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음악의 시대
음악의 소비 형태는 오래전 일대 다수에게 배포하던 LP, CD형태에서 개별 청취자들이 마음껏 스트리밍 하는 형태(스포티파이, 멜론 등)로 바뀌었다.
이후 유튜브 플랫폼의 성장과 동시에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을 가득 담은 나의 '플레이리스트'를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고 공유하는 형태로 진화하여 음악을 듣는 방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고 음악 시장의 새로운 판도를 예고하고 있다.
혼자만 듣던 음악과 자신만의 취향을 전 세계 사람들과 공유하게 된 '플레이리스트'는 국내에선 '때껄룩 TAKE A LOOK' 채널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문화가 확산되었다. 나 또한 이 문화에 큰 공감과 신선함을 느껴 플레이리스트 채널을 만들었다.
여기서 말하는 문화는 단순히 음악만 듣는 것이 아닌, 소통의 공간을 말한다.
유튜브 채널 '때껄룩'이 올린 영상들을 보면 음악을 매개로 감정과 일상에 초점을 맞춘 영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첫사랑 썰푸는 곳", "살면서 가장 설렜던 순간" 등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을 보고 스크롤을 멈추게 되고 그에 맞는 음악을 접하면서 한 번쯤 겪어본 상황들에 더욱 공감하며 댓글로 자신들의 생각과 일상을 적어 서로 공유했다.
청취자의 공감과 소통을 불러일으킨 채널은 당연히 빠르게 성장했고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에서 음악을 듣기 시작하며 '플레이리스트'라는 이름을 붙인 플레이리스트 채널, 플리(*플레이리스트 준말) 유튜버들 또한 많이 탄생했다.
유튜브의 '플레이리스트'는 단순히 듣기만 하는 음악 채널이 아닌 눈으로 보고 감정을 공유하는 음악 커뮤니티로 성장하며 청각에만 의존하는 음악 소비 형태에 마침표를 찍었다.
플레이리스트에 열광하다.
플레이리스트: 음악적 경험을 공유하는 행위
유튜브로 음악을 듣는 것은 혁신이었다.
유튜브의 플레이리스트 형태는 자신이 큐레이션한 음악리스트에 자신만의 감성을 담은 제목(문구)과 이미지, 영상들로 한 번 더 포장하기 때문에 듣는다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제목과 썸네일이 주는 시각적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플레이리스트에 사용된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사진은 시선을 멈추기에 충분했고 공감되는 제목을 본 청취자들의 손은 댓글창을 빠르게 점령했다. 듣기만 하던 음악을 공감과 소통의 형태로 진화시킨 것이다.
청취자들은 특정 음악이 아닌 기분, 상황, 계절 등에 따라 다양하게 포장된 플레이리스트를 자신의 취향껏 감상할 수 있게 되었고 포장지를 뜯었을 때 내가 몰랐던 좋은 음악을 찾는 기쁨에 한 번 더 매력을 느끼곤 했다.
지금 유튜브에 '플레이리스트'라는 단어만 검색해도 무수히 많은 영상들이 쏟아져 나온다.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다양한 컨셉과 장르의 플레이리스트 채널들이 탄생하였고 음악을 직접 찾아 듣는 MZ세대의 디깅 소비문화가 플레이리스트를 접하면서 좋은 음악을 찾음과 동시에 좋은 플레이리스트를 발견하는 일도 그들이 음악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 되었다.
플레이리스트 크리에이터
이번 달을 기준으로 2년 전부터 'All was well'이라는 플레이리스트 채널을 운영해오고 있다.
음악이 좋아서 취미로 시작했던 채널이 어느덧 취향이 같은 11만 명이 모인 공간이 되었고 애초의 음악을 듣기 위한 목적은 잊은 채 우리는 각자의 일상을 이야기하고 온갖 감정들을 서로 공유하며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음악이 주는 힘을 직접 체감하고 있는 나는, 이제는 어떤 사명감까지 느낀다.
때문인지 지금은 플레이리스트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MCN 회사에서 이들의 권리를 인정받게 하고 음악을 소개하는 행위에 새로운 정의를 내리는 일을 하고 있다.
나는 이들을 플레이리스트 크리에이터라 부르며 음악에 진심인 사람들이 더 많아지길 바라고 "음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음악을 소개하는 세상"을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