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영 작가는 데이터를 통해 인간을, 인간으로부터 사회의 변화를 관찰하였습니다. 현재의 관찰은 시간이 지나면서 과거가 되고, 과거는 다시 데이터로 누적됩니다. 그는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자신만의 관점으로 예리하게 분석하고 예측함으로써 시대를 예보합니다.
(하기 내용들은 시대예보:호명사회를 읽은 후, 저의 관점과 생각을 추가하였음을 밝힙니다.)
첫 번째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에서는 지능화와 고령화로 혼자서도 스스로 잘 사는 "핵개인"의 등장을 예보하였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시대예보 <호명사회>에서는 핵개인들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예보합니다.
호명사회란 상대방을 이름으로 부르는 사회입니다. 그냥 들었을 때는 당연한 말 같지만,생각해 보면 우리가 사회에서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 건 동갑내기 친구나 나이가 어린 사람뿐입니다. 흔히, 회사에서도 이름으로 상대를 부르지 못하고 직급으로 부릅니다. OO책임님, OO상무님, OO변호사님처럼 말이죠.
한국은 관계가 매우 중요한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보다는 '집단'이 중요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집단에서 나의 위치를 나타내는 '관계의 호칭'이 중요하고, 그것이 내 정체성이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관계지향적인 한국에서는 이름을 부를 때 Family Name인 '성'을 먼저 부르지만, 개인지향적인 미국에서는 First Name인 '이름'을 먼저 부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김연아'라고 부르지만, 미국에서는 '연아킴'이 되는 것이지요.
또한, 주소를 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은 집단이 중요하기 때문에 가장 큰 집단부터 주소에 적습니다.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219'처럼요.하지만 미국에서는 개인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나의 집 주소가 제일 먼저 쓰고, 그다음 작은 집단부터 차례로 적습니다. '219, Seocho-daero, Seocho-gu, Seoul, Republic of Korea'와 같이 작성합니다.
집단에 속해 관계지향적인 삶을 살는 것이 과거에는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대기업과 같은 좋은 직장에 입사함과 동시에 인생을 보장받았습니다. 예전 울산에서는 완성차 회사의 잠바를 결혼식장에 입고 갈 만큼대기업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했고 자랑스러워했습니다.
송길영 작가는 더 이상 집단이 인생을 보장해 주는 시대는 끝나감을 예보합니다.
집단에서 이름 없이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제는 평범한 삶조차 보장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대체가능한 리스크 적은 일에는 보상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BHC와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의 치킨 한 마리 2만 원 주고 배달 어플을 통해 주문하는 경우, 재료비 등으로 1만 원은 프랜자이즈 본사에 납입하고 BHC 가맹점은 1만 원의 이익이 남게 됩니다. 여기에 배달수수료, 임대료, 인건비 등을 제하고 나면 가맹점주에게는 10~20% 정도인 1~2천 원 정도의 수익만이 남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이름으로 사업을 하는 BHC 본사는 2023년 1203억 원의 영억이익을, 배달의민족은 2023년 7000억 원에 가까운 엄청난 영업이익을 기록하였습니다.
이처럼 자신의 이름이 아닌 타인의 이름으로 일하는 사람은 언제든 대체가능하고, 경쟁자가 쉽게 들어올 수 있는 무한 경쟁 구조이기 때문에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거대했던 집단이 IT기술의 발달 덕분에 기능단위로 작게 쪼개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집단에서도 '내'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집단에 소속됨만으로 회사의 이익을 나누어가졌던 수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지 않으면 이익분배에서 소외될 것입니다. 과거에는 누가 얼마나 일을 하고 기여를 했는지 측정하지 못하였기에, 동등하게 이익을 배분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MS Teams, Slack, 두레이 등과 같은 협업툴로 개인의 업무가 하나하나 투명하게 기록되고 있습니다. 협업툴에 기록된 데이터를 근거로 이익을 분배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결국, 자신의 기여가 미비했던 사람은 이익을 얻지 못할 뿐만 아니라 회사에서도 필요 없는 존재로 평가될 것입니다.
심지어 최근 AI의 등장으로 집단의 아주 작은 일부였던 개인의 일 또한 보장받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 영국의 우유공장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인 매그넘(MAGNUM)에도 우유를 납품하는 공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충격적인 것이 그렇게 큰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단 한 명뿐이었습니다. 공장은 목장에서 우유 원유가 트럭을 통해 들어오면 검사부터 불순물을 제거, 살균, 제품포장, 다시 마트에 납품하는 트럭에 싣을 때까지 모든 것이 자동화되어 있었습니다. 한 명의 사람이 하는 일은 그저 자동화된 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만일을 대비해서 대기하는 일뿐이었습니다.
이처럼 자동화가 극단에 이르게 된다면 우리의 일자리는 결코 안녕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집단에서 개인의 삶은 더 이상 녹록지 않게 되었습니다.
한편, IT기술과 자동화, 최근의 AI혁명을 덕분에 개인의 능력은 점점 증강되고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개인의 반격이 시작됩니다. 본격적으로 집단을 벗어난 집단과 대등한 힘을 가진 개인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기술의 발전으로 예전에는 수십 명이 해야 하는 일을 혼자서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행 유튜버인 빠니보틀은 카메라와 노트북으로 전 세계를 여행하며 영상을 기획하고, 촬영/편집 및 업로드까지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합니다. 혼자 하니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펼칠 수 있고, 나눌 사람이 없으니 혼자 이익을 다 가져갈 수 있는 것이지요. 더욱이 자신의 이름이 알려지며 방송출연, 광고 등 많은 사람들이 빠니보틀을 찾게 됨으로 다양한 일들과 연결되어 더욱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본인의 유튜브도 양질의 PPL를 구할 수 있고 구독자 수도 증가하는 선순환을 맞게 됩니다.
최근 회사를 나와 독립한 후배 변호사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여 사무실을 얻고 사무장, 비서 등을 채용해야 변호사 업무가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후배 변호사는 공유 오피스에 월 단위 이용료를 내고 공간을 대여하며 복사기 등 자원을 활용하고, 넓은 회의실에서 클라이언트와 미팅을 하며, 어디서든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서 전자소송을 통해 서류를 확인하고 소장을 쓰며 업무를 하였습니다. IT기술과 자동화 덕분에 과거 집단에 속해야만 이용할 수 있었던 인프라가 이제는 공유라는 이름으로 개인도 편하게 적은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우리는 모두 쪼개지고, 흩어지고, 홀로 서게 된다. 홀로 선 각자, 서로의 이름을 부르다.
송길영 작가는 집단의 힘은 작아지고, 개인의 힘이 커지는 사회를 예보합니다. 개인이 사회의 중심이 되면서 비로소 집단의 위치를 나타내는 호칭이 아닌 개인의 이름 그 자체를 부르는 시대가 도래함을 선언합니다.
호명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지금 당장 조직에서 박차고 나와 나의 이름으로 무엇인가 해야 할까요?
언젠가는 그렇게 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회사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을 모두 누린 후이어야 합니다. 회사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멋진 일은 거대한 조직을 통해 '업'의 경험을 쌓는 것입니다. 다만, 경험을 쌓으려면 주인의식을 가지고 해당 프로젝트 내지 업무를 스스로 열정을 가지고 해야 합니다. 회사와 경영진은 방향성을 지시하지만 결국 그것을 해내는 것은 개인이기 때문입니다. 업무를 진행하면서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고,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다 보면 업에 대한 나의 지식이, 나의 경험이, 나의 내공이 쌓입니다. 이 과정에서 만날 수 있는 대내외 인재들과의 교류는 덤입니다.
최근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실제 직장에서 퇴사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업무만 처리하면서 회사에 기여하려는 의지가 없는 상태를 일컫는 말입니다. 그런데 조용한 퇴사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쌓을 수 없습니다. 스스로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스스로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 인재들은 먼 훗날 언젠가 개인의 이름으로 일을 하기 위해 퇴사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경험을 쌓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직원은 퇴사의지와는 상관없이 회사에도 이득입니다. 그들이 떠나기 전까지는 회사에서 엄청난 성과를 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개인도 회사의 인프라를 활용하여 경력을 쌓고, 회사는 개인이 열심히 일한 성과의 결과를 맛볼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윈윈입니다. 더군다나 회사는 뛰어난 인재를 쉽사리 보내고 싶지 않을 것이기에 더 나은 보상과 대우를 해줄 것입니다.
충주시 홍보맨 김선태와 같은 케이스입니다. 김선태 주무관은 오로지 개인의 힘으로 지방자치단체 유튜브에서는 볼 수 없었던 76만 명의 구독자와 누적 3억 뷰라(24년 11월 기준)는 경이로운 성과를 냄으로써 경직된 공무원 사회에서 파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9급에서 6급 공무원으로 승진하였습니다.
결국, 회사라는 집단과 인프라를 활용하여 열정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일하며 경험을 쌓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언젠가 집단을 나와 개인의 이름으로 일을 해야 할 것입니다.
문제는 내가 열심히 해야 할 대상을 찾지 못함에 있습니다. 조용한 퇴사도 그와 비슷한 상태일 것입니다.
호명사회의 일원이 되는 핵심은 내가 좋아하는 일(好)을 찾는 것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엄청난 시간을 들여 노력하게 됩니다. 일을 진행하다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서는 그릿(Grit)으로 무장하여 꾸준히 나아갑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쌓인 노력과 경험과 업력이 시간의 꾸준함과 어우러지면 비로소 내 이름으로 불릴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입니다.
People say you have to have a lot of passion for what you're doing
이는 전적으로 맞습니다. 그 이유는,
and it's totally true. And the reason is,
열정 없이는 어떠한 일을 성공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because it's so hard that if you don't
보통의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포기하기 때문입니다.
any rational person would give up
정말로 어렵습니다.
It's really hard
성공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그 일을 해야 합니다.
And you have to do it over a sustained period of time
당신이 그 일을 좋아하지 않고, 즐길 수 없고,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는다면,
So, if you don't love it, if you're not having fun doing it,you don't really love it,
결국 포기하게 될 것입니다.
You're gonna give up.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And that's what happens to most people, actually,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살펴보면,
If you really look at the ones that ended up, you know, being successful in the eyes of society and the ones that didn't
성공한 사람들은 자기 일을 좋아하는 부류였습니다.
It's the ones that are successful loved what they did.
좋아하는 일을 해야만 힘든 순간을 견디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So, they could perservere, you know, when it got really tough
자신의 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제정신이기에 힘든 순간이 오면 그만두게 되는 것이지요.
And the ones that didn't love it, quit because they're sane, right?
성공으로 가는 길은 정말 힘들고 근심걱정도 끊이지 않습니다.
So, it's a lot of hard work and it's a lot of worring contantly.
If you don't love it, you're going to fail.
그러니 본인의 일을 사랑하지 않으면, 결국 실패하게 됩니다.
따라서, 열정을 가지고 좋아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합니다.
So, you've got to love it, you've got to have passion.
호명사회의 일원인 '개인'이 되기 위해서 자신의 이름으로 불릴 만큼의 업적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름이 불릴 정도의 업적을 쌓기 위해서는 그 일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스티브잡스는 아무리 어렵고 힘든 순간이 와도 꾸준히 그 일을 하게 하는 힘은 바로 '좋아하는 일(好)'을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아이에게 자주 무엇이 되고 싶냐고 묻습니다. 그러면 아이는 경찰, 소방관 등 직업을 이야기합니다.
호명사회 책을 읽고 나서 아이에게 커서 직업이 아닌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알려면, 그 일을 경험해보아야만 합니다.
결국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건 아이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진정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