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기억
음악에는 누군가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들의 계절과 기억들이 모여 하나의 소리를 이루고 가닿는 모든 이들에게 무탈한 안녕을 전한다.
부서지는 법을 알려준 파도
작곡가 이선규님의 앨범 제작에 참여했다.
자신의 음악에 자부심을 갖고 듣는 이에게 위로를 전하는, 음악의 힘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아티스트이다. 평소 작곡가님의 음악을 즐겨 들었고 작곡가님도 채널을 자주 들러주셔서 서로가 음악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각자의 조예가 깊었다.
이번 앨범 작업은 평소 플레이리스트 영상 제작과는 조금 달랐다.
플레이리스트는 크게 음악, 이미지, 제목 이렇게 3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고 플레이리스트 크리에이터는 이것들을 조합하고 포장하는 역할을 한다.
대체로 최종 영상을 만들기까지 우선순위는 정해져 있지 않다. 음악을 듣고 어울리는 이미지와 제목을 지을 때도 있고, 제목에 맞는 음악을 찾을 때도 있어서 각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의 편차가 크지 않다. 때문에 고유의 플레이리스트가 탄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앨범 제작은 음악이라는 중요한 요소가 지정되어 있어서 이에 어울리는 제목을 짓고 이미지를 찾아야 했다. 더군다나 채널의 색을 지키면서 음악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부각해야 했기에 자유의 영역이 현저히 부족한 작업이었다. 그만큼 뾰족한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기도 했다.
우리는 약 2달간 '위로'를 주제로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이번 앨범의 제목이자 플레이리스트 영상의 제목은 '처음 내게 부서지는 법을 알려준 파도'이다.
틈을 매워주는 포옹 대신 '부서짐'과 '깨트림'의 파도로 위로의 마음을 담았다. 무엇이 두려워 발걸음을 멈춘 이들에게 한 번쯤은 부서져도 괜찮다는 세찬 파도를 전하고 싶었다.
All was well의 각 플레이리스트도 나의 추억을 온전히 담고 있다.
내 기억을 밖으로 꺼내줄 이미지를 찾고, 내 목소리를 더 멀리 들려줄 소리들을 찾는다. 내가 겪고 아팠던 것들을 공유하고, 공감한 이들로부터 나 또한 치유를 받는다. 그렇게 서서히 멈추지 않고 뻗어 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용할 수 있는 음악의 수는 줄어들어 할애하는 시간은 점차 늘어갔다. 물론 음악을 듣고, 찾고, 분류하는 '나'라는 개체가 포용할 수 있는 한계가 있기에 당연한 시기에 도달했다고 생각했다.
알 수 없는 조급함과 작은 무기력감을 넘나들 즈음 이번 작업을 하게 되었고 지난 60일은 근래의 내가 부서지는 시간이었고 더 넓은 것들을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었다.
호수 한가운데 던진 돌은 분명히 아프지만 반드시 가장자리까지 작은 물결을 보낸다.
미약하지만 멈추지 않는 것의 차이는 호수와 바다를 극명히 구분 짓는다.