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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울새 Apr 03. 2023

달래 페스토 마들렌

4월 첫째 주의 마들렌

좋은 의도가 꼭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는다.


이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중요한 말이지만,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도 변함없이 중요한 말이다.


좀처럼 봄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몸 관리에 여념이 없는 요즘이지만, 곧 다가올 여름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여름은 내게 언제나 힘겨운 계절이고, 조금이라도 더 좋은 몸 상태로 여름을 맞아야 그나마 그 시간을 버틸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극심한 식욕 감퇴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영양분을 잘 섭취하고 체력을 잃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는데, 과하게 섭취한 음식이 위에 부담을 줘서 몸 상태가 더 더디게 회복되고 있는 것 같다는 진단을 받았다.


참 인생이란 게 그렇다.


도무지 입에 무언가를 넣기 싫더라도 식사를 조금만 소홀하게 하면 금세 광대가 드러나기에 최대한 열심히 먹은 것뿐인데 그게 되레 몸에 부담을 주고 있었다니, 나로서는 정말 힘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 주에는 유독 그런 일들이 많았다. 나는 그저 나빠진 몸 상태를 조금이라도 좋게 만들고 싶었을 뿐인데, 그게 어느새 욕심이 되어버리는 일들이 연달아 일어났다. 하루는 사실 몰래카메라를 찍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실소가 터져 나왔다.


건강을 위한 노력이 욕심이라면 나는 건강을 포기해야 하는 걸까.


어쩌면 남들 눈에는 매주 댓글을 통해 여러 응원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주가 지나면 또다시 괴로워하다가 이내 깨달음을 얻은 듯 마음을 다잡는 내 모습이 괴기스러워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그렇게 단단하지 못해서 마음을 잘 다독이다가도 작은 불편함이 하나둘 쌓여가면 어느새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마음이 무너져내려 버린다.


그냥 그저 그런 때라며 웃어넘길 수 있으면 좋으련만, 부족한 내 마음은 언제고 부정적인 먹구름에 사로잡혀 버린다. 하지만 다행히도 아직 내게는 아주 작은 무언가로부터 얻은 조그마한 위로를 통해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남아있다.


요즘은 여기저기 활짝 피어난 벚꽃을 보며 소소한 위로를 얻고 있다.


작년 이맘때엔 정신없이 아파서 벚꽃이 다 진 다음에야 집 밖을 나와볼 수 있었는데, 올해는 여기저기 한가득 피어난 벚꽃이 매 순간 눈으로 쏟아져 새하얀 벚꽃잎에 눈이 짓무르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벚꽃을 구경하고 있으니, 상태가 좋을 때가 있으면 나쁠 때도 있을 수 있는 건데, 그 나쁜 상태를 어떻게든 좋게 만들고 싶어서 조금 욕심을 내고 있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같지 않은 일상이 계속되니 마음 한편이 부글거리기도 했지만, 언제나처럼 한숨을 푹 내어 쉬고 큰 무리 없이 만들 수 있는 마들렌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렇게 오늘 만든 마들렌은 바로 달래 페스토 마들렌이다.


페스토는 토마토소스와 함께 이탈리아 요리를 대표하는 소스의 일종인데, 정확한 기록은 찾을 수 없지만 고대 로마인들이 만들어 먹었던 ‘모래툼’이라는 녹색 빛깔의 페이스트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보통은 바질과 올리브 오일, 치즈, 잣 등을 빻아서 만들지만, 바질 대신 향이 좋은 봄나물을 이용해도 제법 매력적인 페스토를 만들 수 있다. 취향에 따라 잣 대신 다른 견과류를 사용해도 되고 마늘이나 후추 등을 더해도 좋다.


재료의 비율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조절하면 된다. 나는 십여 년 전 루콜라가 국내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때, 외국 블로그에서 우연히 루콜라 페스토 레시피를 보고 어렵사리 루꼴라를 구해서 따라 해 본 적이 있는데, 쓴맛이 너무 강해서 억지로 먹다가 결국 다 먹지 못하고 버렸던 기억이 있다.


채소류의 비율이 높아지면 특유의 향이 강해지는 대신 쓴맛이 강해지고 치즈가 많아지면 감칠맛이 강해지는 대신 짠맛이 강해진다. 마찬가지로 견과류가 많아지면 고소한 맛이 강해지지만, 느끼한 맛 역시 강해지므로 취향에 따라 적당히 조절하는 것이 좋다.



나는 달래에 풍미 가득한 파르메산 치즈를 잔뜩 갈아 넣고 고소한 호두와 오일 그리고 약간의 마늘과 후추로 맛을 더해서 달래 페스토를 만들었는데, 페스토를 섞은 마들렌 반죽 위에 추가로 달래 페스토를 얇게 펴 바르고 파르메산 치즈를 잔뜩 갈아 올린 뒤 후추를 뿌려 마무리했더니 정말 멋진 봄 마들렌이 탄생했다.


솔직히 달래 향이 나면서도 묘하게 양파 수프가 떠올라서 맛 자체는 정말 오묘했는데, 어쨌든 향긋하고 달달한 맛이 좋아서 좋은 봄 마들렌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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