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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을 Jul 12. 2023

3일 동안 전자기기를 끊고 깨달은 것

시각에게 휴식을 : 새로운 감각 익히기 



제목은 전자기기 라고 되어있지만 정확히 하루이틀은 아예 시각을 차단하고 살았다. 

라섹을 했기 때문이다. 


아예 안 보인 것은 아니지만 전자기기에서 오는 그 빛들로 눈이 시린 상황이었다. 집에 와서 핸드폰을 누워서 보는 엄마와 TV를 보시는 아빠가 대단하다고 느낄 정도로 화면을 피해 돌아다녔다. 종이책은 괜찮겠지 했지만, 그냥 눈을 뜨는 것이 힘들었었다. 자연스레 시각이라는 감각을 뒤로 하고 청각과 촉각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 


물론 피곤해서 계속 잠을 잤지만 심심해서 몸이 견디지를 못했다. 15살 때쯤 갤럭시A가 등장했고 스마트폰이 확 퍼져나간 시기가 있었다. 과연 나는 그 전에는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었지 생각을 했었다. 소파에 누워, 엄마에게 우린 스마트폰 이전에 하루들을 어떻게 채웠는지 여쭤보았다. 정말 궁금했다. 


학교 갔다가 엄마가 해주신 간식을 먹고 집 앞 놀이터에서 놀고 수영이나 운동을 하고 학원을 갔던 것 같다. 몸으로 하는 활동을 하면서 그 감각을 익혔던 것 같다. 아 물론 학교 숙제들을 했었다. 피아노 학원도 가고. 

화면과 먼 일상을 보냈었고 솔직히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나의 감각이 점점 죽어가는 느낌이랄까. 


시각을 차단한 상태로 살다보니 이젠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도 모르겠고 디자인 작업을 하는 사람으로써, 모든 정보와 공부는 또 인터넷에서 오기 때문에 더더욱 컴퓨터 없는 생활은 불편했다. 나의 모든 24시간이 잠자는 것을 제외하면 노트북과 연결 되었다는 것에 소름 돋았다.  


노트북을 켬으로 시작되고 닫음으로 끝나는. 아마 닫는 이유는 밥을 먹고, 씻고, 잠을 자기 위함이 아닐까. 볼 수 없는 환경에서 라디오와 음악을 듣기 위해 핸드폰을 만져야 하고, 언어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텍스트를 보거나 단어를 찾기 위해서는 전자기기/Ipad 를 만져야 한다. 문득 궁금해졌다. 하루 동안 전자기기 없이 살아간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까. 







그래서 내가 깨달은 것


1. 우리는 그동안 불필요한 정보에 쉽게 노출되었다.


잘하지 않던 인스타를 자주 하게 된 이유는 '스토리'기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24시간 후에 폭파되는 기능과 그만큼 일상을 올리기 쉬운 ( 더더욱 하루가 인스타로 채워지기 쉬운 ). 생각없이 버튼을 누르고 옆으로 넘기다 보면, 내가 예상하지 못한 소식들을 접하게 될때도 있다. 물론 기분이 좋아지면 다행이지만, 우리는 쉽게 비교하는 인간이기에 기분이 개운하지 않은 적이 몇번 있었다. 


시각적인 정보를 접하지 않고 살다보니 아 세상이 이렇게 조용하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물론 좀 외롭다고 느낄 수도 있다. ㅎ 그치만 나의 시간들을 내 선택들로 채울 수 있다는 자율성과 편안함이 또 존재한다. 



2. 시각 말고도 다른 감각을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고 묻는 다면, 다른 감각을 통해서 풍성하게 시간들을 보낼수 있는 것 같아! 라고 대답하겠다. 예전에 밥을 지을려고 쌀을 물에 불리고 있었는데 쌀에서 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다. 아니, 쌀에서 소리가 난다고? 하면서 귀를 의심했다. 너무 눈 앞에 보이는 것에만 목 메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소리들에 집중하기도 하고 다른 감각들에 반응해본다면 재밌는 이야기가 또 들려오지 않을까. 



3. 나의 삶이 굉장히 노트북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구나.


솔직하게 말하면 가장 심할때는, 아침에 일어나서 핸드폰으로 무엇을 확인한다. 그리고 앉아서 노트북을 켜고 필요한 프로그램을 돌리고 정보들을 찾고 공부를 한다. 엉덩이가 아파올 쯤, 잠시 휴식을 하거나 누워서 유튜브를 본다. 다시 노트북으로 작업을 시작하고 종이책이나 ipad 밀리의 서재를 읽는다. 씻고 노트북으로 마무리 작업을 하고 유튜브를 보고 알람을 맞추고 잠을 잔다. 


학교를 다닐때는 뭐 학교에 가서 노트북을 열고 수업을 듣고 개인 과제를 하고 집에 와서 마무리 과제를 하고... 라섹을 했지만,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을 거의 항상 쓰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요즘 도서관에 많이 가는데 그렇게 읽고 싶은 책들을 골라 책상에 쌓아놓고 한권씩 읽기 시작할때 정말 행복하다. 








노트북과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 그렇지만, 더더욱 눈을 더 아끼게 되었고 내 눈에 휴식을 주려고 한다. 다른 감각을 자극하기 위해서라도 눈을 감고 음악을 듣는 시간들도 요즘 챙기게 되었다. 예전에는 쉴 때 음악 들어! 하는 친구들을 이해를 못했다. 난 쉴때 유튜브 영상, 예능 영상 보면서 깔깔대고 웃었으니까. 그러나 이제는 좀 알겠다. 눈을 쉬게 하는 시간들 그리고 다른 감각들에 집중하는 시간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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