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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귤껍질 May 02. 2024

이런 게 정이라는 건가요?

떠남과 머무름

여수 여행에서 마지막 식사 메뉴를 고민하는 과정에 꽤 많은 사람이 함께해 줬다. 낯선 사람이지만, 좋은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건네준 말들이 따뜻했다.


아침부터 어제 남은 ‘갓바스 도나스’ 먹고, 카페 ‘작금’에서 갓 나온 포카치야를 먹었다. 미리 신청해 둔 금속공예 공방에서 반지를 만들고, 이어서 카페 ‘프롬나드’에서 퀸아망과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작금의 포카차야
금속공예공방의 기구들

여행을 왔다고 계속 빵만 먹었더니 속이 느글느글한 기분이었다. 빵은 식사가 아니라며 밥과 김치를 고집하는 어른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뭐든 가볍고 속을 안정시켜 줄 음식이 절실했다. 어제 먹은 바다김밥이 생각났고, 바로 택시를 잡았다.


택시 아저씨는 여수에서 갈만한 여행지들을 말해주셨다. 그러다가 목적지를 보더니 여수 와서 김밥을 먹고 가는 건 아니라며, 수많은 음식점들을 추천해 줬다. 해비 한 식사는 싫다며 고개를 젓는 일행을 보더니 쐐기를 박듯이 “여수 와서 김밥 먹었다는 말 해봐요. 진짜 빈대가 하품하겠네.”라고 하셨다.


하품하는 빈대라니 둘 다 웃음이 터졌다. 웃음만큼 좋은 설득의 방법이 있을까, 행선지를 바꿔 가는 길에 있는 ‘칠공주장어탕’ 집을 가기로 했다.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여수에서 가장 맛있는 식사였다. 갓김치와 각종 반찬을 곁들여서 장어탕과 장어구이를 먹고 나니, 소화제를 먹은 것처럼 울렁거림이 싹 사라졌다.


칠공주장어탕에서 주인아주머니도 우리의 식사에 진심이셨다. 양념과 소금구이 중 고민하니 3인분까지 시킬 필요는 없고, 소금구이 2인분을 시키면 양념장을 같이 주겠다고 했다. 김밥집 가려다 노선을 바꿔서 왔다 하니, 바다김밥의 갓김치 김밥이 참 맛있으니 꼭 먹어보라고 수 차례 말씀하셨다.


칠공주장어탕의 소금구이

친구는 여수가 정이 많은 지역인 것 같다고 했다. 누군가의 식사를 걱정해 주는 게 자연스러운 분들 덕분에 하루가 좀 따스해졌다. 잃어버렸다는 것도 잊고 사는 것들이 있다. 이런 정감 있는 대화도 그중 하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롬나드에서 본 바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배길섭 음악감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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