한가지 문제는 부모님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드리고자 블로그를 알려드렸다는 것이다. 나의 취지는 좋았다. 어떤 글을 쓰든 항상 좋아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하지만, 매번 앱을 확인하시는 건지 글을 쓰면 하루 이내에 항상 답글이 달린다.
내가 인스타를 자주 하지는 않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활발하게 인스타를 하는 사람이 부모님께 인스타를 알려드렸고 어떤 글을 올리던지 댓글과 DM 을 보낸다고 생각하면 된다. 뭐 이건 둘째치고 가끔은 정말 솔직한 글을 쓰고 싶을때 더이상 블로그에는 올리지 못하게 되었다. 미성년자도 아닌데, 나의 사소한 생각까지 공유하고 알려드리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피아노를 꽤 친다. 눈을 감고 그 감정에 몰입해서 자유롭게 치는 정도면 그 악기를 즐긴다 라고 얘기할 수 있겠지. 마치 내 손이 감정에 따라 움직이듯, 글 또한 참 잘 써내려갈 떄가 있다. 나의 생각들을 쭉 마주하고 싶은 순간들이다. 이런 글들을 따로 모아놓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난 브런치를 시작했고 , 쓰고 싶은 글들을 작성하고 있다. 누군가는 자신의 옛 이야기를 참 흥미롭게 작성한다. 챕터와 제목도 잘 작성해서. 또 누군가는 독자들이 구독을 누를 수 밖에 없을 정도로 흡입력 있고 큰 숲을 설계해서 글을 쓴다. 그런 사람들에 비하면 나의 브런치는 내 일기장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두서없이 쓴 글들.
그치만, 나는 이런 내 글들이 좋다.글들이 짜임새 없기도 하고 각양각색이지만 난 내 솔직한 글들을 쓸 공간이 필요했기에 여기에 왔고 나는 기쁘게 글들을 쌓아가고 있어서 만족한다. 누군가의 글을 보며 나는 왜 이렇게 영리하지 못할까. 하나의 주제를 딱 잡아서 사람들에게 어필이 되도록 머리를 굴리지 못할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음, 모르겠다. 나는 영리하게 내 브런치를 관리하지 못하겠다. 머리 돌려가며 일을 하기 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 재밌고 좋아하는 일을 일단 하고 싶다. '인새은 재밌어. 인생 꿀잼' 이라는 글을 쓰고 싶어서 브런치를 열었을 뿐. 뭐 사람들을 사로잡는 제목, 순서, 키워드 등 주변에서 얘기하는 방법론들이 이젠 지겹다. 그래 난 영리하지 못해- 난 내 글들을 쓰고 내가 해야 할 것들을 할거야.
곧 있으면 2학기 발표가 있다. 너무 정신 없이 흘러가는 하루하루라 이게 맞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날 해야 할 일들을 잘 마무리하면서 느끼는 행복감으로 잘 살고 있다. 지금은 가사없는 노래들을 들으며 '인생꿀잼'을 머리속에 입력하자마자 기분이 좋아지고 이것을 놓치고 싶지 않아 브런치를 열었다.
꿀잼은 디폴트. 꿀잼이 아니더라도 항상 외쳐야겠다.
내 인생 꿀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