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기쁨」과 「가든파티」를 중심으로
인생이라는 단어에는 무수히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이는 저마다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인데 맨스필드는 두 단편소설 「천상의 기쁨」“Bliss"과 「가든파티」"The Garden Party" 초반부터 인생 즉, 삶에 대해 진정한 의미를 고찰해 볼 수 있도록 글을 전개하고 있다. 맨스필드가 작품 속에서 말하는 인생이란 무엇이며 소설의 제목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What can you do if you are thirty and, turning the corner of your own street, you are overcome, suddenly by a feeling of blissㅡabsolute bliss!"(Katherine 174) 맨스필드는 「천상의 기쁨」초반부에 이런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 버어서 영(Bertha Young)은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서른 살의 여성으로 소설 제목 자체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천상의 기쁨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소설의 제목과는 달리 그녀의 친구인 펄 풀튼(Pearl Fulton)과 남편 해리(Harry)의 외도를 버어서가 알게 되면서 놀라운 반전으로 결말을 맺는다. 과연 제목과 결말이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일까?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중요한 상징 중의 하나인 배나무에 보는 시각에 따라 인생의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져 있다는 점인데 진명희는 “작품 마지막에 끔찍한 진실이 드러난 고통스런 현실에서도 여전히 활짝 펴 있는 배나무에 의해 어떠한 고난과 억압에도 변함없이 굳건하게 계속될 여성의 표현 의지를 전달하고 있음을 파악함에 그 의미를 둔다”(250)고 하였다. 배나무의 상징에는 여러 의미와 해석이 있지만 자칫 절망에 빠져있을 거라고만 생각했던 버어서의 입장에 서서 배나무를 바라본다면 오히려 큰 사건을 겪은 후에 자신의 자아를 찾아 더 큰 기쁨, 즉 다시 한 번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여 또 다른 천상의 기쁨을 느끼며 살아갈 미래의 버어사 자신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소설 후반 부에 버어서가 “Oh, what is going to happen now?”(185)라고 했던 질문에 답이 될 수 도 있어 보인다. 더불어 활짝 핀 배나무는 그동안 억압되어 있던 버어서의 성적 욕망이 분출됨을 드러내는 부분이기도 한데 버어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인생은 외면적으로 보여 지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맨스필드는 이를 증명하고 싶었던 것처럼 겉으로 보기에 더 없이 행복할 것만 같았던 버어서의 내면으로 들어가 성적 욕망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맨스필드는 여성의 외면과 내면을 솔직하고도 대담하게 그려냄으로서 남성중심 사회의 가정 내에서의 여성의 인생이 어떠했는지 간접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And after all the weather was ideal”(336)「가든파티」 역시 맨 처음 등장하는 이 의미심장한 문장이 주목을 끈다. 이 문장을 해석해보자면 “어쨌거나 날씨는 더할 나위 없었다”(캐서린 90)라는 뜻으로 소설의 첫 문장임에도 불구하고 접속사로 글을 시작하고 있다. 과연 이 첫 문장과 「가든파티」작품 속에서 맨스필드가 표현하려 했던 인생의 의미와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소설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파티준비로 한창인 정원을 배경으로 순수하고 어린 로라(Laura) 역시 파티 준비로 분주하다. 그런데 그 와중에 집 근처에서 짐마차꾼 스캇(Scott)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로라는 사람이 죽은 마당에 파티를 열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로라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로라는 잠시 씁쓸함을 느끼지만 파티는 그대로 진행이 되어 무사히 끝나게 된다. 파티가 끝난 후 로라의 어머니는 남은 음식들을 로라를 통해 죽은 스캇의 집에 가져다주게 하고 로라는 그 집에서 죽은 스캇을 보게 된다. 하지만 너무도 평온한 스캇의 얼굴을 보며 로라는 파티에서부터 쓰고 있던 모자를 용서해 달라며 울음을 터뜨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빠 로리(Laurie)를 만나 인생이 무엇인지 대해 말을 끝맺음 짓지 못하며 소설이 마무리된다. 과연 로라가 말하려 했던 “isn't lifeㅡ”(349)에는 어떤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을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파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인부를 보았을 때와 스캇의 죽음을 접했을 때 로라는 분명 자신의 계급과 그들의 계급 사이에서 혼란을 느꼈다. 특히 죽음 앞에서 상류 계급으로 살아간다는 것 따위가 무슨 의미가 있을지 로라는 다시 한 번 느꼈을 것이다. 아마도 로라가 끝맺음 짓지 못한 인생이란 상류 계급이든지 하류 계급이든지 죽음 앞에서는 모두 덧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한다. 또한 죽음은 두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소설의 첫 문장에서 어쨌거나 날씨가 더할 나위 없었다고 표현한 걸로 보아 자연의 순리대로 흘러가는 하나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본 듯하다. 그것이 맨스필드가 작품 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인생인 것이다.
맨스필드는 두 단편 소설 속의 버어서와 로라를 통해 각각 가정 내의 성인 여성의 인생과 계급갈등과 죽음 앞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어리고 순수한 소녀의 인생을 표현해냈다. 인생을 한 마디로 정의 내리기란 쉽지 않지만 적어도 이 작품 속의 주인공들을 통해서 우리는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인생과 다른 인생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보고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문학 작품의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러한 부분으로 작품 속의 등장인물을 통해 나와 다른 인생을 경험함으로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마음이 넓어지고 나아가 자아의식 고취와 같은 학습자의 정의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는 점이다.
참고문헌
김은주. 「영어 교실에서의 창의력 신장을 위한 문학작품의 활용 방안」. 『교과교육학연구』. 5, 2001. 107-201.
진명희. 「캐서린 맨스필드의 「천상의 기쁨」: 성적욕망의 주체적 발현과 여성적 글쓰기」. 영어영문학 연구』. 50, 2008. 247-264.
캐서린 맨스필드 지음; 한은경 옮김. 『가든파티: 맨스필드 단편 소설집』. 서울: 펭귄클래식 코리아, 2010.
Mansfield, Katherine. "Bliss." Katherine Mansfield: Selected Stories. Ed. Angela Smith. Oxford: Oxford Up, 2002. 174-185.
_____. "The Garden Party." Katherine Mansfield: Selected Stories. Ed. Angela Smith. Oxford: Oxford Up, 2002. 336-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