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덕에 더 기억에 남는 백일장
2025년 9월 6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인천 도원역 인천축구경기장에 제40회 새얼백일장이 열렸어요. 새얼 백일장은 새얼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행사로 1986년에 시작된 이래 매년 인천에서 열리는 전국 최대 규모의 순수 문예 백일장이에요. 이번 40회 백일장은 인천시교육청이 추진하는 ‘읽걷쓰(읽기–걷기–쓰기)’ 3대 축제 중 하나로, 문화 활동과 문학 체험을 융합한 행사입니다.
며칠 전부터 비 예보가 있어서 걱정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오전에도 비가 와서 더 걱정이 많았습니다. 비가 오는데 어디에 앉으면 좋을지도 아침 9시가 되기 전에 재단에 문의해 둔 상태였어요. 2층과 3층 '관중석'으로 앉으시면 될 거라고 했어요. 혼자 가는 거지만 돗자리와 휴대용 테이블을 놔두고 가는 것은 아쉬웠어요. 하지만 행사시간이 다가오니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하늘이 쾌청했어요. 인천 1호선 도원역이었기에 많은 중고등학생이 저와 함께 같은 열차에 탔어요. 마치 서울랜드 가는 4호선 열차 안의 학생들 틈에 탄 것처럼 활기가 느껴졌어요. 오래간만에 카페라테를 사들고 인천 축구 경기장에 도착했어요.
국민의례 후 애국가를 부를 때는 강화도의 한 초등학교 전교생이 어여쁜 목소리로 여름동안 연습한 애국가를 불러 주었어요. 새얼백일장을 열어 주신 각 기관장 분들의 인사 말씀이 있고 주제이자 제목이 공개되었어요.
새얼백일장의 제목이자 주제는 다음과 같았어요.
초등 1, 2학년 부 : 내가 받고 싶은 선물, 똥, 필통의 비밀
초등 3, 4학년 부 : 반창고, 소곤소곤, 좋아요
초등 5, 6학년 부 : 몰래, 검색, 다정한 말
중학교부 : 너와 나, 키링, 색안경
고등학교부 : 틈, 슬픔의 다른 말, 밤 풍경
일반부 : 지난여름, 무서운 일, 당신의 요리
이때까지 약 20분이 소요되었어요. 10분 정도 고민하다 저는 '당신의 요리'라는 주제로 결정했어요. 이제 남은 시간은 2시간 반이었어요. 1층 관중석에 앉았는데 그래도 돔 천장이 조금 있는 그늘 쪽으로 앉았어요. 맨 앞줄에 앉은 학생들도 꽤 많았어요. 저는 자리에 앉고 보니 중학생들이 주변에 많았어요. 주제어에 대해 서로 상의하고 고민하는 말들, Chat GPT를 사용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는 말들이 귀에 쏙쏙 들어왔어요.
중간에 조금씩 하늘이 흐려지더니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어요. 그때 두 종류의 함성을 들었어요. 하나는 1층 아래쪽 관중석에 앉은 학생들의 대피하는 물결에서 나오는 '아악!' 하는 비명과, 비를 맞지 않는 곳에 앉은 학생들이 개방감 있는 경기장 정체를 그림처럼 가득 메우는 비의 예쁜 물결을 보고 감탄하는 '와~!" 하는 낮은 함성이었어요. 이 장면을 보면서 학생들의 순수함을 느꼈어요. 4시쯤엔 흐린 날씨로 어두워져서 경기장에서 조명이 켜졌어요. 그 조명이 뭐라고 또 한 번 우아한 감탄사 합창 '와~!'가 들렸어요. 순간의 경치에 감동받을 줄 아는 젊은 소리가 좋았어요.
마감 시간을 꽉 지켜서 제출하고 나니 진이 다 빠졌어요. 원고지에 손 글씨로 쓰는 과정은 언제나 낯서네요.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좀 자신이 없었지만 시간이 저에게는 촉박해서 제출에 의의를 뒀습니다.
비가 와서 더욱 기억에 남는 축구 경기장의 백일장이었습니다.
입상자 발표는 2025년 9월 25일 오후 2시 새얼문화재단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통해 발표됩니다. 그 많은 사람들의 원고지를 모두 보는 것 치고 발표가 빨리 나니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