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도시에서 다 시도해보기
프랑스 유학생 4년차, 오늘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생산적인 일을 하고 돈을 번다는건 나를 좀 더 단단하게 하고 더 자유롭게 만든다. 작은 돈이라도 고정적으로 돈을 번다는 사실이 나에게 자신감도 주고 이곳에서 또 다른 삶! 을 살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부모님 용돈으로 계속 살기엔 나도 참 작아 보이고 이 큰 세상에 돈 벌 수 있는 기회를 못 잡다니.. 하는 아쉬움?
그렇기에 난 사이드잡을 하고 싶어서 알바몬 재택근무 영상 편집, 불어 번역 등등 많은 사이트를 뒤적거렸고 프리랜서로 일하고자 많은 지원서를 보냈다. 조금이라도 했던 개인 유튜브와 썸네일 디자인들을 모아 포트폴리오 제작하기도 했으며 알바몬, 알바천국에는 계속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며 전달했다.
결과적으로 위에서 발버둥쳤던 걸로는 돈 10원 조차 벌지 못했고 자원봉사로 컴페션 불어,영어 편지 번역일을 한게 기억에 남는다. 이것도 좋은 취지 겸 번역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하며 시작했었다.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것 그리고 잘한다고 생각하는걸로 적지만 매달 돈을 벌고 있으며 이번 편에서는 대면으로 벌었던 수입들을 먼저 얘기하고자 한다.
첫번째,
학교 메일, 학교 사이트등을 공략하자.
외국어로 그것도 영어가 아닌 1년차 밖에 안된 당시 처음으로 불어로 면접을 보게 되었다.
학교 메일로 전달된 지역 예술극장 알바.
우리 도시가 크지는 않았지만 이 극장은 메인 홀 800 석이라는 꽤 작지 않은 규모의 공간이었고 예술학교 학생들이 꽤 많이 일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원자도 많았지만, 저번엔 문소리가 주연을 맡았던 공연도 이곳에서 했었고 외국 공연단이 꽤 오는 것을 언급하며 지원서를 보냈다.
프랑스는 메일의 형식이 중요하다. 정말 불필요한,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마지막 끝 인사 또한 서로 형식임을 알기에 꼭 넣어주어야 한다. 한국인으로 영어,불어,한국어 3개국어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외국인이 많지 않은 이 곳에 유학을 온 만큼 적극적이고 잘할 자신이 있다고 적었다. 한국에서 파리바게트에서 일했던 것도 추가했다.
면접을 볼 때는 얼마나 떨리던지. 다행히도 그 다음학기 부터 일을 하게 되었고 일은 간단했다. 표 검사하고, 안내하고, 인사하고, 짐 맡겨주는 등 공연은 또한 같이 볼 수 있어서 나에겐 일석이조였다. 세전으로는 월 160유로 정도 벌었는데 payant net (세후) 월 115유로 정도 들어와 한국 돈으로 매달 17만원 정도 벌 수 있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9 - 6월 운영을 하고 7,8월은 방학이라고 쳐주어 일을 하지 않는데도 똑같은 월급이 들어온다. 그래서 올해 1년을 채우고, 6월말 마지막 근무 후 사직서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8월까지 17만원을 받게 된다. 또한, 극장 내에서 하는 장애인 교육이나 노동자 센터에 가서 검사하는게 있었는데 소요된 시간 만큼 다 측정해서 페이를 받았다. 프랑스는 노동자에 대한 복지가 잘 되있다는 말이 그냥 나온 소리가 아님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두번째,
마음을 열고 기회를 잡자 : 한국어 과외
작년 즈음에 갑자기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과외 사이트들이 알고리즘에 떴었고 실제 그곳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의 후기글을 많이 보게 되었다. 블로그 이웃중에서도 한국어 과외로 돈을 번다는 사람을 보고 나도 사이트에 들어가 회원가입을 했었다. 그러나 자기소개 영상을 공개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것에 마음이 꺼려졌고 아무리 연습을 해도 촬영한 영상을 보면 으아악 소리가 절로 나왔다. 내 자아가 카메라 앞에서 선생님인 척 하는게 왤케 오그라들던지.. 물론 영어 수학 학원에서 파트타임 강사로 일도 해봤지만 카메라 촬영은 정말 달랐다.
그렇게 '한국어 과외를 하면 좋겠는걸' 하는 생각만 갖고 생활을 하다가 우연히 버스에서 한 여학생을 만나게 되었다. 그날 유독 버스에 사람들이 많았고 서로 어깨를 가까이 할 정도로 끼여있었는데 뒤를 돌아보니 한국어로 설정된 한 여학생의 핸드폰이 보였다. 그때 두 생각이 교차했다. 이 친구한테 말을 걸어볼까. 아니야 그냥 평안하게 학교까지 잘 도착하자..
그때 읽고 있던 책의 챕터가 마침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는것에 마음을 더 열어라, 인생은 모르는거다의 내용이었기에 나는 그 소녀에게 말을 걸었다.
' Salut, 너 한국어 배워 ? '
' 어! 안녕 응 나 한국어 배워. 어떻게 알아? '
' 응? 여기 보이네. 나 한국어 해! '
그 후에 들려온 답변이 너무 웃겼다.
' 너도 한국어 배워 ????? '
이건 정말 지금 생각해도 너무 웃긴 편견없는 학생의 순수한 말이었다. 난 너무 당황한 나머지 나 한국인이야 라고 말을 했고 그 친구는 이 소도시에 불어를 곧잘 하는 한국인을 만날줄은 꿈에도 몰랐는지 재차 찐 한국인인지, 모국어가 한국어인 사람인지 물어보았다. 그리고 그 학생이랑 스몰토크를 주고 받다가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데 과외를 해줄 수 있냐는 부탁을 받았다. 그 친구도 마침 그 전날 부모님과 한국어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한국어 과외를 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싶다고 했었는데 나를 만나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전화번호를 주고 받고 난 고3 프랑스 학생에게 한국어 과외를 해주게 되었다. 영어 과외 짬밥으로 내가 어떤 경험이 있는지 짧은 자기소개를 어머님께 보내드리고 정식으로 일주일에 2번 한시간씩 시간당 10유로로 과외를 하게 되었다.
꽤 저렴한 가격이었지만, 한국어를 가르친 경험은 0회에 학생 신분이라 시작하기엔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고 판단했다. 우선 학생이 갖고 있는 책으로 복습을 하고 일상 단어들, 회화들을 같이 암기하고 시험보는 식으로 준비했다. 세종어학당 등 다양한 사이트에서도 한국어 기초 공부 관련 자료들도 무료로 제공되어 덕을 꽤 봤다. 1달 반 정도 지나고 나서는 15유로로 인상을 말씀 드렸고 흔쾌히 오케이 하셨다.
그래서 초반엔 한달 80유로, 그 후엔 120유로를 벌었다. 한국 돈 18만원 정도.
마지막으로, 돈을 번건 아니지만 프랑스 정부에서 매달 지원해주는 집 지원금.
공과금 포함 월세 450유로 쉐어하우스에서 지내고 있었고 한달 100유로 지원금이 나왔다. 혼자 사는 경우엔 더 많이 나오는데 내 친구는 혼자 살며 650유로 월세로 지불하고 지원금은 200유로 정도 받았다.
우리 외국인들은 이 외의 프랑스 지원금은 해당사항이 안된다.
다음 편에서는 디지털 노마드, 비대면 프리랜서로 돈을 벌게 된 법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 내용이 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