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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젠이 Apr 03. 2023

한 번씩 찾아오는 무기력 주간

이라 쓰고 인간혐오 주간이라 읽는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대부분 결혼 후 한 곳에 정착하여 살고 있다 보니 홀로 해외에 살며 주기적으로 여행도 다니는 내가 부럽다고 한다. 타인의 눈에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사는 사람인 나지만 그건 타인의 시선 속 내 모습에 불과할 뿐.


예전에 비해 많이 긍정적으로 변했지만 그래도 가끔씩 분노와 슬픔, 무기력이 한 번에 밀려드는 시기가 있다. 그리고 요즘이 바로 그렇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행도 다녀오고, 친한 친구가 놀러 와서 며칠간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도 말이다.


생리로 인한 호르몬의 영향도 어느 정도 있겠지만, 부족한 수면시간과 인간에 대한 환멸, 여러모로 바빴던 일 등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 듯하다. 며칠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으니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여 폭발한 건지 어제는 베개가 다 젖을 정도로 엉엉 울었다. 


먼지처럼 흩날리거나 얼음처럼 녹아서 사라지고 싶다. 


태국어 공부도 브런치도 이제 막 시작한 입장이라 의욕도 넘치는 상태라 부지런하게 잘해보고 싶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마지막 수업을 들은 것도, 브런치에 글을 올린 것도 한 달 전 일이 되었다. 타인에게 실망을 하게 되면 거리를 두거나, 아니면 그 사람을 안 보면 그만인데. 나 자신에게 실망을 해버리면 그것만큼 괴로운 일도 없는 것 같다. 왜 좀 더 끈기 있게 잘 해나가지 못하지? 왜 이만한 일로 멘탈이 흔들리지? 이런 자책을 끊임없이 하게 되어 더 괴로운 걸 수도.


조금 전 브런치 마지막 발행이 언제인지 확인하려다 가장 최근 글을 한 번 더 읽고 왔는데 지금 작성하고 있는 이 글과 너무 정반대의 느낌이라 피식했다. 마지막 문장이 무려 '고난 뒤에는 행복이' 였다니. 그것도 귀엽기 짝이 없는 이모티콘과 함께.. 그렇다면 이 시기가 지나고 나면 또 행복한 시기가 오겠지.


출처: 네이버 '할 일을 하자' 이미지 검색 


오늘은 집 청소도 하고 운동도 좀 해야겠다.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우울감이 많이 사라진다고 하니까. 그러고 보니 날씨가 더워서 땀나면 짜증 나는데 운동해서 땀 흘리고 나면 기분이 좀 나아지는 것 같았다. 내가 잘한다는 이유로 남이 나에게 떠넘긴 일도 이제 슬슬 시작해야겠다. 열받고 억울해서 흘린 눈물로 강까지는 아니어도 실개천정도는 이룰 수 있을 것 같은데. 시간이 흘러 그 실개천이 내게 사막 속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냐며.


아휴 그래 하자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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