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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갑돌이 Sep 16. 2024

그래?  그럼 니가 증명하면 되겠네.

잊혀지지 않는 한마디

난 된장녀니깐 라는 글에도 썼지만

중학교때부터 지금까지 친구녀셕이 있다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깐 약 30년은 됐네.


'요즘이야 서로의 가정과 일이 있어서 가끔 안부만 묻는정도지만

결혼전에는 지금 아내가 "오늘은 애인 안만나"할정도로 붙어다녔던 녀석이다.


우리는 진짜 다르다.

나는 외향적인 반면에 그녀석은 내향적이고 , 나는 진취적이고 모험을 좋아하지만 그녀석은 안정을 추구한다.

하지만 서로에게 지기를 싫어하여 어릴때부터 뭔가 라이벌의식인것 같으면서 아닌것같기도 한 서로에게 꼬투리를 잡히면 먼지가 되도록 까이겠다는 그런 위기감은 같이 가지고 있다.


일례로 20대때는 다 같이 담배를 피웠는데 어느순간 두명이 같이 끊는다고 선언을 했고

독한 두 놈은 그길로 담배를 끊었다.

나는 그 뒤로는 담배를 입에 대지 않았는데 술이 진탕취한 어느날 그녀석이 같은 친구녀석의 담배를 몰래 함모금 빠는걸 찍어서 만날때마다 의지박약아라고 놀렸던 기억이 난다.


언젠가 그녀석이 나에게 MBTI를 물은적이 있다.


"갑돌아 너 MBTI가 뭐냐?"


나의 MBTI는 선도자(ENJF)다. 언젠가 해보고 이 MBTI가 마음에 들어서 더이상 해보지 않았는데

얼마전에 원하는 MBTI질문이 좀 바뀌었다고 기회가 되어서 다시 해봤는데 똑같이 ENFJ가 나오더라.


선도자, 언변능숙형

온화하고 적극적이며 책임감이 강하다. 사교성이 풍부하고 동정심이 많다. 상당히 이타적이고 민첩하고 사람 간의 화합을 중요시하며, 참을성이 많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의견에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대체로 동의한다. 미래의 가능성을 추구하며, 편안하고 능수능란하게 계획을 제시하고 집단을 이끌어가는 능력이 있다. 전 세계 인구의 2.5% 정도로 희귀한 유형이며, 대한민국에서도 3.5% 미만으로 보기 드문 유형이다.

(아내여. 전세계의 2.5%.. 독특한 사람과  사느라 고생이 많소.)


"그럼 너는 뭐냐?"


내가 되묻는다.


잠깐 생각을 해보더니만


"너랑 나랑은 진짜 한글자도 안맞네. 나는 ISTP야."


"너랑 나랑은 진짜 안맞는가보다."


그랬더니 그녀석이 대뜸 하는 말이


"원래 극과극은 통한다잖어"

(원래 이 문구를 제목으로 하려다가 바꿨다)


진짜 다른 어떤 말의 조합을 생각해봐도 이 이상의 말은 없었다고 아직도 생각이 든다.


그래도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둘다 양꼬치를 좋아하고 말을 잘한다는것?

그녀석도 말을 잘한다. 꽤나 논리적이다.


논리적이고 말잘하는 친구 2명이 만나면 무슨일이 일어날지 예측되는가?

맞다. 싸운다.

우리는 만나면 싸운다.

뭐 물론 치고박고 싸우는건 아니지만 잘 야이가 하다가 서로의 논리가 맏붙으면 금새 토론의장이 되고는 한다.

그러고도 다음에 또 만난다. 참 신기한 녀석이다. 그녀석도 똑같은 생각을 할거다.


그녀석은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증권사에 다닌다. 펀드매니저나 영업직이 아닌 안정적인 부서에 있다.

반면에 나는 영업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보험을 그만둘때 쯤 , 지금 이 일에 재미를 붙일때쯤 우리는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성공(?)"이라는 주제로 대화가 가고 논쟁이 펼쳐졌다.


많은 시간 이야기를 나눴고

정리해보면


나의 주장은.

지금까지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한곳에 정착해서 꾸준한 일을 한 사람이 아닌 모험심있게 이것저것 도전해보다가 그중에 하나가 터져서 성공을 하는것이다. 


그녀석의 주장은.

"하려면 진작해 했어야 한다. 이제 40대접어든 우리들은 이미 2~30대이 이루어놓은것을 지켜야 하는 나이이다."


"그러기에는 인생이 너무 길다. 40대부터 지키기만 하면 2~30대에 뭔가를 이뤄놔야 하는데 그때는 인생을 알만한 나이가 아니다."


"니말도 논리는 있다 하지만 너무 관련없는일을 하는것 보다는 어느정도 안정화에 오르면 비슷한일을 하는것이다."


누구의 말도 틀리지 않았고 점점 서로의 논리가 날카롭게 변하며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는듯한 대화가 이어나가기를 장시간.


나는 지금 지난 15년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고있고 요즘 이쪽에서는 그래도 좀 바쁘고 열심히 불려다닌다. 그런걸 봐서는 이것저것 많은 경험을 해봐야 하는게 맞다고 본다.


그럼 지금 니가 성공했다고 생각을 하냐


아직 그건 아니다. 하지만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나는 분명 할수있을거라고 생각한다.


..............


"그래?  그럼 니가 증명하면 되겠네."


.............어?


"그래 니가 한말. 그거 니가 성공해서 증명하면 되겠네."


토론은 거기서 끝이났다. 

여느때와 같이 헤어짐에 반갑게 인사를 했고

집으롤 돌아오는길에 자꾸 그말이 

예전 코미디 시트콤에서 그랬던것처럼 에코로 머릿속에 울린다. 


언제부턴가 내 카카오톡의 프로필사진아래의 문구는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과정' 이라고 박제가 되어있다. 


온라인게임에서 머리에 느낌표가 있는 사람한테 말을걸면 퀘스트를 주지

그날 난 퀘스트를 하나 얻은것 같다,

퀴스트 1, 

당신이 선택한 길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시오! 


다행인건 제한시간이 너무 짧지 않다는것.

불행인건 인생이란 게임은 메뉴얼이나 치트키가  없다는것.


생각보다 많은 변수가 있겠지만,

나는 원래 게임에 미션수행을 잘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거다.


언젠가 그런 장면을 상상해본다.


"야 이제 좀 증명이 됐냐"


"그래 고생했다....쏘주나 한잔해" 

라고 잠깐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한 후


또 다른주제로 싸우겠지 ㅎ 


그래도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딱 기다려라 너 

내가 생각보다 빨리 증명할 수도 있어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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