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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갑돌이 Aug 16. 2024

유감입니다. 암이 맞습니다.

잊혀지지 않는 한마디

"환자분.. 별로 좋지않은 결과가 나왔네요. 지난번에 조직검사 하신게 악성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악성이요? 악성종양이면 암이라는 말씀이실까요?"


"네 유감입니다. 암이 맞습니다."


"아. 네"


"...근데....... 별로 놀라지 않으시네요"


"..... 글쎄요...... 뭐 살면서 하도 별일이 다있어서 ...... 진단서 한장만 발급 부탁드립니다."


41세 가을 회사근처 갑상선 외과 병원에서 오고갔던 대화이다.


그랬다. 41세에 갑상선 암을 진단받았고 큰 대학병원에서 재검사를 한 결과 림프절에 꽤나 전이가 되어있어서 갑상전 전절제 및 림프절을 5개이상 제거했던걸로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렇게 놀라지 않았던 이유는 이미 단련이 되어있었다고 해아할까.


'아내한테 또 뭐라고 이야기 하지'


그도 그럴것이 35세 거대 뇌동맥류 발견 , 수술 , 심각한 복사시 발생 , 38세에  협심증 진단 이런걸 먼저 겪어서 그런걸까. 갑상선 암이라는건 내 질병 인생에 그렇게 큰 이벤트가 아니었다.


보험영업을 11년째 하고있는 나에게 갑상선 암은 뇌혈관질환과 심혈관질환에 이은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고 해야할까. 

지나고 나서야 웃으면서 이야기 한다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기억을 더듬어봐도 큰 충격은 없었다.


"아.... 또야...."


이번엔 얼마나 쉬어야 할까. 얼마나 일을 못하게 될까.

생각이 꼬리를 물수록  평온했던 내면이 짜증으로 바뀌었다.


'진짜 일을 그만 두어야 하나'


이상했다. 

첫번째 , 두번째 , 그리고 세번째

세번째야 이게 그냥 적응이 되어서 그렇다 쳐도 첫번째 두번째에 겨우 정신 붙잡고 의사에세 물어봤던건


"이유가 뭔가요?" 였다.


180cm 에 70킬로 후반에서 80킬로 초반을 유지하고

금연 15년차 , 음주 1달에 2회 (소주 1병) , 가끔 운동

이것만 보더라도 외부적인 이유는 찾을 수 없었다.


"딱히 이유는 없습니다. 있으면 스트레스 받지 않는게 중요하겠죠"


세번째에 의사에게  같은 이야기를 들었을때 나도 모르게 살짝 실소가 지어졌다


'그래. 그 이야기 왜 안나오나 했다. 그럼 그렇지'


일을 그만둘때가 온것 같다.


넘어지고 싶은데 드디어 내 건강이 발을 걸어주는구나

명분은 충분하다. 


이제 진짜 관둬야겠다.


2021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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