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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태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12번째 데모데이 Review

by 블루포인트


“블루포인트 데모데이를 찾아 주신 분들,
그리고 미처 초대 드리지 못한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보내주신 관심만큼 더 많은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묵묵히 그들의 성장을 지원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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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시대, 블루포인트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요?’

벌써 12번째를 맞은 ‘소문난 잔치’ 올해 블루포인트의 데모데이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했습니다. 챗GPT 이후 모든 산업이 AI 중심으로 재편되고 변화의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는 지금, 10년 뒤를 내다보는 초기 스타트업 투자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그렇게 던져진 올해 데모데이의 주제 ‘AVALANCHE’(아발란체)는 다가올 시대에 대한 경외감과 블루포인트의 투자 전략을 모두 함축한 말이었습니다. 아발란체는 물리학에서 작은 자극에서 시작된 급격한 연쇄 반응을 현상을 말합니다. 좀 더 일반적인 의미로는 ‘눈사태’를 뜻하기도 합니다.


AI로 촉발된 변화는 막대한 전력을 지탱해 낼 에너지 산업으로 향하고, 로봇과의 결합을 통해 노동 시장의 강렬한 충격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에 이용관 대표님은 데모데이 무대 인사를 통해 ‘AI는 더 이상 하나의 기술이 아니라 다른 산업과 서로 변화시키는 촉매제’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렇게 이번 블루포인트의 데모데이는 AI로 달라진, 그리고 달라질 미래를 만들 12개의 팀을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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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포인트 데모데이는 막연한 가능성이 아니라, 전문성을 보여주는 자리입니다.”


데모데이를 두 달여 앞둔 7월의 어느 날, 그렇게 거대한 눈덩이를 굴리고자 한뜻으로 12명의 발표팀 대표님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블루포인트가 3년 내 투자를 진행한 팀들 가운데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면서, 데모데이의 주제 의식에 부합하는 곳이 엄선되었습니다. 워낙 다양한 무대와 발표 경험을 가진 대표님들이었기에, 블루포인트 데모데이는 더욱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예년과 달리 올해는 투자사만을 초청 대상으로 했습니다. 투자사만을 모시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참가 팀 모두 강력한 전달력을 유지하면서도 IR 관점에서 뒤쳐지지 않는 발표가 되기 위해 자료를 다듬고 다듬었습니다. 수차례에 걸친 점검을 통해 시장성·확장성·규제 대응까지 설득력 있게 전할 수 있도록 멘토링은 이어졌습니다.


기존의 블루포인트 데모데이는 투자사는 물론 학생이나 예비 창업자, 그리고 스타트업 생태계에 관심이 있는 누구나 투자 인사이트와 스타트업의 전문성 넘치는 발표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업계 최대 규모의 행사로 이름이 나 있었지만, 올해는 과감히 이런 것들을 뒤로 했습니다. 엄혹한 산업 환경과 자본 시장을 고려해 발표 팀들의 실질적인 ‘밸류 애드’(Value-add)를 기대하기 위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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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지난 9월16일 화요일, 송파구에 위치한 소피텔 앰버서더 서울에서 블루포인트 데모데이가 열렸습니다. ‘왜 갑자기 소피텔이냐?’ 스타트업의 성지인 테헤란로가 아닌 장소를 고른 이유를 많이들 궁금해하셨습니다. 마치 소풍처럼 업무에서 벗어나 석촌호수도 둘러보시고 가을날의 여유를 즐기며 오시길 바랐지만, 갑작스러운 폭우로 행사를 준비한 당사자들의 마음은 타들어 갔습니다.


‘투자사로만 300석을 채울수 있을까’, ‘너무 멀어서 안 오시는 것은 아닐까’, ‘투자의 프로페셔널이 보기에 발표팀들의 준비가 충분할까’


우려와 달리 행사 시작을 30분 앞둔 3시 30분부터 행사장은 참관객으로 가득 들어차기 시작했습니다. 발표팀을 다른 분들보다 조금 더 빨리 만나보기 위해, 리허설 현장을 방문한 국내 톱티어 VC도 있었습니다. 조금씩 자리가 차고 있다는 소식에 오전 일찍부터 리허설을 진행 중이던 발표팀 대표님들의 얼굴에도 긴장감과 기대감이 동시에 자리했습니다.


사실 이날 데모데이는 마치 VC 반상회를 연상케 했습니다. 투자사로 초청 대상을 한정하다 보니, 네트워킹의 밀도가 높아졌습니다.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을 마주한 VC들은 인사를 나눴고, 오가는 안부와 웃음소리와 함께 행사는 예정 시간을 살짝 넘긴 4시 10분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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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의 시작을 알린 오프닝 영상, 시간은 1분30초 남짓이었지만 이번 데모데이를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이 많이 쓰였던 순서였습니다. 데모데이의 주제 의식을 담아내면서도 임팩트를 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AI가 데모데이를 관통하는 주제니, 오프닝 영상을 직접 AI만 활용해 만들어보자는 무모한 도전을 더했습니다.


약 3주간의 AI 영상 제작 스터디와 3일 남짓한 실제 제작 기간을 거친 AI 오프닝 영상은 객석을 채운 300명을 멋들어지게 홀렸습니다. 일부 참관객들은 외주를 준 것으로 아셨다니, AI의 위력(?)을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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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다양한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한 번에 보여주는 창 같았습니다. 플라시클은 폐플라스틱, 특히 폴리카보네이트를 분자 단위로 되돌려 투명한 원료로 재탄생시키는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무대 화면에 전후 비교 샘플이 비춰지는 순간, 객석에서 나지막한 감탄사가 흘렀습니다. 비욘드캡처는 전기로만 작동하는 ‘탄소 포집 배터리’를 소개했습니다. 재생에너지와 연결해도 작동할 수 있는 모듈형 구조라 설치 장소 제약이 적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리네플은 고체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공정을 통해 기존 대비 4배 더 많은 바이오가스를 생산할 수 있다는 발표로 청중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퍼스트랩은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PFAS를 99% 이상 분해하는 기술을 선보이며, 환경 규제 대응과 글로벌 시장 확장 가능성을 설명했습니다. 풀릭스는 식품 제조 시장의 ‘코스맥스’를 자처하며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식품의 미래를 보여줬고, 임팩티브AI는 기업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탁월한 수요예측 AI 기술을 보여줬습니다.


이 밖에도 외식업 사장님들을 위한 리뷰 관리 AI ‘르몽’, 개별 콜드체인 솔루션 ‘신선고’, 라스트마일 도로 최적화 교통 솔루션 ‘알트에이’, 가슴 성형 회복 맞춤 속옷 ‘안티그래비티’, 골프장 잔디를 스스로 복구하는 로봇 ‘엑스업’, 그리고 SMR(소형 모듈 원자로) 설계를 진행 중인 ‘엠에스아이랩스’까지 발표팀들은 기술력과 비전을 아낌없이 보여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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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데모데이를 위해 직접 ‘식품 제조 원스톱 솔루션’ 풀릭스의 고객을 자처한 이용관 대표님의 간증(?) 시간은 이날 발표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갑자기 객석에서 벌떡 일어난 이용관 대표님의 등장에 좌중은 웃음소리로 가득했습니다. 사실 블루포인트는 행사를 찾아주신 분들을 위한 기념품을 고민하고 있었고, 이 과정에서 이용관 대표님이 평소 즐겨 드시는 양파처트니를 풀릭스와 함께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실제 제조기간 2주, 미팅 2회 만에 블루포인트 이름을 담은 상품이 탄생했습니다. 성분-안전 검사는 모두 풀릭스가 담당했습니다.


모든 발표가 끝난 뒤까지 데모데이가 이어진다는 점은 이번 행사의 특징이었습니다. 발표가 끝났지만, 여전히 많은 참석자들이 자리를 지켰습니다. 테이블 별로 배정된 발표팀들에 투자자들이 자리해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고, 자연스러운 네트워킹은 이후 마련된 식사시간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만개한 이야기꽃은 행사장을 소등하고 정리하는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마무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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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데모데이를 준비하면서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데모데이의 진짜 가치는 무엇일까, 초기 투자사는 어떤 식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해야 할까, 블루포인트는 이번 행사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행사가 끝난 지 며칠이 지난 지금도 이 질문에 완벽한 답을 찾진 못했습니다. 다만 데모데이에 자리해주신 투자사 분들의 ‘기대했던 것 이상의 좋은 팀을 발견한 것 같다’는 이야기, 참가 스타트업 대표님의 ‘사업에 대한 자신감과 동력을 얻었다’는 감사 인사, 스타트업 생태계 관계자의 ‘블루포인트가 하면 역시 다르다’는 조금은 부끄러운 칭찬들. 이 모든 목소리를 이어 붙이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조금은 또렷해지는 기분을 느낍니다.


블루포인트는 초기 스타트업 생태계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방법론을 끊임없이 실험하고, 고민해 나갈 것입니다. 이런 작은 시도들은 끝내 큰 변화를 만든다고 믿습니다.

그 믿음이 바로 블루포인트가 ‘AVALANCHE’라는 이름으로 던진 도전입니다.


-블루포인트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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