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본당
명동 성당은 나에게 참으로 익숙한 곳이다.
사는 곳은 지방이라 물리적 거리는 떨어져 있지만
어렸을 적부터 서울 친척집을 방문할 때마다,
주일학교 교사를 하면서 수녀님을 따라,
그리고 결혼 전까지는 명동성당에 계셨던 존경하는 수녀님을 뵈러,
서울에 가게 되면 늘 명동성당에서 주일미사를 드렸다.
작년 아이들과 서울을 방문했을 때도 명동성당에 들렀지만
일정상 평일인 관계로 미사는 드리지 못하고 돌아왔었는데
이번에는 주일미사도 드리고 아이들에게 아니, 첫째 아이에게
명동성당의 상징과 의미에 대해서도 간략하게나마 설명해 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명동성당은 한국 천주교회의 상징이며 우리나라 최초의 본당이다.
여러 순교자의 유해가 모셔진 곳이기도 하며,
김수환 추기경님의 "나를 짓밟고 가시오"라는 유명한 말씀이 떠오르는 민주화 운동의 성지로도 기억된다.
"지금 이곳, 명동성당에 왜 이렇게 외국인들이 많은지,
주일엔 미사가 한 시간 단위로 왜 끊임없이 이어지는지,
한 번 생각해 볼래?"
"음, 유명한 곳이니까 사람이 많아서 미사가 많은 거 아닐까?"
"왜 유명할까?"
아직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에게 민주화 운동의 설명까지는 해줄 수 없었지만
아이가 미사를 드리는 동안 두 손 모아 기도손을 하고 성가를 들으며,
이 공간을 눈으로 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무언가를 느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네 식구 나란히 앉을 공간이 없어, 첫째 아이만 의자에 앉게 하고 둘째 유모차는 한편에 세워둔 채 뒷 줄에 서서 미사를 드리고 있었다.
몇 발자국 뒤에서 바라본 첫째 아이의 기도손 모습이 내 눈에 너무 예뻐 보여 한참을 바라보고 있는데, 앞 줄의 중년 여성분이 옆에 있는 남편을 쿡쿡 찌르며 우리 큰 아이를 가리킨다.
그분들의 눈에도 아이의 기도하는 모습이 더없이 예뻐 보였나 보다.
그나저나 우리 둘째는 어째 성당 주변의 새와 꽃들에게 더 관심이 많다.
미사 중 제일 많이 한 말, "언제 끝나요?"
쉿! 쉿! 둘째를 다독여가며 미사를 드리는 한 중간,
37개월 꼬맹이가 "내 탓이오, 내 탓이오, 저의 큰 탓이옵니다."라는 기도 구절에서
고사리 손으로 가슴을 치며 기도문을 따라 읊는 순간,
뭔지 모를 가슴 벅참이 밀려왔다.
미사의 말미, 거룩한 성체의 시간.
"그리스도의 몸" "아멘"
아이들과 함께 나가 남편과 나는 성체를 모시고, 아이들은 축복을 받고 자리로 돌아왔다.
"엄마, 냄새 맡아보게 아~ 해봐. 무슨 맛이야? 나도 그리스도의 몸 먹고 싶어."
우리 둘째의 천진난만함을 그분도 귀엽게 봐주셨으리라.
비록 미사시간에 쫑알대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