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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섭 작가와의 만남 강연 250726인천 계양도서관

개인을 잇는 연결고리로서의 글쓰기

by 나예스

오늘 작가와의 만남을 다녀왔어요.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게 감동적인 작가와의 만남 강의는 저에겐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솔직하게 말하면 저는 글쓰기 특강을 상상하고 미리 구입한 책 제목도 《당신은 제법 쓸 만한 사람》(김민섭, 북바이북)이었습니다. 쓸모 있는 사람 아니고 쓰기를 할 만한 사람을 말하는 거였어요.


전작인 《당신이 잘 되면 좋겠습니다》의 책 제목은 왠지 작가님 자신이 착한 사람인 걸 강조하는 것 같았는데 많은 부분에서 오해였네요. 현실적인데 인간미가 있으시더라고요. 그걸 이타심이라고 하나봐요. 그 제목은 훗날 많은 사람들의 염원과 뜻을 따라 설립한 비영리법인 후원단체명이 됩니다.

강의 내용의 8할은 '김민섭 씨 찾기'(3년 전 유퀴즈 김민섭 찾기의 두 주인공 편 )와 관련된 연결고리 이야기였는데요, 거기서 엄청 울었어요.

범인류적 감동을 받았다고나 할까요?


저는 대문자 T라고 굳게 믿고 있는데 종종 영화나 소설에서 작가의 의도대로 눈물코드가 펼쳐지면 손쉽게 설득당해버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곁눈질로 주위를 훑어도 실제로 눈물을 닦고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어요. 가방에 뭐를 잔뜩 넣고 다니는지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지만, 오늘은 휴지나 손수건을 안 챙겨간 게 후회스러웠어요.


저는 종종 제가 자처하는 호구라고 생각해요. 한편, 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주고는 상대에게 '내가 들인 호의의 반만이라도 해줬으면' 하고 바랄 때도 많습니다. 그러면 안주는 것만 못하는데 말이죠.

오늘의 이야기는 이랬습니다. 작가님이 여러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상황에 숨통이 틔이자 해외여행을 가보려다가 아이의 수술 일정으로 못 가게 되었어요. 표값의 10%가량만 환불받을 바엔 다른 김민섭 씨를 보내주자, 하고 좋은 일을 시작한 페이스북 글이 선한 영향력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장 떠날 수 있는 한 휴학생이 나타난 거예요. 그런데 그 착한 일에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누군 숙소비를, 누구는 열차 프리티켓을 지원해 주겠다고 하는 겁니다. 결국 카카오 펀딩으로까지 일이 커지고 270여 명이 동참하여 그 10살 어린 김민섭 씨의 대학학비를 지원해 주는 사람들이 과수석 졸업까지 시켜준 거예요. 그 후로도 여러 감동실화가 펼쳐지지만 핵심은 이거였어요.

왜 저 사람이 나를 도와줄까?

누군가가 잘 되었으면 좋겠는 마음

동정과 다정 ('내가 뭐라도 해야지')

베풂을 받은 사람은 '좋은 부채감'을

또 다른 사람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타적인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

어떻게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2001년에 나온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라는 영화가 있었는데요. 한 학생이 마치 다단계 방식으로 모르는 사람에게 선행을 베풀어서 수백 명의 사람이 똑같이 실행해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든 이야기였습니다.

그 영화처럼 이렇게 다정함을 베풀고 행복해지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도 아직 많다는 걸 이번 작가와의 만남에서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런 생각이 뒤따라오더라고요~

좀 더 호구가 되어도 괜찮겠다,
다만, 바라지 말자.
잘 되길 바라는 마음 딱 거기까지만 하자.


김민섭 작가님은 이제 좋은 작가를 넘어 좋은 어른에 가까워지는 태도를 더욱 연마하셨더라고요.

비영리법인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를 통해서 청소년 여행 보내주기를 2025년 8월 초부터 시작하는데요. 정말 멋지시더라고요.

《회색인간》 등을 쓴 김동식 작가님을 발굴하여 출간을 도와주며, 1인출판사 '정미소'를 운영하면서, 독립서점 '당신의 강릉'을 운영, 거기에다 독립출판도 하신다고 하더라고요. 강릉으로 여행 가보고 싶어 지네요^^


저는 또 다른 점에서도 깨닫습니다.

제 전자책, 브런치 글 가족들은 큰 관심이 없어요. 부탁해도 잘 안 읽어줘요 ㅋㅋㅋㅋ 그저 유튜브만.. 제가 글 쓸 때는 정말 환경적 지원을 안 해주고 서운한 말만 해서 최근에도 속이 상해 2시간이나 울었어요. 그런 다음, 제가 워킹맘으로 새벽 3시까지 쓴 전자책이나마, 책을 냈다는 사실만 응원을 받았습니다~^^ ㅋㅋㅋ


김민섭 작가님은 책도 거의 10권 정도 내시고 1년 365일보다 훨씬 많은 횟수로 전국 강의를 하고 다니는데 자녀들에게 책 읽으란 소리 안 한다고 합니다. 가족한테도 크게 바라지 않는 것이죠. 다만 가족, 손님이 현관 벨을 누른다면 설령 그자가 도둑이라 하더라도 환대해 주라고 가르칩니다. 그 인사가 주인의 역할이고, 좋은 일상의 태도라고요.


질문시간에 알게 된 것은 50명의 수강생 중에 다른 지역에서 작가님의 팬이 꾀나 많이 오신 거였어요. 10년 만에 다시 찾은 분부터 다른 지역 강의 듣고 또 오신 분, 모든 책을 다 좋게 읽고 자신의 책까지 선물한 분까지 다양했어요. 질문하는 사람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 채 떨며 말하는데 답변을 너무 성의 있게 해 주셔서 정말 놀랐어요.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와-! 저 사람이 저 질문 안 했으면
진짜 어쩔 뻔했어?

단답형으로 끝나버릴 수 있는 질문에 연관된 팁과 사례, 가치관까지 답변해 주셔서 질문타임만 30분 이상 된 것 같아요.


오늘 작가님 강연에서 중요하게 와닿은 것 중 하나는 매체가 어떤 게 되었던 텍스트에 한정하지 않더라도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를 많이 접하라는 것과 매체가 무엇이 되었건 쓰라는 겁니다. 유머게시판이든, 페이스북, 인스타든 그런 글이 사람을 연결해 주는 거지요.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겁니다.

오늘 책을 읽다가 찔린 부분 역시 '당신이 계속 쓰면 좋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꾸준하지 못한 제가 방치하다시피 했던 브런치에 오늘도 한번 쓰게 한 원동력입니다. 시작이 그렇게 어렵더라고요. 오늘 작가와의 만남 5줄만이라도 쓰자 하고 휴대폰을 들었는데 1시간째 쓰고 있네요.^^


각 교육 기관이나 서점, 문화센터 등에서는 이분의 강의가 또 들어도 좋은 강의임을 알고 중복 청탁 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같이독서모임 하는 분 쪽으로 좀더 치우쳐진 작가님의 마음

작가님의 수많은 책들은 여기에.

김민섭 작가님도 더 잘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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