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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구리 Sep 28. 2023

코덕의 세계

홍조

  이 연애는 불가항력이라는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 이홍조가 나온다. 그리고 연배가 좀 있는 분들은 아시겠으나 미쓰 홍당무라는 영화에는 공효진 배우가 양미숙이라는 찌질한 홍조인을 너무나 현실적이게 연기했다. 솔직히 이홍조는 이름만 홍조지, 곱디고운 블러셔에 가깝다면 미쓰홍당무의 양미숙이야 말로 홍조인들이 공감할 진짜 홍조다. 홍조는 보기에 찌질(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무시하세요)해서 대인관계에서의 고통을 수반할 뿐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약간의 고통을 수반한다. 상황에 따라서(온도, 습도, 그리고 분노! 외 등등) 혹은 아무 이유 없이 얼굴이 붉어지고 열감이 있고 그로 인해 쓰린 느낌과 모공이 확장되는 느낌(과 현실) 붉은 반점이 올라오기도 하고 혈관이 비치기도 하고 여튼 막 여러 가지 안 좋은 두루두루의 증상을 가진다. 이홍조를 제외한 세상에 모든 홍조는 귀엽지도 않고 사랑스럽지도 않고 꽐라 아저씨 같다.(홍조 혐오 아닙니다!! 그냥 흔한 홍조인입니다!) 그리고 어린 날의 홍조는 잘 포장하면 어떻게 혈색(??)이라고 둘러댈 수도 있겠으나 나이가 들면 피부는 얇아지고 건조한 데는 더 건조해지고 기름 끼는 데는 더 더럽게 기름이 껴서(수부지 편 참조) 아줌마의 홍조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벼랑 끝 같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리해서 나는 홍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무려 10개 이상의 제품을 시켜서 테스트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결국 이사배 님이 데일리템으로 강추해서 인터넷에서 품절 대란이 났던  매드스킨케어의 레드니스레스큐를 마지막 보루로 삼아 온라인주문을 강행했다. 내가 사는 곳은 매드스킨케어 유럽 사이트에서 주문 가능 했는데 한국처럼 샵 전문가용으로 나온 대용량은 따로 이메일이나 전화로 문의해야 구입 가능하고 30미리 도매용(?)만 판매했다. 가격이 비싸서 좀 고민했으나 이미 너무 많은 제품의 잇단 실패로 그냥 레스큐만 샀으면 몇 통을 살 만큼 돈을 버렸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고 지르기로 마음먹었는데, 이 땅그지 같은 사이트!! 배송비가 20유로쯤 됐다. 새벽에 급 성난 나는 붉은 얼굴이 더 붉어져서 핸드폰을 내동댕이 치고 다음날 새로이 전의를 다졌다. 응? 유럽에 화장품 브랜드가 이케 많고 응? 유럽에 홍조인, 주사(rosacea)인이 널리고 깔렸는데 그게 맞는 제품이 없을 쏘냐! 저 배때지 부른 자본주의 미쿡 회사!!! 흥 칫 뿡이다! 하고 검색의 검색을 하던 중 홍조와 민감성은 맥을 같이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일단 나는 보통 5가지 쓰던 제품 루틴을 (나름) 파격적으로!! 3단계로 줄이고 베이직한 제품들을 찾기 시작했다. 등잔밑이 어둡다고 독일에 널리고 깔리고 밟히는 피지오겔에 홍조용 세럼이 있다는 것을 찾아냈다(대단한 것을 찾아낸 냥 으스대고 있;) 피지오겔 레드 수딩 AI 세럼이었다. 일단 첫 스텝은 늘 사용하는 라로슈포제 온천수 미스트로 두세 번 레이어링 하며 결도 정리하고 수분을 채운다. 항상 미스트와 함께 사용하는 오일은 홍조관리를 집중적으로 할 때는 제외한다. 사용 제품을 줄여서 피부의 피로도를 낮추는 것도 전략(?) 중 하나이기 때문에 수분감이 충분히 느껴지지만 얼굴이 축축해서 막 물이 흐르는 상태는 아닌 그 중간의 시점에 바로 레드 수딩 세럼을 투척한다. 한번 야무지게 펌핑하면 얼굴이 대야만 하지 않은 보통의 성인은 충분히 이마부터 턱아래까지 도포 가능하다 발림성이 좋고 촉촉하고 유분감은 거의 없어서 얼굴이 가볍게 촉촉해진다. 그리고 고기능 성분의 제품을 사용했을 때 느끼는 자극도 전혀 없이 매우 편안하게 발린다. 이름부터 레드라니! 뭔가 레드와 싸워 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까지 더해져 얼굴도 맘도 평안을 얻는다. 하지만 여기서 마치면 마지막 저장버튼 안 눌러서 야근각.. 은 아니지만 여튼 기껏 잡아둔 수분을 다 날리는 우를 범하게 된다. 촉촉하게 잘 펴 발랐다면 길에서 나눠주는 부채로 얼굴이 두 번 정도 부치고 바로 굳히기에 들어가야 한다. 아무래도 같은 제품라인이라면 들어가는 성분도 비슷하고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에 같은 라인의 크림을 발라줘도 좋고 좀 더 촉촉을 원한다면 유분이 좀 더 함유된 크림을 발라줘도 괜찮다. 이렇게 단독(?)으로 세 가지만 발라주고 아침에 일어나면 한결 홍조들이 내 안에서 떠나가고 피부가 편안해졌음이 느껴진다. 일주일정도 이 루틴을 하면 왜인지 모르게 꿀피부가 된다. 하지만 이것을 반복할 수 없는 나는야 코덕이라서 늘 새로운 제품을 마루타 마냥 내 얼굴에 테스트하고야 만다. 사람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뭐 그러다 보면 꿀템도 찾고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feat. 피지오겔 레드 수딩 AI 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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